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소바에 담긴 비극적 역사?
어린 시절 동네에 국수공장이 있었다. 빨랫줄 같은 곳에 국수가 매달려 있었다. 햇볕에 말리던 국수는 마치 과자 같았다. 엄마는 국수공장 옆을 지날 때면, 주인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국수를 한 가닥 잘라서는 간식인 양 내게 주었다. 마른 국수는 밀가루의 텁텁함이 약간 남아 있었고 짭짤했으며,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혔다. 그때 내게 국수란 그저 그런 것이었다.
국수 또는 면 요리에 빠진 건 다 자라서였다. 일본에서 신세계를 만났다. 엄청나게 치대서 만드는 반죽과 적절한 숙성, 그리고 기묘한 탄성은 면이란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교범 같았다. 일본은 면 요리의 최강자였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맛본 면은 실망만 안겨주었다.
일본의 면에 대해 가졌던 경외감은 오키나와에서 깨졌다. 소바라는 이름을 쓰면서 메밀이 아닌 평범한 밀가루 면이라는 점도 특이했지만, 충격은 면을 집었을 때 시작됐다.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자 툭툭 끊어졌다. 면발을 튕겼을 때 백만 서른 한 번의 탄력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처음 본 오키나와 소바의 면발은 한국인이라고 일부러 설익은 면을 내온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낯설었다. 면의 나라 일본에서 이런 국수가 특산으로 불리고 널리 소비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