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19 정치인과 장사꾼 출신 지도자의 차이 그리고 이번 사건의 국제정치적 함의

미국 대통령 중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 직접 대통령이 된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장사꾼 출신이다. 사업을 위한 협상과 국가간 협상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가간 협상은 아무리 적대적인 관계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뢰라는 것과 매력이라는 것을 혼동하면 안된다. 국가간 신뢰는 내가 한다고 하면 상대방도 내가 한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장사꾼은 내가 한말을 마음대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한말과 뒤에서 한말은 언제나 다르다. 국가간에서 강자와 약자간 약속은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뢰는 다르다.

트럼프를 보면서 장사꾼 출신과 정통 정치인 출신과의 차이를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제대로된 사업가는 신뢰를 생명처럼 여긴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말로만 들었고 실제로는 제대로 보지 못한것 같다.

트럼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는 행동보다 말이 너무 앞섰다. 이란이 무조건 항복을 하지 않으면 무지막지하게 공습을 한다고 했다. 이란은 결사항전을 각오하고 미국의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증거는 없다는 책임있는 사람들의 발언이 나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 총책임자인 털시 개버드는 이란이 핵무장을 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했다. 트럼프는 간단하게 그녀의 보고를 무시했다.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도 이란이 핵무장을 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언했다. 지금 상황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전을 감행했던 부시의 경우와 오버랩된다. 당시 부시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석유를 통제하기 위해 이라크 전을 벌였다.

지금 트럼프는 무슨 이유로 이란과 전쟁에 돌입하려하는지 수수게끼다. 필자는 털시 개버드나 라파엘 그로시의 주장과 달리 이란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은 이란의 핵프로젝트를 무력으로 제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이란에게 말로 엄포를 놓으면 이란이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나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만일 이란이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실제 군사공격을 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만일 이란이 트럼프의 발언을 무시하고 계속 저항했을때, 트럼프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계속 말만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제국으로서의 미국은 권위를 상실한다. 지금은 이란이 미국을 무시하지만 앞으로는 이런나라 저런나라 할 것없이 미국을 무시할 것이다. 미국은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실제 군사력을 투입하면 미국은 자신의 운명을 상황에 맡기는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된다. 이란은 수십년동안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한 국가다. 이란은 전세계에서 가장 잘 훈련되고 준비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항모전단 3개와 항공기 만으로 이란을 굴복시킬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예멘후티 전쟁에서 보듯이 전쟁의 문법이 바뀌었다. 그동안 미국이 전세계를 호령하던 군사력, 특히 항모전단과 첨단 전투기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항공모함과 전투기는 아주 좋은 표적일 뿐이다. 만일 이번에 미국이 이란에게 공격을 받아 항모와 전투기나 전폭기를 상실하게 되면 미국의 힘의 우위는 순식간에 종말을 고한다.

정말 위험한 상황은 이란이 미국의 전쟁개입과 동시에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할 경우다.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상군을 투입하여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군기지를 공격하면 서아시아의 지정학적 질서는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다. 이란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기지는 아무런 대응도 하기 어렵다. 아마도 이란은 특수부대 요원들은 이미 이라크나 시리아의 미군 기지 주변에 배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미국은 서아시아에서 완전하게 밀려난다. 어떤 방책을 구상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미리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 합참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것 같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미국의 개입을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형성된 국제정치질서가 완전하게 붕괴되었고, 거기에는 미국이 가장 앞장선 측면이 있다. 제2차세계대전이후 국제정치질서는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즉 유엔은 전승국인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정치적 제도였다. 그런데 미국 일극체제가 되면서 미국은 유엔을 점차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유엔이 기능이 결정적으로 정지된 것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유엔은 사실상 기능을 정지했다.

국제사회가 무력으로 일국을 강제하려면 유엔의 틀에서 논의를 해야한다. 만일 국제정치체제가 그대로 기능한다면 당연히 이란의 핵능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유엔에서 논의했어야 했다. 미국은 최소한의 그런 논의도 하지 않고 곧바로 군대를 파견해서 이란을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는 유엔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유엔은 원래 미국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미국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필자가 현시점에서 유엔을 언급하는 것은 현재의 국제정치체제가 완전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의 국제정치질서는 오로지 힘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말은 과거 유엔에서 작동했던 국제정치적 규범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주권은 불가침이라는 원칙, 예방전쟁은 불법이라는 원칙과 같은 것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세계는 마치 전국시대와 같이 오로지 힘과 이해관계가 모든 것을 앞서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하루 이틀사이면 트럼프도 결심을 해야 한다. 혹시 이란이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트럼프는 이란과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현명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란과 대화를 통한 출구를 모색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위신과 체면 손상은 불가피하다.

지금 우리는 이미 불과 얼마전과는 전혀 다른 국제정치적 환경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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