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에게 뜻밖의 기립박수를 받은 이유

in #health7 years ago (edited)

오랫동안 내 몸을 맡긴 주치의가 벌떡 일어나더니 우렁차게 박수를 쳤다. ‘이런 게 바로 제대로 된 기립 박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동작엔 절도와 힘이 있었다.

지난해 초였다. 동네병원 내과전문의인 내 주치의는 고혈압·고혈당의 위험성을 들어, 약물 복용을 강력히 권했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 대신 3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압과 혈당을 잡아보겠노라고 큰 소리를 땅땅 쳤다.

내 얼굴에서 철석 같이 굳은 각오가 보였는지, 그는 돌연 태도를 바꿔 “그렇다면, 한 번 해보세요. 잘 안되면 그 땐 약을 드셔야 해요.”라며 다짐을 뒀다.

환자에 대한 배려와 친절이 몸에 밴 의사이지만, 건강에 관한 한 공갈·협박식 강권도 마다하지 않는 그였다.

사실, 몸무게가 키에 비해 무려 10kg 이상 더 나가는 사람이 3개월 안에 정상을 되찾기란 썩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약속을 한 만큼, 마음을 다잡았다. 식사량을 확 줄이고, 걷기 중심의 운동을 평일의 경우 3시간 이상, 휴일엔 8~10시간이나 했다.

우선 먹거리 리스트에서 그토록 즐겨 마시던 믹스 커피와 커피 모카를 가장 먼저 지웠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로 대신했다. 또 식사는 가급적 하루 두 끼 하려고 애썼다.

아침식사로는 미숫가루 또는 우유, 흑마늘, 사과 반 쪽을 섭취했다. 점심은 구운 달걀 2개(노른자위는 1개만 먹음)와 율무차 한 잔으로 때웠다. 그리고 둥글레차,연근차, 현미 녹차등을 타서 큰 보온병으로 3~5병을 마셨다.

저녁에는 야채·채소를 두루 넣은 샐러드나 간편식, 죽 등을 소량 먹었다. 구운 고구마를 3~4개 먹기도 했다. 바나나도 배고픔을 물리치는 좋은 건강식이었다. 피치 못할 저녁 약속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좀 많이 먹으면, 다음날에는 쫄쫄 굶기도 했다. 특히 주말에는 그랬다.

담배는 몇 년전에 과감히 끊었지만, 술은 이따금 몇 잔씩 마셨으나 술친구들을 대부분 줄였다.

하지만 식이요법의 골격이랄까 비법은 역시 당(설탕)과 함께 탄수화물이 듬뿍 든 밥·빵·떡과 담을 쌓는 것이었다. 특히 ‘빵돌이’로 불릴 만큼 좋아하던 파리바케트 빵을 완전히 끊었다. 떡은 평소에도 썩 좋아하지 않으니 큰 문제 없었다.

걸신 들린 듯, 게걸스럽게 많이 먹던 밥도 하루 두 공기 미만으로 확 줄였다. 그러길 3개월. 얼굴이 반쪽이 되고(?) 배가 쏙 들어가 대부분의 바지가 커졌다. 드디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혈액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렸다.

주치의 병원에서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갔다. 그가 기립박수로 나의 과감한 다이어트와 엄청난 운동 시간을 칭찬하고 격려해 줬다.

대사성 증후군 환자. 나 같은 사람을 의사들은 그렇게 불렀다. 성인병인 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콜레스테롤 등을 두루 안고 사는 가엾은 사람들이다. 그걸 독한 마음으로 약 없이 모두 해결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여간 대견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몇 개월이 흐른 뒤에 문제가 생겼다. 족저근막염이 발생한 것이다. 운동, 특히 걷기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정신 자세도 해이해 졌다. “에라 모르겠다, 먹자! 마시자!”

얼마 전 다시, 불쌍한 대사성 증후군 환자 대열에 끼게 됐다. 봄을 앞두고 또 대결심을 한다. 예전의 다이어트를 이번 주 초부터 감행하기 시작했다. 또 다행히 족저근막염 증상이 거의 없어져, 주변의 대모산 등산과 둘레길 걷기를 땀 뻘뻘 흘리며 실천했다.

그리고 오늘, 오랜 만에 ‘노르딕 워킹’을 했다. 스틱 두 개를 뒤로 젖히며 가기 때문에, 그냥 걷는 것보다 열량을 훨씬 더 많이 태울 수 있다. 또한 자연적으로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봄이 코앞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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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입니다^^

옙. 감사합니다.

운동을 해보면 재미가 있는 게 좋더라고요. 안 그러면 얼마 못가 그만 두게 되니까요. 저는 얼마 전에 프리라인 스케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배우는 과정이 장난이 아니네요. 날마다 조금씩 느니...마치 스팀잇 적응과 비슷 ㅎ 무튼 좋은 결과 기대합니다. 봄입니다

프리라인 스케이트는 웬지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그러니 좀 익히면 성취감이 들 것 같습니다. 활발한 봄 맞이를 위하여! ㅎ

건강한 다이어트 응원합니다
100팔로이벤트 많은참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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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시 다른분에게 양보하셔야겠네요ㅋ

홧팅하세요! 이벤트 아이디어 좋네요.

좋은 글 잘보고 팔로우 했어요! 서로 소통해요~

감사합니다.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게 소통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