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1
2019년 6월 9일 해날
지난주 목요일, 파주에서 일찍 본가로 내려왔다. 얼굴과 목은 점점 부어올랐고, 몸은 힘이 없어 무기력했다. 기차를 타고 내려오기 전까지, 파주 교하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고, 친구가 구해다준 약도 먹어보고, 밥도 챙겨먹고, 잠도 푹 자봤지만 몸은 나아질 생각을 안했다. 학기말 발표가 얼마 남지 않는 와중에 작업은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몸까지 내 말을 듣지 않으니 환장할 터였다. 처음엔 눈 붓기가 빠지지 않다가 나중에 가서는 턱 밑쪽이 개구리처럼 부어올랐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건 가래였다. 뱉고 삼키고를 반복해봐도 목에는 이물감이 계속 남아있었다. 목감기인가 싶었는데, 가래만 있을 뿐 콧물과 기침증상은 없었다. 시도때도 없이 가래가 끼니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더 짜증나는건 , 내 마음대로 뱉고 싶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나와줬음 했는데, 그것 또한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용산에서 광주송정행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지난날 막 써왔던 내 몸을 생각했다. 게임하느라 밤을 새고, 일주일 내내 밤마다 술을 마셨던 날을 생각했다.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었다. 하루에 한 끼 먹을 때도 있고, 점심을 늦게 먹어 저녁도 아주 늦게 먹는 일이 자자했다. 내 몸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한 학기를 지내면서 제일 무심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 나 자신을 구박했던 적이 많았다. 한 학기 내내 번뇌에 가득차 있었다. 왠지 몸이 이런 내게 정신을 차리라며 벌을 준게 아닐까 한다. 사실 가장 죄송하다고 생각된 건, 걱정시킨 부모님과 스승 몽피다. 엄마 아빠는 생전 아프단 소리 안했던 내가 홀로 파주에서 아프다고 하니 광주에 오자마자 집도 안들리고 병원에 입원시켰다. 밤마다 병실을 찾아와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본다. 광주로 내려오기 전, 소식을 들은 몽피는 내게 학기말 발표를 준비하지말고 바로 내려오라고 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진 농담으로만 학기말 발표를 안할까 했지, 진심으로 안할 생각이 없었던지라 다소 충격적인 말로 느껴졌다. 그때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던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이전의 몸 건강을 찾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그 후로 이틀만에 짐싸들고 광주 송정역으로 내려와 팔에 링겔을 꽂고 병원 밖도 못나가고 침대에 누워있는 신세가 됐다. 진단 결과는 간염과 편도염으로 나왔다. 바로 내려오란 몽피 말이 없었다면 간염에 걸렸단 사실도 모른체 밤새 학기말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다.
이렇게 크게 아파보니 좀 더 내 몸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내 몸을 절대 함부로 하지 말고, 잘 보살펴야 한다. 또 어떻게 훅 갈지 모르니. 밥도 잘 챙겨먹고 운동도 좀 해야겠다.
<멍청한 소1>
글, 그림. 공공 강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