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30일 화요일] 오늘의 일기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회사의 사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 같고
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은 직원들도 알아서 짐을 싸는 분위기다.
사람이 빠져나가니 자연스럽게 모든 업무 공정이 서서히 멈추고 있다.
이 와중에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보더진은 겉보기엔 그리 큰 고뇌가 없어 보이고
이거 뭐 그냥 이대로 조금씩 말라 죽는 건가 싶은 생각만 든다.
다음달 급여명세서를 받아봐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겠지만
예상컨대 100만원 이상 월급이 깎여있을 듯 하다.
이번 추석엔 명절상여금도 없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리고 아마 맞을 거다)
유일하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필라테스 무료반 운영도 곧 종료된다는 소문이 들린다.(이것도 아마 맞을 거다)
조선 말기가 딱 이런 느낌이었을까?
망해가는 회사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도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팀원들 눈이 모두 동태눈깔이 됐다.
아마 다들 머리 속에 이직 생각 뿐이겠지.
어디로 가나, 언제 가나, 어떻게 말하나.
짱구 굴러가는 소리가 너무나도 청명히 들린다.
탈출 가능한 사람들은 진즉에 탈출을 시도했고 또 성공했고
나처럼 그물에 칭칭 감겨 탈출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만 남아 도축될 날만 기다리는 중이다.
이 모든 게 고작 지난 열흘만에 일어났다.
역시 삶이란, 점진적 변화는 거의 없고 늘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대부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 하나가, 이후의 모든 결말을 다 바꿔 놓는다.
예전에 봤던 사주풀이에서 42살부터 10년간 고생 고생할 거라고 그랬는데,
공교롭게도 내년이 딱 42살되는 해다.
벌써부터 두렵다.
대출이라도 빨리 좀 갚아놔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연말 불장이 오긴 하는 걸까.
9월도 오늘로 끝이다.
3분기의 마지막이란 얘기지.
반감기 다음해 4분기가 원래 찐불장이었다.
그게 바로 내일부터다.
내일부터 시작해서 90일동안 이 싸움이 끝이 날지,
아니면 싸이클 연장으로 인해 내년까지 모닥불 불장이 지속될지,
그 결과에 따라 내 인생이 많이 달라질 예정이다.
제발 해피 엔딩..... 해피 엔딩을 다오,
이 정도 고생 시켰으면 이젠 해피 엔딩 하나 정도는 던져줘도 되는 거 아니냐 솔직히.
요샌 자다가 3-4번은 기본으로 깬다.
꿈도 자주 꾸고, 숙면은 거의 못 취한다고 보면 된다.
불안 증세가 나날이 심해진다.
딛고 있는 땅이 푹푹 꺼지고 있으니 온 몸이 긴장 상태다.
평안이 필요하다.
내 생각엔 그건 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