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10 25년 하계공세작전에 진입한 러시아군과 그 의미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지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글을 쓴 것이 5월 26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전면적인 공세를 시작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전면적인 공격으로의 전환은 정확하게 직흙탕 현상인 '라스뿌띠챠' 현상이 종료되는 5월말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현재 러시아군의 공세를 25년 하계공세로 규정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와 달리 25년 하계공세라고 명명하는 것은 현재의 작전상황이 과거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하계공세는 전쟁의 종결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전적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소모전에 입각한 이제까지의 경우와 달리 대규모 종심타격과 전선에서 지상전투부대의 강력한 압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규모 부대의 기동작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모전때보다 작전템포가 빨라질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러시아는 대량피해를 감수하고 강력한 공세작전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트럼프 등장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전략적 여건조성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공세를 약화했는데 필자는 이런 행동이 트럼프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강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임은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이후 미국과 유럽사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차이가 발생했는데,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이격되도록 하기 위해 매우 조심스런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6월 초에 들어 전면적인 공격으로 보이는 공세행동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완충지역을 확보한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이는 특수군사작전에서 전쟁으로 전환하기 위한 잠정적이고 조심스런 접근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러시아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번 하계 공세를 위한 전략적 여건조성과 함께 무기와 장비의 비축을 위한 준비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드론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렸고 각종 포탄과 탄약도 비축했다. 러시아군 전전선에 걸쳐 북한의 야포 및 박격포가 배치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종심에 있는 전략항공기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가 이번 이번 하계공세를 시작하는데 아주 좋은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종심에 강력한 드론과 미사일 타격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그 이전의 경우와 양상이 다른 것 같다. 얼마전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종심을 공격할 때 주로 전력망과 같은 목표를 타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다 직접적인 군사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가 사실상의 총공세로 나서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 우선 탄약과 장비는 물론이고, 병력이 너무 부족하다. 지금 우크라이나 군은 전략적 예비나 작전적 예비는 고사하고 전술적 예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전선의 종심이 매우 엷어져 있어서 한번 뚫리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러시아군이 작전의 템포를 전격전과 같은 양상으로 높일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쟁의 문법이 변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군은 최소한의 방어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을 위시한 서구국가에서도 드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은 여전히 상당수의 페트리어트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페트리어트 미사일까지 지원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의 공중타격을 막기 위한 페트리어트 미사일은 매우 부족하다. 얼마있지 않으면 페트리어트 미사일도 바닥이 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아주 효율적으로 페트리어트 발사대를 찾아내어서 파괴하고 있다. 미국도 페트리어트 미사일을 무작정 만들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구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적극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국가는 영국과 독일정도다. 프랑스는 눈치를 보고 있으며, 폴란드는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는 양상이다. 동유럽 국가의 상당수는 이미 친러시아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인심은 변하는 법이다. 국제정치에서 힘은 관계를 설정한다. 현재 동유럽 국가들은 힘의 균형이 러시아쪽으로 넘어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서구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이 붕괴되고 러시아의 통제하에 들어가면 다음 전선은 발트해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독일이 가장 적극적으로 발트3국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것도 역부족이다. 우크라이나가 붕괴되고 나면 발트3국도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발트해의 봉쇄를 막기위해 매우 강력한 방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필자는 처음부터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시를 잇은 수왈키 회랑의 확보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현재 러시아군의 작전양상은 대규모 공세작전을 연상시킨다. 지상에서의 진격속도는 과거의 기동전과 같은 양상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소모전에 바탕한 진지전 보다는 매우 빠른 작전템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는 6-8월까지 약3개월간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내의 군사전문가들중 일부는 이번 하계공세에 드네쁘르 강까지 진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미국 일극체제와 패권을 붕괴시키는 제3차세계대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해왔다. 국제관계를 가장 결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전쟁이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2가지측면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전쟁으로 인한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 둘째는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이 그것이다.

필자가 전망하고 있는 기존국제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국제질서의 생성이라는 두가지 현상이 얼마나 빨리 나타날 것인지는 이번 여름 러시아군의 하계공세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공세가 성공적이면 변화의 템포가 더 빨라질 것이고 성공적이지 못하면 더 늦어질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적 국제정치학자들과 언론은 여전히 한미동맹과 한미일 관계강화를 언급하고 있다. 한미관계와 한미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이 중요한 것과 함께 현재 부상하고 있는 브릭스와 SCO와의 관계도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유라시아 진출이 그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북한을 통한 유라시아 내륙으로의 접근이라는 전략적 구상을 하지 못하면 한국은 희망이 없다. 현재 한국이 처한 위기상황은 계수조정이나 예산 또는 과세와 같은 현상유지적 접근방식으로 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존의 판을 완전하게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