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11 대통령 취임 20일 트럼프의 정책과 한국에 대한 함의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변화들이 관찰되고 있다. 원래는 국내의 변화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최근 트럼프의 미국이 보이고 있는 변화를 먼저 짚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국이 추동하는 국제정치경제의 변화가 한국내부의 변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트럼프는 이제까지 미국이 행동해오던 방식과 상당히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세기와 20세기 초에나 가능했던 노골적인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둘째,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행사는데 핵심적인 수단이었던 군사력보다 관세와 같은 경제적 수단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번째, 미국은 정보공작을 폐기하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은 직접적인 군사력의 이용과 정보공작을 통해 상대국가들을 장악했다. 트럼프는 정보공작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었던 USAID와 NED를 사실상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네오콘이 주도하고 있던 이런 기관들이 노골적으로 트럼프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네번째, 미국은 패권유지의 활로를 여전히 내부개혁이 아닌 외부의 여건개선에 두고 있다. 미국이 패권을 점점 상실하게 된 것은 내부의 모순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의 지나친 집중이 미국 경제의 활로를 가로 막았다. 이런 현상은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하에서 모두 동일한 양상이었다. 바이든에 이어 트럼프도 부의 지나친 편중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없는 것 같다. 트럼프 역시 가진자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전에 미국 패권을 평가하는 6가지의 범주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1 설득력(도덕적 우위)
2 기축통화기능(경제력)
3 교역로 통제능력(군사력, 해군력)
4 정보작전 능력(외국 정권에 대한 개입 능력)
5 식량과 에너지 장악
6 과학기술의 우위
6가지중에서 미국은 1 설득력(도덕적우위), 3 교역로 통제능력(군사력, 해군력), 3 정보작전능력, 6 과학기술의 우위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가장 위협받는 분야는 6 과학기술의 우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이 미국의 과학기술의 우위를 추격하는 것은 이미 시간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인 중국은 자본주의체제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자원의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6가지 중에서 4가지를 제외하면, 미국이 아직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은 2 기축통화기능(경제력), 5 식량과 에너지 장악이다. 바이든이 가자지대의 휴전을 성사시키고 이란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서아시아지역의 에너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USAID와 NED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은 미국이 앞으로 정보공작과 군사력 투사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은 가급적 고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정보공작은 그들이 핵심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그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하겠다. 앞으로 한국 언론과 지식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면 미국 정보공작의 동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한국정치인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편향적 지지와 한국 언론과 지식인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편향적인 태도는 미국 정보공작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계엄령이전부터 시작된 국정원과 국방정보본부의 거짓정보 유포도 미국 CIA의 정보공작의 일환이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트럼프는 미국내 정치과정에 개입하는 USAID와 NED가 눈의 가시라서 폐지했겠지만, 사실 이런 조치는 미국의 향후 대외정책에 상당한 도전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유럽은 가까스로 소위 극우세력의 전면 등장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USAID와 NED가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USAID와 NED 뿐만 아니라 CIA요원도 대폭 감원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정보공작을 어떻게 해나갈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으나, 적어도 단기적인 영향은 미국에게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은 정보공작으로 가까스로 유럽의 정치적 격변을 막고 있었다. 동유럽과 서유럽 할 것없이 마찬가지였다. 서유럽에서는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민족주의세력의 등장을 막기 어려울 것이고 동유럽은 노골적인 친러로 돌아서는 국가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루마니아에서 현대통령이 친러세력에 의해 탄핵을 압박받고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루마니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이번 루마니아 대통령 사임으로 다음에는 친러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동유럽 전체의 분위기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로 전세계를 위협하는 것이 어떤 노림수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국제경제질서를 혼란에 빠지게 함으로써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을 공황에 빠뜨리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이 금을 많이 모으고 있다고 하는 보도가 있다. 영국에 있는 금이 매우 빨리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금가격이 계속상승하고 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고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 국채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천문학적 국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과거와 같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통제불가라고 하는 4.3을 넘은지 오래되었고, 30년 장기물의 금리는 4.7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정책금리를 내렸으나 장기물 국채금리는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이미 중국과 러시아 및 상당수 브릭스 국가들은 미국과의 경제관계가 크지 않다. 중국만해도 미국과 교역량이 전체 GDP의 3%미만에 불과하다. 중국도 트럼프의 관세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경우 최근 미국과 교역수주은 냉전직후의 1992년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는 동맹국의 경제를 약화시키고 붕괴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집권초기라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 미국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둡기만 하다. 미국은 과거처럼 한국을 특별대우할 형편도 되지 못하고 그럴 이유도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은 대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외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추진해나갈 정치세력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