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17 이란-이스라엘 전쟁 상황 평가, 4-5일차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충돌은 사실상 전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게 되었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시각을 넖혀서 보면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제3차 세계대전의 일부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란-이스라엘 전쟁이나 모두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전쟁 모두 철저하게 미국의 기획에 의해 발생했다.

패권국가가 전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수지에 맞기 때문이다. 가장 수지가 맞는 국가의 사업은 정복이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대표되는 서아시아의 상황은 미국의 전리품 확보와 유지라는 경제적 이익이 가장 중요한 동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제국은 전쟁으로 수익을 거두기도 하지만 전쟁에서 패배하면 패권을 상실하는 위기를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인 미국이 불과 1세기도 되지 않아 패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한 것은 지나치게 잦은 전쟁 때문이 아닌가 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까지 숫한 전쟁을 치뤘다. 그 중에서 수지가 맞은 전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라크 전쟁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의 석유를 통제할 수 있지만 그런 전리품을 획득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 너무 많았다.

이란-이스라엘 사태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란이 휴전을 언급하고 이스라엘도 휴전을 언급하고 있지만 지금의 사태가 갑작스럽게 평화로운 휴전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다. 사태는 점점 장기화되고 있으며, 군사적 충돌의 양상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것은 미국과 중국의 동향 때문이다. 트럼프는 G7회의 참가를 위해 캐나다에 갔다가 갑자기 미국으로 복귀해서 안보회의에 참가한다고 한다. 미국의 중요 전략자산들이 서아시아 지역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공중급유기와 전략폭격기 그리고 조기경보기 등을 대이란 작전수행에 용이하게 배치전환했다. 남중국해에 있던 니미츠 항모전단도 인도양으로 전환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이다. 사실상 전쟁에 돌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스라엘내 자국 대사관 직원에게 탈출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이런 결정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의 결과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어디에서 전쟁을 벌일것인가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이제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그동안 대만, 한반도, 이란이 전쟁의 후보지역이었다. 미국은 그중에서 이란을 가장 만만한 상대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란과 전쟁에서 앞장세울 수 있는 이스라엘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서아시아에서만 시야를 국한해서 보면 안된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미국-중국-러시아가 각각 어떤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는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먼저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충분하게 지원할 수없게 됨에 따라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은 과거보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양면적인 상황일 것이다. 미국이 이란쪽으로 방향을 돌림에 따라 적어도 대만문제로 인한 성가심은 덜게 되었고 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반면 이란은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다. 연료의 안정적인 확보도 그렇고 일대일로 사업에 있어서도 그렇다. 파키스탄이 이란에 장거리 미사일 수백발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라면 그것은 중국의 의도가 상당부분 작용한 결과라고 하겠다. 중국은 이란에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여러번 밝힌바 있다. 중국의 개입의도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이런 공개적인 의도를 일방적으로 무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제2의 한국전쟁이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전쟁을 하면 그에 해당하는 분명한 정치적 목적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는 그런 목적과 목표가 잘 읽어지지 않는다. 이란의 핵개발을 막는다는 것은 달성불가능한 목표다. 이미 조선의 핵개발도 막지 못한 전력이 있다. 이란을 다루는 것은 조선보도 훨씬 쉽다. 이란은 조선처럼 호전적이지도 않고, 설사 이란이 핵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조선처럼 공식화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서아시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이렇게 전쟁을 일으키고 자칮 패배를 하게 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이란 내부는 이스라엘의 초기 성공적인 공습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빨리 안정화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중에서 누가 더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인가는 굳이 계산할 필요도 없다. 이란은 나라가 크고 이스라엘은 작다. 이스라엘은 한번 타격을 받으면 다시 재건하기 매우 어렵다. 전쟁이란 결국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인구의 잠재력에 의해 결정이된다. 단기 속결전이 아니면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얻을 수있는 것은 없다.

이란의 피해는 언제든지 복구가능하고,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복구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급거 미국으로 돌아간 것은 미국이 직접 전쟁에 참가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가 한다. 만일 미국이 직접 이란과의 전쟁에 참가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만세를 부를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이란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미국이 개입하면 전장은 이라크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란은 지상군을 시리아와 이라크로 보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직접 개입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철저하게 미국의 기획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이 왜 이란문제를 대화와 외교가 아닌 실력행사로 해결하려고 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왜 트럼프가 갑자기 이란을 공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이란이 고개를 숙이고 항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그랬다면 그는 제국의 대통령 자격과 자질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