(맛보기 에세이) 당신의 반짝임에 대하여
가끔 이런 글을 쓴다ㅡ는 느낌으로, 몇 년 전 연말에 썼던 글을 업로드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연말이라 그런지, 부쩍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연애가 취업만큼 쉽지 않은 우리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사람이 고프고, 사랑이 고픈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나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지만, 나도 그랬다. 가난은 주머니에만 있지 않았다. 신경림 시인은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냐고 말했지만, 우리는 사랑 자체에 가난했다. IMF 이후로 세상은 점점 사랑을 잃어갔다. 유년 시절이었지만, 아마 그렇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가, 참 익숙지 않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또 헤어지는 것.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사람을 만나기에 앞서 손익계산서를 두드린다.
나는 너에게 이것을 계산했다. 나는 너에게 이것을 배려했다. 나는 너에게 이것을 투자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은 또 일차 방정식이 아니라, 쏟아붓는 만큼 돌아오지도, 방치하는 만큼 멀어지지도 않는다. 몇 번의 계산착오 끝에, 결국 그런 결론에 이른다. '역시, 사람은 믿을 게 안된다.'
대부분의 계산서가 마이너스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쯤, 사람에게 심드렁해져있었던 것 같다. 그런 줄 알았다. 그랬는데, 그런 가운데,
반짝이는 사람이 있었다.
도시의 밤하늘은 별이 얼마 없지만, 오래 쳐다보면 하나씩 빛이 나타난다. 당신을, 꽤 오래 보았다. 반짝이고 있었다. 그랬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의 모든 손익계산서가 소용없었다. 당신의 웃는 모습, 흔한 몸짓 하나하나가 내가 바쳐야 할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고,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나의 모든 소중한 걸 바쳐도 나는 그 사람의 소중한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당신은 태양이었다. 나는 태양이 비춰줄 때쯤에야 겨우 얼굴을 내밀 수 있는 달이었다. 나의 자신감은 이카루스의 밀랍 날개였다. 태양까지 다가갈수록, 꺾이고 녹고 타들어갔다. 다가가지 못한 별은 끝내 멀어졌다. 그러나 밤 하늘에 별은 많았다. 한 번, 두 번, 몇 번의 실패 끝에, 스스로 빛나지 않는 사람은 별에 다가갈 수 없음을 알았다. 세상엔 꽤 많은 사람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반짝일 줄 몰랐다. 빛을 내는 이들은 별이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위성이었다.
별들은 자신을 사랑했다. 위성은 다른 이를 사랑했다. 별들은 별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 위성도 별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 별들은 위성이 자신을 위해주지 않는다 하여 서운해하지 않았다. 위성은 별들이 자신을 위해주지 않는다 하여 서운해했다. 별들은 그것만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위성은 그것 때문에 반짝이지 못했다.
별이 아닌 나를 보자, 나도 반짝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봐야 할 것은 별이 아닌 나였다.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할 것이다. 언젠가 반짝이는 그대를 다시 만나도 녹아내리거나 부서지거나 타들어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