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에겐 가족의, 어른에겐 기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다 <코코>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픽사가 또 한 번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디즈니의 폭주는 멈출 줄을 모르네요. 최근 여러 가지 일로 영화관을 가기 힘들었지만, 이 영화만큼은 꼭 봐야한다는 평이 많아 결국 가게 되었습니다.


Día de Muertos ★★★★★

망자들이 주요 인물로 나옵니다. 세계 각국에서 소재를 찾는 픽사가 이번엔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을 소재로 가지고 왔거든요. 하지만 다른 영화에서의 음울하고 소름 끼치는 모습과 달리 이들은 대중교통을 타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 열광하고, 심지어 빈부격차까지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망자들이 나오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이기도 했겠지만, 배경이 멕시코임을 생각하면 문화를 매우 잘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죽은 자의 날은 미국의 할로윈 같은 분위기의 굉장히 즐거운 축제라고 하네요. 죽음을 즐겁게 다루기 위해 멕시코를 택했건, 멕시코를 택해서 죽음을 즐겁게 다뤘건 실제 문화를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굉장히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Colorful ★★★★★

픽사는 언제나 색감과 3D의 자연스러운 표현에 있어 독보적이었는데, 그 장기가 <코코>에서 역대급으로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특히 죽은 자의 땅으로 넘어가는 다리와 죽은 자들의 도시 표현에서는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주토피아>에서도 섬세한 도시 표현에 감탄했었는데, <코코>는 배경이 밤이다보니 그 색감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언제나 그렇듯 인물묘사, 특히 해골로 표현되는 망자들의 묘사가 수준급이고요.


La Musica ★★★★

디즈니의 또 다른 장기는 음악이죠. 배경이 배경이라, 중남미 색채가 비교적 강하고 통기타 소리가 주를 이루는 음악이 나옵니다. 타이틀곡이자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Remember me’는 정식 버전만 세 가지이고, 중간에 나오는 ‘Un Poco Loco’ 정도를 대표곡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에서만큼은 <겨울왕국>만큼 좋은 퀄리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익숙한 팝 형식의 음악이 아니어서 그랬던 걸까요?


Remember Me ★★★★★

뮤지션을 꿈꾸는 주인공과 음악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가족들. 보통의 영화라면 ‘꿈은 소중하다’와 ‘가족도 소중하다’ 사이를 저울질했겠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직 기억할 것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에 보다 높은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하지만 픽사의 강점은 아이와 어른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이고, <코코>에서는 (의도였건 아니건) 두 대상에게 같은 것 같지만 다른 공감거리를 던집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밝힐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저에게 <코코>는 ‘기억’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기억한다’는 행동은 문법적으로 목적격이 따라오죠. ‘나의 떠나간 연인을 기억한다’라는 식으로요.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기억해주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그리고 그런 존재였던 내가 잊힌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픽사가 표현한 방식에 감탄을 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처럼 영화관이 울음바다가 될 정도였는지는 확신을 못하겠지만, 최소한 잔잔한 감동, 그리고 나는 어떤지 돌이켜 보는 기회를 주는 내용입니다.


Olaf's Frozen Adventure ★★☆

이걸 여기에 써야하나 고민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영화관에서 보실 분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해서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디즈니가 영화 상영 전 단편물을 보여주신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이번에는 겨울왕국의 단편물인 <올라프의 겨울왕국 모험>을 보여주는데...... 이게 퀄리티가 좀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굉장히 정신없고 산만한데 나오는 대부분의 노래도 예전만큼 좋지 않습니다. 제일 심각한 건, 10분 만에 끝날 수도 있는 얘기를 22분이나 끌고 가는 덕분에 산만함이 필요 없이 길어진다는 거죠. 유일하게 좋았던 부분은 엘사가 마법으로 조형물을 만드는 부분(<겨울왕국> 때도 그렇고, 디즈니의 표현력은 언제나 감탄스럽습니다)과 마지막에 나오는 엘사와 안나의 듀엣곡이었네요. 혹시 영화시간에 늦으실 것 같아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영상을 보지 않는다고 손해 보신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만, 그래도 좋은 점을 더 찾아보자면 <코코>의 주제와 어느 정도 통하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엘사와 안나의 듀엣곡 <When We're Together>의 퀄리티는 정말 좋아서, 영화를 보지 않으셔도 한 번쯤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총평 ★★★★
별 하나를 깎은 이유: 강약 조절이 다른 픽사 영화에 비해선 부족하고, 뮤지션을 중요한 소재로 사용했는데도 음악의 퀄리티와 비중이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좋게 평가했는데 왜 별점이 4개지?”라는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음악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테니 생략하고 스토리 부분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일단 스토리 자체는 특별히 흠 잡을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강약 조절에 있어선 약간 실망스러웠어요. <인사이드 아웃>이나 <주토피아>는 굉장히 강약 조절을 잘 하는데, 이 영화는 ‘약 아주살짝강 약 약 살짝강 아주살짝강 마무리’ 이런 식입니다. 긴장감이 약간 부족하다고 할까요? 음악과 비주얼 덕분에 지루하진 않지만, 아쉬웠단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단점을 따로 항목으로 빼지 않고 총평에 간략히 언급한 이유는, 그것이 이 영화의 가치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장점들이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 영화에요.

이런 퀄리티의 작품만 계속 찍어 준다면 디즈니가 미국 영화사를 모두 차지해도 행복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가족이 함께 보러가도, 혼자 보러가도 남는 것이 있는 영화입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한줄평: “아이에겐 가족의, 어른에겐 기억의 소중함을 알리다”


P.S 혹시 수요가 많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분들을 대상으로 조금 더 내용적인 측면의 리뷰를 적는 것을 고민 중입니다. 그 경우엔 [코코를 보신 분들을 위해]로 따로 부제를 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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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프로젝트에서 다녀가요^^
요기요~ https://steemit.com/busy/@tistory/1
앞으로 영화관련 블로그를 운영하실건가요? 좋은데요^^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소재를 찾지 않을까요? 심청이도 있고... 삼환제일검도 있고... 도깨비도 있으니...ㅎㅎ

한국 디즈니 시장도 커지고 있어서 조만간 나올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간 디즈니에서 다루지 않은 소재가 나올 것 같은데, 도깨비가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https://band.us/band/69328058 스팀잇 함께 공부해요^^

초등학교 1학년 딸이랑 같이 봤는데, 딸은 좀 지루해 하기도 했지만.... 영화가 주고 싶은 메시지는 어렴풋이 이해하는 듯 했어요.. 딸보단 제가 좋았네요.... 기억해줘.... 가슴을 울리는 말이죠..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생각해보면 다른 만화들에 비해 선악구도가 명확하거나 한 게 아니라서 어느 정도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점점 디즈니가 어른들에게 좀 더 잘 어필할 수 있게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요. 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코코! 초반에는 조금 지루했었는데 후반부 마지막에 노래부르는 장면이 찡해서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ㅎㅎ 괜찮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

주제곡이 팝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신선한 했던 것 같습니다. Remeber me는 확실히 좋았구요 :) 보팅 꾹 누르고 갑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저도 마지막 마마 코코에게 노래부르는 장면은 여전히 뭉클하네요. Remember Me는 저도 요즘 많이 듣고 있어요 ㅎㅎ

보러 가야겠네요. ㅎㅎ

꼭 보세요! 충분히 보실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ㅎㅎ

영화소개 잘봤습니다^^
보팅하고 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찾아뵐게요 ㅎㅎ

음악은 저도 <겨울왕국>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리맴버미'도 좋긴 했지만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자주 들을 정도는 아니더라구요.. 반면 겨울왕국 ost들은 한동안 들었었다는
잘 읽고 갑니다. 저는 망자에 대한 기억까지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며 퉁쳤었는데 ㅎㅎ 아이와 어른들에게 다른 교훈을 줬다는 관점도 좋은 거 같습니다:)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니었군요 ㅎㅎ 음악이 확실히 조금 취향을 타게 바뀐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겨울왕국 ost 계속 들었었습니다 ㅋㅋㅋ
힘이 되는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런 코멘트 하나하나가 소중하네요 저한텐.

파도 타서 놀러왔어요~
좋은 글 잘보고가요
보팅 및 팔로우하고 갑니다!
https://steemit.com/kr-newbie/@cchstory/5gzgyh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글이란 말씀은 언제나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코코 색감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다른세계랑 연결된 다리나오는 장면 !!

맞아요 저도 그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아이맥스로 봐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짱짱맨 태그에 답이 늦어지고 있네요^^
즐거운 스티밋!

와, 영화 많이 봤다 쓰셨던데.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다방면으로 여러가지를 꼼꼼히 보시네요. 멋져요!!>_<)

과찬이세요 저보다 훨씬 잘 쓰시던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