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19 트럼프와 푸틴의 휴전합의와 미국의 후퇴, 우크라이나에서 서아시아로

트럼프와 푸틴이 30일간 서로 에너지와 인프라시설에 공격을 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30일간의 전면적인 휴전을 추진했으나 푸틴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미국은 30일간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타격을 하지 않는다는 안을 제의했고 푸틴은 이를 수용했다.

합의이후 미국은 기자회견을 실시한다고 했으나 취소했다. 소문만 요란했고 별로 실속도 없은 회담결과로 기자회견한다는 것이 머쓱했을 것이다

이번회담은 러시아가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려고 한다고 전쟁발발이후부터 주장했다. 필자는 러시아가 갈리시아 지방을 폴란드에 넘겨주고 칼리닌그라드로 연결되는 통로의 할양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땅과 자원을 지키고자 하겠지만 러시아가 미국의 바람대로 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외교가 아니라 힘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장악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조금씩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독자적인 안보를 구상하고 이미 실천에 들어가고 있다. 유럽의 이런 움직임은 불가역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미국 달러지수가 하락하고 있고 유럽의 화폐가 상승하고 있다. 유럽의 주체성 강화는 결국 유럽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천천히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나가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러시아의 이런 시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자본을 지키려면 러시아와 전면전을 불사해야 한다. 이미 전쟁수행능력을 상실한 미국이 러시아와 전면전을 다시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게다가 미국이 자신했던 경제적 공격은 오히려 러시아 경제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으로 부활했으며, 산업구조도 개혁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산업생산국가로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는 러시아 경제가 훨씬 견실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미국이 러시아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 회담에 대한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중에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레빗 대변인은 "두 정상은 이란이 결코 이스라엘을 파괴할 위치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공유했다"고 밝힌 것이다. 아마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이 발언 뒤에는 이스라엘이 서아시아지역에서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트럼프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와함께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기하고 차라리 서아시아지역으로 집중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추정도 가능하게 한다. 미국이 최소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패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쟁에서 패배하고 자신의 투자자본을 지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더라도 서아시아와 이스라엘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가 오히려 이스라엘의 안위를 더욱 위태롭게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수에즈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고 이스라엘의 존속을 보장함으로써 서아시아에서는 더 이상 밀려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같다. 그러나 그런 의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미국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란을 굴복시켜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미국이 이란을 굴복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타격의 가능성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감행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패배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이란에 승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한 언급을 함으로써 러시아가 개입하지 말라고 하는 신호를 보냈는지 모르겠으나, 사실상은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의 권리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미국과 러시아의 30일간 에너지와 인프라 타격 휴전 합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퇴각하고 서아시아에 전선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본격적인 후퇴의 방향으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요며칠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국제정치적 사건들은 과거같으면 수년간에 걸쳐 일어날 일들이 압축적인 양상을 띠면서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