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편리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음에..

in #delivery7 years ago (edited)

첫 포스팅을 그리 재미없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살짝 우려가 됩니다만 그래도 삶을 살면서 느낀 것들에 대해 글을 쓰고 나누는 것이 제가 스팀 잇에 가입한 이유이기에 한 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며칠전에 받을 택배가 있었기에 택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마침내 기다리던 택배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띵동"
"누구세요?"
"....?"
"누구세요?"
"...택배지롱.."

다 큰 성인 남자에게 연인이나 혹은 친구에게 쓸법한 택배기사님의 재미있는 재치에 살짝 웃음이 났습니다. 사실 택배 기사분들은 대부분 택배를 가져다 주실 때 거의 무표정이거나 지쳐있는 기색이 완연한데 이 기사분께선 재치있는 말씀으로 택배와 함께 즐거움까지 배달해 주신 것 입니다.



사실 한국의 택배는 정말 놀라운 수준의 빠름을 자랑합니다. 대부분의 물품이 이틀 정도, 길면 삼일 정도에 도착을 하니까 말이죠. 게다가 요즘 도서류같은 물품은 오전11까지 주문하면 '당일 배송' 이란 것을 자랑으로 선전하고 있고 실제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빠름에는 택배 기사분들의 살기위한 노고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가끔 보면 택배 기사분들이 아주 늦은 저녁시간에 택배를 배달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택배기사 분들이 배달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보통 한국의 택배시장은 소위 메이저 택배회사들이 장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택배기사를 뽑아서 정식 직원으로써 채용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택배기사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여 택배량을 할당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 입니다. (그들의 택배 회사 로고가 붙은 차량은 개인 차량입니다) 소위 지입제라고 불리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개별 택배 기사분들은 하루에 100군데가 넘는 곳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각 구간별로 10분에서 15분 사이가 걸린다고 하니 이를 분으로 환산하면 거의 1000분 시간으로 환산하면 거의 16시간 정도 걸리는 것 입니다.

즉 우리가 정상적으로 노동을 한다고 기준으로 잡는 8시간의 2배가 되는 시간인 것이죠. 이렇다 보니 어떤 때는 밤 10시 심지어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물품이 배달되는 경우도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입니다. (그분들은 당일 배송을 지켜야만 하는 계약이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택배 하나당 수입은 500~700원 수준입니다. 그럼 700원으로 잡고 100~150군데를 돈다고 한다면 최소 7만원에서 10만 5천원을 받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 유류비 및 감가삼각을 하기전의 유지비를 제외하면 하면 한달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25일을 기준으로 2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일 것 입니다.

겨우 1인당 평균 GDP에 근접한 이 금액을 위해 택배 기사들은 하루에 16시간에 가까운 중노동을 하는 것이지요. 이렇다 보니 가정이 있는 택배기사분들은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는 말 그대로 쓰러져 잘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비단 이러한 일은 단순히 택배기사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닐 겁니다.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고속버스 운전기사, 그리고 택시 운전기사 등등 한국의 많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이지요.

IMF 이후 고용의 유연화라는 허울좋은 말로 인해 사측은 이제 고용과 해고를 사측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고 그로인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게 되었으니까요.

한국이 헬조선이라고 불리면서도 서민들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에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노동의 시간과 질에 비해 값싼 임금이 밑바탕이 되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값싼 인건비는 서민 계층 혹은 노동 계층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 국가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악순환을 야기하기도 하는 것일테고요.

만약 우리의 편리가 누군가 살기 위한 몸부림에 기인한다면 참으로 슬픈일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노동에 대한 가치가 적절하게 매겨지지 않는다면 교과서에나 나오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허울 좋은 말이 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한국의 노동시장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늘 "빠른 배송 부탁드립니다."를 적곤 했었는데 이제는 택배기사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니 그렇게 채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대신 "더운 여름 고생하십니다" "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라는 택배기사에게 남기는 코멘트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와 청소부의 임금차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고 실제 제품 생산에 기여한 것 없는 대기업 CEO의 연봉이 실제 제품 생산에 기여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보다 수천 수백배 많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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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살고있지만 감사해야할분들이죠.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팔로할께요^^

^^ 첫글에 이렇게 팔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에게 감사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동의 가치가 정말로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