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05일 수요일] 오늘의 일기

in #diarylast month (edited)

오늘도 이렇게 간다.

어제도 그렇게 갔다.

내일도 똑같이 흘러가겠지.

인생낭비감이야 말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불쾌감 중 하나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 몇 년째 하기도 싫은 일들을 하며 시간을 돈으로 치환하며 불쾌감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삶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제일 경계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결국 이렇게 살고 있구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그렇게 되뇌였건만

돈에 한이 맺혀 돈 한 번 제대로 벌어보자고 스스로 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내려놓았더니

결국 삶이 이 꼬라지가 났구나.

다음생 따위는 없다는 걸 안다.

한 번 뿐인 이번 생인데, 앞으로도 아무런 특별한 이벤트 없이 이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올까봐 너무 두렵다.

다 내려놓고 경기도 외곽 터 좋은 주택 하나 매입해서 요리하고 악기 연주하고 텃밭 가꾸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하늘을 보며 살고 싶다.

언젠가 그런 때가 찾아온다면, 마당 한 켠엔 동백나무를 한 그루 심어 볼 요량이다.

겨울에 피는 꽃 동백

내 겨울도 꼭 동백 같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