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화폐의 본질을 가로막는 '화폐'라는 표현
몇 일 전 스팀잇에는 '가상'이라는 표현이 Virtual, Fake 등의 불안감과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으니 가상화폐라는 용어 대신 'Cryptocurrency'에 대응하는 암호화화폐라는 용어를 적극 활용하자는 내용의 포스팅이 올라왔었죠. 저 또한 공감되는 부분이었고 아직은 소통 상의 어려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암호화화폐라는 용어를 활용하고자 노력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화폐라는 표현이 우리가 기대하고 열광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충분할까요. 저는 여기서의 '화폐'라는 표현 또한 일정 부분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한 논리로 기존에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화폐와 그것이 제공하는 가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화폐는 가치의 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모든 가치가 화폐의 형태를 가지지는 않죠. 가치라는 것은 화폐보다 상위의 개념이고 우리는 필요에 따라 다른 형태의 가치를 화폐의 형태로 전환해가며 편의성을 추구합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였다면 암호화화폐는 단순히 형태 전환 상의 편의만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암호화화폐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상황, 조건에 따라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디지털 정보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암호화화폐로 결제한다는 행위는 단순히 어떤 대상을 소유하거나 사용할 권리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거래의 신뢰에 대한 정보, 접근성, 투표권 등의 보다 다양한 가치들을 내포하게 되는 것이죠.
암호화화폐가 단순한 매개가 아닌 플랫폼 그 자체로 기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랫폼 내에서 생성, 분배, 교환, 지불 되는 등 폐쇄 루프(Closed Loop) 상의 다양한 행위들을 통해 그것에 기여하는 사용자가 증가하는 한편, 암호화화폐의 가치 또한 상승함으로써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게 됩니다. 사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스팀잇이고 때문에 저 또한 스팀잇에서 관찰되는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개념을 정리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직 학계에서나 산업계에서의 사례 발표로는 많이 언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우리가 암호화화폐를 이해하게 되는 그 첫 단계인 '용어'에서부터 그 안에 담긴 비전이 가려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ICO와 암호화화폐를 통해 우리가 오랜 시간 기대해왔던 변화의 모습들이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떤 때는 인프라이고 어떤 경우에는 기반 기술, 또 어떤 경우에는 그 자체로 상품이나 서비스, 플랫폼의 형태를 가지기도 합니다. 자체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죠. 아래의 Ethereum All에 분류된 이더리움 생태계 속 다양한 디렉토리들만 살펴봐도 이러한 다층적 구조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단순히 암호화화폐의 '화폐'라는 용어로만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진정한 변화를 알기도 전에 관심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단순히 트레이딩이 더 좋냐, 채굴이 더 좋냐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심을 두고 알아가는 만큼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 가운데 서 있는 것입니다.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가상 '화폐'라는 이름이 재화나 서비스의 반대급부라는 맥락에서 사용되어 블록체인 내 화폐의 기능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상화폐보다 '토큰'이란 표현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백서를 읽어보면 토큰이란 단어가 많이 쓰이더군요. 토큰은 버스토큰 처럼 명목상 화폐를 대신하는 의미지만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자리잡아감에 따라 용어도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고보니 토큰이라는 표현이 조금 더 잘 이해되고 와닿는 것 같네요. 저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는 의견이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먼저 고민해보신 분들의 의견들이 더 많이 오갔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지금 제일 심각한 문제는, 채굴 광풍 사태와 시세 급등락 및 코인 사기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이 코인이라는 게 사기나 뭔가 혐오해야 할 나쁜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인식이 아마 저변 확대에 가장 큰 지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칫하면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이 자리 잡아갈 때 한국만 폐쇄적으로 뒤쳐지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되고요.
혁신과 규제는 일정 부분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고 보는데요 당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빠른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그럼에도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규제에 대한 시점을 최대한 미뤄야한다는 입장이 공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는 문제들은 사실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잠재되어 있는 더 큰 문제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죠. 국내에서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잘은 모르지만 어쨌거나 균형있는 방향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애초에 행정부에서조차 일각에서는 보증 안되는, 화폐로 인정받지 못한 놈이니 조심하라고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죠. 참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네 시스템이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 더욱이 관료제의 조직 구성상 다양한 부서간의 논의가 전제되지 않은 개별 부서 내에서의 근시안적 정책들로 혁신이 자라날 토양을 짖밟아버리게 될지도 모르구요.
비트코인이라고 검색하면 맨위에 뜨는 링크가 바로 "랜섬웨어" 랍니다. 그냥 검은돈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아요.
그 연관 검색어라는게 주는 연쇄적 연상 효과도 무시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