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피로와 잃어버린 빛의 행성

우주선 스텔라 바가본다는 신비로운 행성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보라색으로 빛나는 하늘 아래 두 개의 달이 어둠 속에서 등대처럼 반짝였다. 제피로는 하얀 우주복을 입고 투명한 헬멧을 쓴 채 처음으로 은빛 가루가 깔린 땅에 발을 디뎠다. 그의 발자국은 가벼웠고, 마치 공기처럼 부드러웠다. 그는 알록달록한 바위와 맥동하는 빛을 내는 식물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때, 갑자기 이국적인 덤불 사이에서 반짝이는 빛이 켜졌다. 제피로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멈춰 섰다. 천천히 다가가자, 황금빛을 발산하는 작은 구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구체는 서서히 움직이며 제피로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그는 반짝이는 수정 기둥과 빛의 강 사이를 지나며 구체를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 앞에 도착했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잊혀진 신전 같았다. 벽면에는 수수께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양들은 한때 이 행성에 살았던 빛의 존재들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구체는 신전의 중심에 놓인 받침대 위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그러자 갑자기 신전 전체가 눈부시게 밝아졌다. 천장에서는 수천 개의 작은 빛이 피어올라 하늘로 솟아올랐다. 마치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힘이 깨어난 것만 같았다. 이 행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제피로는 눈을 크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 잊혀진 세계에 빛을 되찾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별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자신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그는 우주선 스텔라 바가본다에 올라탔다. 저 멀리, 이제 이 행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