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27 조선의 2국가체제에 대한 임종석의 발언과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
조선이 2국가체제를 선언했다. 조선의 이번 선언은 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취소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조선은 통일은 포기하고 남과 북이 각각 국가로 살자는 의미다.
조선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한국의 정치세력은 마치 조선이 반통일 주장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런 반응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동안 한국은 사실상 통일을 반대하는 정책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일정책은 크게 두가지 방향이 있었다. 첫번째는 김대중 정권의 남북화해협력 정책 두번째는 북한의 붕괴이후 흡수통일이었다. 첫번째 남북화해협력 정책은 김대중이후 포기했다. 민주당 계열의 노무현 당시부터 이미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상황이었고, 문재인 정권은 남북관계를 자신의 국내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한 소재로 활용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통일정책은 북한 붕괴이후 흡수통일 정책밖에 없다. 한국은 사실상 스스로 남북기본합의서의 기본 취지를 파기한 것이다. 조선이 1민족 2국가체제를 선언한 가장 기본적인 이유를 한국내 진보세력들이 민족문제에 더 이상 관심이 없으며 이런 경향은 다시 되돌리기 불가능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책과 노선의 변경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한번 바뀌면 다시 되돌아가기 어렵다. 정책의 변화는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결정적인 정세의 변화가 예상될 경우에 가능하다.
조선이 2국가체제를 주장하니 한국의 정계는 마치 조선을 반통일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사실상 2국가체제의 국가연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의 2국가체제는 한국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더 가깝게 접근한 것이다. 조선의 2국가체제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의 2국가체제 선언이후 실로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임종석이 2국가체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임종석이 2국가체제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담론을 지배할 수 없다. 조선이 민족관계에서 국가관계로의 전환을 주장하면 한국은 이를 반대하고 조선의 주장을 되돌리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없다. 게다가 조선의 바뀐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은 오히려 한국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더 가깝다.
한국이 헌법에 영토조항을 언급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한국 헌법의 영토조항은 현실이 변하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영토조항이란 것이 선언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2국가체제가 최종적으로 통일로 가기위한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즉 헌법의 영토조항과 조선의 2국가체제는 전혀 모순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문제는 누가 조선의 2국가론을 지지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임종석은 남북관계의 기본적 신뢰성을 붕괴시킨 문재인 정권의 운영자였다. 임종석은 조선의 2국가체제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자격도 없다.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문재인 정권의 운영자가 조선의 2국가론을 지지한다고 나오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조선이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책임을 지적한 것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임종석의 발언중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북한 붕괴시’의 상황을 고려해서 조선의 영토가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2국가체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 2국가체제를 수용하면 조선의 영토에 대한 처리에 대해 한국이 관여할 국제법적 권리는 전혀 없다.
게다가 임종석이 ‘북한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들 중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붕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사람들인가를 알게 된다. 조선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 그들의 상황에 대해서 이토록 무지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현재 조선은 가장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전쟁위협과 주변국가의 군사적 위협에서 완전하게 벗어났다. 수차례에 걸쳐 언급한바 있지만 조선은 그동안 미국 못지 않게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다시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경제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이다.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피해서 이미 플러스 성장으로 진입했다. 경제성장률이 공식적으로 3.0%를 넘는다는 보도가 있고, 비공식적으로는 10%를 넘는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의 붕괴를 점칠 때인 고난의 행군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선의 경제상황은 개선되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조선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착각에 불과하다. 인민들이 굶어죽어갈 때도 조선은 붕괴되지 않았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
외교적으로도 조선은 최악의 고립에서 벗어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조선은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까지 체결하는 상황이 되었다. 러시아는 북한비핵화를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IAEA의 북한비핵화 권고를 무시했다. 조선은 러시아와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외교적 고립을 탈피한 조선이 붕괴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은 국내정치적으로 확고한 기반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과 원로 정치인들의 숙청을 별의미 없이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은이 권력장악초기에 시행한 숙청은 국내권력기반을 완전하게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방이후 조선에는 크게 세번 정도의 정치적 숙청이 있었다. 첫번째는 한국 전쟁 당시 허가이를 중심으로 한 소련파와 박헌영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 계열의 숙청, 두번째는 58년 8월 종파사건으로 중국계열의 연안파 및 소련계열의 고려인들의 숙청이었다. 두번모두 김일성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 일어났다. 김정일은 두번의 숙청으로 인해 권력을 안정적으로 물려받았다.
세번째 숙청은 김정은의 장성택 숙청이다. 장성택 숙청은 친중파 숙청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이복형 김정남 제거 및 원로들의 숙청을 통해 권력을 완전하게 장악했다. 김정은의 숙청에는 김일성이후 지금까지 김씨 일가의 가장 강력한 권력기반이 되고 있는 동북항일연군 세력들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하겠다.
김정은의 조선은 김정일의 조선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권력또한 강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직도 ‘북한 붕괴'운운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이 조선과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려면 기존의 정치세력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나야 한다.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의 2국가체제 지지를 비판하면서 여전히 북한붕괴론에 바탕한 민족통일론에 기반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남북관계는 더 이상 답이 없다는 것을 알수있다.
이재명 또한 북한을 붕괴시켜 흡수통일하자는 주장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주장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재명과 윤석열 모두 한국이 조선을 흡수통일할 능력과 의지라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
임종석은 남북관계 파탄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자다. 그런자가 조선의 2국가론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옳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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