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kr-fiction_검은 고양이_완결

in #fiction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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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은 방 안에서 자고 있던 동생을 교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수사 결과 본드 흡입으로 인한 심각한 환각 상태에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우경은 조사를 받는 내내 검은 고양이 귀신을 봤다고 떠들어댔다.

환각 증세에서 완전히 회복된 뒤, 처음엔 자신의 행위를 부정했던 그는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마침내 동생을 살해한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허나 횡설수설이지만 동생을 살해한 동기에 관한 허무맹랑한 증언만은 철회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어갔다.

“그건 동생이 아니라 검은 고양이 귀신이에요. 저는 동생을 때리지 않았어요. 동생을 죽인 게 아니라 검은 고양이를 죽인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제가 죽였던 그 검은 고양이가 동생 몸에 들러붙은 걸 거예요. 맞아요. 그거예요. 검은 고양이 귀신이 붙어서!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

우경은 판결이 내려질 날까지 독방에 수감되었다.

우경은 운이 좋았다. 아직 어린 우경에 대한 배려인지 우경이 수감된 독방엔 창이 나 있었다. 꽉 들어찬 달이 뿜는 푸른 빛이 창을 넘어 들어와 감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비좁은 교도소 독방의 침상 위, 우경은 옆으로 누워 벽에 바짝 붙어서는 죽은 듯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검은 먹구름이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 조금씩 보름달을 집어삼키는가 싶더니 이내 달은 먹구름 뒤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우경의 독방에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순간 우경이 파르르 떨며 몸을 살짝 웅크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우경은 이내 완전히 몸을 일으켜 침상 위에 똑바로 서더니 주변을 몇 번이나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천천히 상반신을 굽히더니 침상에서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기민하고 날렵한 동작이었다. 작은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거기다 우경은 두 발이 아닌, 양 손을 더한 네 발로 감방 바닥 위에 떨어져 섰다.

우경은 그렇게 네 발로 감방을 휘휘 돌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사뿐사뿐 네발로 감방 안을 원을 그리며 걷는 우경의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이내 먹구름이 걷히며 조금씩 푸른 달빛이 다시 창을 넘기 시작했다. 문득 창밖에서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우경이 동작을 멈췄다. 등을 위로 바짝 치켜세우더니 고개만 슬며시 돌려 창 쪽을 향했다. 잘못 본 것일까? 우경의 눈동자는 마치 고양이의, 짐승의 그것처럼 달빛을 반사하며 안광을 뿜고 있었다.

순찰을 하던 교도관은 뜬금없이 어디선가 고양이가 그르렁 목을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뒤이어 작지만 또렷한, 난데없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이어지자 교도관은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발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