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17 미러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무조건 항복과 세계사적 방향전환
8월 15일의 미러 정상회담은 부시와 고르바쵸프가 냉전종식을 선언했던 1989년 12월 2일의 말타 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8.15 미러정상회담은 미국 패권의 종식과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종식을 의미하는 계기로 평가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러 정상회담의 내용이 조금씩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같다.
첫째, 푸틴은 트럼프에게 현재 우크라이나 군이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게 양도할 것을 요청했다.
둘째, 우크라이나는 향후 NATO에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한다.
셋째, 우크라이나는 비군사화, 탈나찌화 된다.
위의 내용은 푸틴이 트럼프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것이다. 언론보도에서는 트럼프가 푸틴을 몰아부친 것처럼 포장이 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트럼프가 푸틴에게 완벽하게 굴복하고 항복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8.15 정상회담이후 유럽정상과 젤렌스키와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트럼프는 푸틴의 요구를 유럽과 젤렌스키에게 통보하고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트럼프는 이런 요구를 수용하는 댓가로 러시아로부터 뭔가를 받았을 것이다. 필자가 그동안 예상한 것은 크게 세가지 정도다. 첫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와 자산에 대한 보장, 둘째, 우크라이나 전후 개발에 참여, 셋째 북극해 운항에 참가 등이다.
트럼프가 푸틴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단순하게 러시아와의 협력이나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지금처럼 전쟁이 계속되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군사적 점령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을 분명하게 파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푸틴은 아마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을 충분하게 설명해주었고, 트럼프가 푸틴의 양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를 납득시켰다고 생각한다.
최근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며칠전까지만해도 러시아와 중국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관세를 가할 것 같이 행동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트럼프는 유럽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대해 가혹간 관세를 부과한 것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은 미국이 패권의 종식을 인정하고 자신의 영향권을 확보하고 지키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은 유럽과 일본 그리고 한국 같은 자신의 하위파트너 국가에 대한 통제와 장악을 확실하게 하는대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그들의 입장과 영향력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이런 입장의 변화는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절대적인 군사력 열세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무기에 있어서는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열세이다. 최근 전쟁양상에서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는 드론과 미사일 능력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이다. 특히 방공미사일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숫적 질적 열세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관해서는 북한보다 개발이 뒤처져 있다. 미국이 한국의 도움을 받아 군함을 더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그것도 이미 무의미하다. 미국이 지금 아무리 군함을 만들어도 중국 해군을 추월할 수 없다. 임계선을 한참은 지나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규모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국주의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 유럽과 같은 과거의 동맹국들은 미국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 질서와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다극적 호혜적 질서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체제가 축소되는 새로운 제국주의 질서에서는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유럽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이미 글로벌리스트에게 포획되어 있어, 유럽 대중의 생각처럼 미국의 통제에서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의 트럼프와 유럽의 정치지도자들간에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입장이 다른 것은 약해진 미국의 힘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국력운영을 축소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실용적 입장과 전세계적인 자본의 제한받지 않는 이윤확보를 추구하는 글로벌리스트의 힘이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 경우든 러시아와 중국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겠다. 글로벌리스트들은 자신의 입장을 수정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 주도의 패권은 매우 급격하게 붕괴될 것이고 미국적 자본주의 체제도 급격하게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건이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인 것이다.
다음주 정도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젤렌스키가 푸틴의 조건을 수용할 것인지 말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어떤 결과과 되던 미국은 유럽에 대한 영향력의 상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유럽이 지금처럼 하나로 단결해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유럽은 '의지의 연합'을 통해 NATO를 대체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지의 연합은 실질적인 힘에 기초하지 않은 '말의 연합'에 불과하다. 아무런 실질적 대응도 할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 유럽도 분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의 세력균형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앞으로는 영국이 빠지고 독일과 프랑스도 서로 분열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독일이나 프랑스가 러시아와 손을 잡았을때 유럽은 가장 안정적이었다.
앞으로 살펴보아야 할 지점은 트럼프와 유럽 정상회담이후 독일과 프랑스 중에서 누가 먼저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고 하는가일 것이다.
이번 8.15 미러 정상회담은 역사적 방향의 전환이라는 세계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세계사는 여전히 유럽에서 역사진행의 향방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은 동아시아의 방향은 이미 중국의 등장으로 정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불과 얼마전과 전혀 다른 국제정치적 상황에 살고 있다. 아쉬운 것은 한국의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이런 변화하는 상황을 미리 감지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현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능력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그것은 식민지 국가와 사회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우리도 이제 이런 지경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