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 SWEDEN] 그의 영어가 좋아 - 국회의사당 Riksdagshuset
스톡홀름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감라스탄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섬에 세워져 있다.
꽤나 위용 있는 규모의 건물인데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품새가 국회의사당이라는 직책과 함께 멋들어진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나가며 슬쩍 보기나 했지 들어가본 적이 없는 국회의사당이란 곳을 남의 나라에서 들어가보자니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여행의 묘미가 또 그런 것 아니겠는가. 서울에 살면서도 한강 유람선 한 번 타본 적이 없고, 남산타워는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안 나고 경복궁 한 번 들어가보는 것도 큰마음을 먹어야 하니까.
마침 가이드 투어가 있다고 하기에 시간을 맞춰 찾아가보니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투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젊은 가이드가 문을 열고 우리를 맞았다. 깔끔한 흰셔츠와 자켓에 청바지를 받쳐 입은 그는 스톡홀름의 길에 넘쳐나는, 기골이 장대한 바이킹의 후손은 아닌 듯했다. 그의 깍듯한 태도와 깨끗한 매너가 돋보였기 때문에 정부기관의 가이드는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검색대에 짐을 통과시키고 몸도 통과시킨 후, 사물함에 가방을 맡겨 놓고 투어에 나섰다. 그는 군더더기라고는 귀를 파고 들어도 찾아볼 수 없는 정확하고 적당한 속도의 영어를 구사하며 스웨덴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 설명해주었는데, 그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영어 자체를 어찌나 열심히 들었는지 투어가 끝날 즈음에는 입학이나 입사를 위한 듣기평가 한 세트를 마친 기분이 들었다. 후에 돌아다니며 느낀 것인데, 북유럽 사람들의 영어가 대체로 그나마 알아듣기 편한 발음을 가지고 있다. 심하게 영국스럽지도 않고 너무 미국처럼 막 굴려먹지도 않아서 말이다. 발음이 난해한데 유창한 영어를 쓰는 사람과 대화 하노라면 모든 의욕을 상실게 된다. 하긴 그렇게 말 하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한다면 비참한 스피킹 실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전혀 할 말이 없다. 한국 땅에서만 수 십년 교과서 영어를 배운 내가 뭔가를 평가하려니 부끄럽기는 하다.
사자나 독수리, 창이나 칼, 성 같은 메타포는 다른 데서도 많이 보던 것인데, 순록이나 생선이 별과 함께 있는 것은 문장 치고는 너무 시적이고 아련하질 않은가!
어쨌거나 매력적인 영어를 하는 그를 따라다니며, 둥그런 돔형의 천장에 스웨덴의 각 지역을 의미하는 문장들이 화려하게 박혀있는 곳에서 왕관 세 개 로 표현되는 스웨덴의 상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국왕의 거처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최초의 여성 정치인들의 사진도 보았으며, 정말로 입법을 행하는 회의실에 들어가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듣는 것만 해도 온 집중을 다 해야하는 나와 달리, 함께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때때로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국회의원 들의 월급이 얼마인지, 왜 왕관이 세 개여야 하는지, 투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고 그때마다 가이드는 자부심이 가득한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따로 직업이 있으며 이외의 시간을 내어 국회 업무를 본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렇게나 친절하게 마이크사용법을 알려주다니... 너무 역정을 내지 말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당황스러워한 질문은 단 한 개였 는데, 스톡홀름의 여름 날씨는 원래 이렇게 하루에도 수 십번 비가 왔다 해가 떴다 바람이 불었다 더웠다 추웠다 하냐는 것이었고, 그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대체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긴 그 날씨가 그의 잘못은 아니다.
SWEDEN
우월한 자존심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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