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25 이란-이스라엘 문제의 군사적 평가, 전략적 열세를 작전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예

서아시아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워낙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비교적 선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이번 사건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실시하면서 분쟁은 전아랍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지금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결로 정리되고 있다. 이란은 직접 나서지 않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예멘의 후티를 이용하여 대리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란이 하는 방식은 과거 미국이 하던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사건의 발단이 하마스 단독의 결정이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런 단독 결정론은 매우 의심스럽다. 당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정세가 매우 혼란스러웠고 미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마스가 단독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아랍세계가 하마스를 지원해줄 것이라는 점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공격을 시작했다. 처음의 공격은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단기간내 가자지대 북부를 장악했다. 초기의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스라엘은 북부지역을 지역별로 나누어 하나씩 타격하고 점령하면서 효과적인 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작전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가자지대의 민간인 피해는 이스라엘 군의 작전보다 원격타격으로 인한 결과가 많았다. 이런 민간인 피해는 소위 미국이 채택한 AI방식을 채용한 기계적인 의사결정과정 때문이 아닌가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받았고 이런 결과는 전세계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내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대에 대한 군사작전에 상당한 반발이 있었고 그런 반발은 주로 민주당내에서 두드러졌다.

가자지대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주춤해진 것은 전세계적인 여론악화와 함께 미국내 민주당 지지성향의 세력들이 극렬한 반대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이든 정권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도 점점 곤란해졌다. 이스라엘 군이 주춤하는 사이에 하마스는 강력하게 공세를 벌렸고 이스라엘군의 피해도 상당히 늘어서 지속적인 공격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로지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이 미국과 유럽 및 아랍세계의 반발로 인해 군사작전의 강도를 줄여나간 것은 상당한 실책이라고 하겠다. 어차피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어 버렸다. 이스라엘은 외부의 비난으로 군사작전은 군사작전대로 성공하지 못하고 전쟁범죄에 대한 비난은 비난대로 받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결심했다면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가장 신속하게 작전을 종결시켜야 했다. 이스라엘이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하마스를 축출하는 것이었는데 그에 실패한 것이다. 그 이후 군사적 충돌은 장기화되면서 지금까지 질질 끌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략적으로 매우 불리한 입장이다. 전략적으로 불리한 것을 작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이제까지 누차 언급한 것 처럼 전략적 열세를 작전적 탁월함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중동전쟁에서 작전적 탁월함을 보여주면서 전략적 열세를 극복했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군사적으로도 주변의 상대국가와 비추어 우세하지 않다. 이미 전쟁의 양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드론과 미사일이 전쟁을 주도하는 무기체계가 되었다. 드론과 미사일은 빈자의 무기체계이다. 비교적 저가로 충분하게 무장활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열세라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스라엘이 불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소모전이다. 소모전을 강요당하면 그 어떤 군사적 탁월함으로도 극복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란은 전략적인 사고능력에서 이스라엘을 한참은 앞서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스라엘은 붕괴된다. 이미 이스라엘의 내부는 무너지고 있다. 경제와 산업이 모두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타격하는 것도 헤즈볼라와 군사적 결전을 빨리치루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지금의 난관에서 벗어나는 길은 가장 신속하게 헤즈볼라와 이란을 대상으로 군사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비정상적이고 비인도적인 타격을 가한 가장 첫번째 이유는 헤즈볼라가 방어진지에서 벗어나 공격작전으로 전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점령지로 진출해서 군사작전을 하면 패배한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바와 같이 잘 준비된 방어진지와 시가지에 진입할 경우, 이는 사실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준비된 방어지대를 벗어나 공격작전으로 전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헤즈볼라가 흥분해서 이스라엘의 요구대로 공격작전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이스라엘과 군사적 충돌에 있어서 헤즈볼라에게 전략적 지침을 내리는 것은 이란이라고 하겠다.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예멘 후티로 이어지는 일련의 군사적 대응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철저하게 이스라엘을 소모시키고자 한다.

이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개입이다.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과 충돌을 일으키면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개입한다고 해서 이란이 패배한다는 말은 아니다. 미국이 개입한다고 해서 이란에 대해 군사적인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아마도 미국의 항모나 항공기 상당수가 피해를 입을 것이고 그럴 경우 미국은 군사적인 재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도 대만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말을 향할 것이다.

미국이 이란에 개입하는 것을 가장 기대하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다면 앉아서 말라죽어가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의 이스라엘은 이란과 1대1로 싸워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은 이런 상황을 충분하게 파악하면서도 미국의 개입은 한사코 피하고자 한다.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이란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리를 하더라도 피해는 불가피한 것이다. 피루스의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이란이 계속 유화적인 제스츄어를 보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란은 갑자기 미국에 대해 핵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행위는 미국이 혹시라도 서아시아지역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기만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손자가 이기고 싸운다는 말을 했는데 여기에서 이긴고 싸운다는 말은 여러가지 층위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중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전쟁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무차별 폭격하여 민간인 피해를 일으키는 것은 자신들이 조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처럼 몇달만 더 가면 이스라엘은 제풀에 넘어지고 말 것이다. 이란은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초반의 가자지대 군사작전을 성공시켰어야 했다. 이스라엘이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으나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미국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지는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