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03 트럼프의 '축소전략'과 유럽에서의 힘의 진공상태가 초래할 변화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백악관 언쟁이후 전세계가 시끄럽다. 미국과 한국은 주로 젤렌스키가 크게 실수를 했다는 평가인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반응을 보면 평가를 달리해야할 것 같다.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대담을 모두 다 보았다. 젤렌스키는 아예 파토를 놓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젤렌스키의 행동과 유럽의 반응을 보면 양자간에 사전에 어느정도 협의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우크라이나 문제를 넘어 유럽의 국제정치질서 그리고 더 크게 보면 미국중심의 국제질서가 완전하게 재편되는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을 무시하고 있지만, 유럽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15세기 이후 20세가까지 약 5세기 동안 세계사를 주름잡은 곳이 유럽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역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1세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등장한 것은 겨우 10여년 전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유럽이 새롭게 기지개를 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역시 트럼프의 대외정책이다. 트럼프는 제2차대전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을 전면 폐기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미국이 이런 길을 가게 된 것은 역시나 경제 및 재정문제다. 미국의 공공채무가 36조를 훨씬 넘어서 37조를 향하고 있다. 머스크가 연방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예산을 절감한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 국채의 이자가 미국 군대의 예산을 훨씬 넘었다. 얼마있으면 국채 이자가 국방비의 2배를 넘을 상황이다.
미국은 국가운영 전체를 혁신하지 않으면 국가부도가 날 상황이다. 미국 국내정책 뿐만 아니라 대외정책도 모두 수정해야 한다. 이제까지 드러난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축소전략'이다. 트럼프는 비용이 들어가는 대외정책을 모두 축소 혹은 폐지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NATO 다. 트럼프의 축소전략도 우선순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첫번째가 유럽, 두번째가 서아시아인 것 같다.
동북아시아는 어떻게 할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면 한반도에서의 미군주둔도 상당부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주일미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주일미군 정책도 달라질 것이다. 최근 미국이 대만안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가장 시급한 당사자인 유럽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은 미국과 동맹정책으로 안보무임승차를 했다. 트럼프는 더 이상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그런 생각은 우크라이나에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축소전략'을 추구하면서, 즉각적인 힘의공백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힘의 공백사태는 미국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던 곳에서 더 큰 진공상태를 초래한다.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군을 한다고하니 당장 그 지역에 있던 크루드족이 튀르키예와 협상에 나섰다. 크루드가 더 이상 미국의 후원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튀르키예와 협상에 나선 것이다.
유럽은 즉각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연합조약'의 출범을 서두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러시아의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 유럽3개국은 폐쇄적 성격의 안보조약을 만들고 더 이상 미국에 기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유럽발 자주국방인 셈이다. 이 조약은 발틱국가를 배제하고 서구 중심의 안보체제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발틱국가와 동유럽 및 발칸지역은 러시아와의 완충지대로 보는 것 아닌가 한다. 이들은 '유럽연합조약'을 '제4제국'이라고 하기도 한단다. 히틀러의 제3제국이후 유럽이 제4제국을 꿈꾸는 것 같다.
유럽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의 축소전략에 따른 유럽의 국제정치적 진공상태를 매우려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힘을 쓰는 국가는 프랑스다. 유럽대륙에서 유일하게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자신의 핵무기를 유럽의 안보를 위해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등장이후 매우 빠르게 유럽의 국제정치적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럽의 집권세력은 모두 자유주의적 성향이다. 이들 집권세력이 최근 유럽에서 대두하고 있는 민족주의적 성격의 권력으로 바뀌어도 현재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주적인 움직임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이렇게 뭉치면 국제정치에서의 힘의 역학관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금의 유럽이 완전하게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유럽의 제4제국 시도가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유럽은 새로운 국제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문제는 러시아가 유럽의 이런 동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마 러시아도 트럼프 이후 유럽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아마도 전장의 상황일 것이다.
러시아는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번째는 미국의 지원이 없는 상황을 이용해서 강력하게 공격하여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 두번째는 유럽의 동향을 보아가면서 군사행동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의 태도를 보면 구소련권 국가들은 러시아의 완충지대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러시아로서는 그리 시급하게 공세적 군사행동을 서두를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속도를 조절하면서 유럽 및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시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이 아닌 유럽과 협상을 하게 되면, 미국의 유럽에서의 영향력은 완전하게 소멸된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제거되는 상황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세상의 모든 일은 앞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뒤에서의 작용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제정치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상황이 어떠하던 이미 유럽에서 힘의공백을 발생했다. 그것을 감지하느냐 아니냐가 실력이다. 유럽은 이미 감지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당장은 강력하게 보이지만 이번 일로 미국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은 과거와 다른 상황이 되었다. 미국은 젤렌스키를 제거하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유럽과 러시아가 젤렌스키를 보호하려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