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2일 수요일] 오늘의 일기
앞으로는 "그냥"이라는 말을 자주 해야겠다.
요즘 무의식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거야 말로 내가 목적주의에 얼마나 세뇌돼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편인 것 같다.
습관이 무섭다는 게 진짜 운동을 하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밥을 먹으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일을 하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잠을 자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아니 뭐가 꼭 의미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거냐?
나도 모르는 새 목적주의 망령에 지독하게도 세뇌된 것 같다.
아니 그냥 그냥 좀 그냥 좀 하자.
그냥 열심히 했는데, 즐거우면 베리 땡큐한 거고
그냥 열심히 했는데, 별로 즐겁지 않은 경험이면 그건 그냥 그것 나름대로 그런 거지 뭐.
그냥 열심히 했다는 데서 찾아오는 뿌듯함이라는 것도 분명히 있잖아.
게임할 때도 보통 그냥 하지 뭐 거창하고 특별한 의미를 찾아서 하는 게 아니듯이
일상도 그냥 그냥 좀 하는 게 내 일상이면 좋겠다.
의미고 자시고 그냥 열심히 하다보면 나름대로 인생이 잘 흘러갈 게 분명하다.
운 나쁘면 길 가다가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 게 인생인데
이 하찮은 한낱 개인의 삶에서 뭔가 거창한 의미를 찾아 헤매며 삶을 평가하는 것보다는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그냥 해보는 거다.
한때는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말 생각의 단편들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서
미래의 내가 반면교사 삼도록 하겠다고 일기쓰기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적도 있지만,
이게 나중에 그렇게 도움이 되면 좋긴 하겠지만, 설사 도움이 안 되더라도 그게 뭐가 중요할까 싶다는 거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집중할 게 있고, 열심히 하고 있고, 그것 자체가 주는 뿌듯함이 있잖은가.
일기는 지금 일기를 쓰는 그 순간, 그 자체만으로 이미 완전하고 충분한 보람을 지금의 나에게 주고 있다.
미래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실시간으로 주고 있다는 거다.
밥을 먹어도
숨을 쉬어도
청소를 해도
잠을 자도
그냥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몰입해서 100%를 경험하자.
그것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효용을 가져다줄지 생각 좀 그만하고
그냥 지금 내가 하는 경험 그 자체가 주는 뿌듯함과 보람에만 집중해보자.
나도 최근에 일게 된 거라 당장은 이게 잘 안 되긴 한데, 계속해서 주지하고,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살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다보면
최근 그 우울감 충만했던 시간과는 완전히 단절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다시금 상기하고
꼭 꼭 지금의 생각을 삶에 녹여서 일상의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