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펀드의 현실적 대안
크립토 펀드의 현실적 대안
블록체인과 ICO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에도 크립토 펀드를 결성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는 듯 하다. 기술기반 하드웨어에 강점을 갖고 있는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는 FoundationX(대표 황성재)를 설립하며 크립토 투자를 공식 선언했고, 국내 1세대 크립토 투자사인 Hashed(대표 김서준)도 3월초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크립토 펀드를 제도권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 미비 및 관련 법조항의 부재로 인해 크립토 펀드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말끝만 흐린다.
그래도, 지금 치고 나가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라 여겨 다들 서두른다. 어차피 법과 제도는 후행해서 오기 때문에 그 전에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서 주워들은 몇가지에 내 생각을 덧붙여 크립토 펀드의 현실적 대안에 대해 적어본다. 이렇게 (어떻게 보면 매우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는 크립토 펀드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법인이 원화로 크립토에 투자하는 경우
법인이 ‘Fiat Currency’로 ‘Cryptocurrency’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법인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서는 계좌를 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몇군데에서 법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나 최근의 거래소 검찰조사와 법인거래로 인한 타겟조사 가능성, 세무문제 등으로 인해 스스로 몸을 사린다.
그럼, 법인이 원화로 크립토에 투자할 수 없는가? 그건 아니다. 몇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장외시장에서 하드웨어 월릿에 담긴 암호화폐를 사는 방법이 있다. 현금을 들고 오프라인 환전상에 가서 계약서를 쓰고(법인이라 근거를 남겨야 되거든) USB나 하드웨어 월릿에 담긴 암호화폐(주로 이더리움)를 사는 것이다. 아 이 무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시시대의 방법인가? 그래도 외국에서 건너온 암호화폐, 채굴된 암호화폐 등 공급은 충분히 있다. 작년 하반기 리플이 한참 뜰 때 부동산 중개소에서 아파트와 함께 USB에 담긴 리플을 샀다는 얘기는 너무나 유명한 얘기다. ㅎㅎ
둘째, 원화로 법인에 투자하며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이다. 지분취득과 함께 ICO에 성공할 경우 코인 분배에 대한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지분취득으로 회사에 대한 경영(이사회 등을 통해)에 일부 참여함으로써 코인/토큰 발행 전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회사가 IPO(주식시장 상장)에 관심이 없다면 회사 입장에선 두고 두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다 좋은 투자자만 있는게 아니거든. 이것저것 간섭이 심하기도 하다.
그럼 받은 코인/토큰은 어떻게 현금화 하는가? 그건 오프라인 환전상를 이용하거나 아님 크립토로만 계속 돌리면 된다. 크립토로 계속 돌리다 보면 어떤 방법이 나오겠지 하면서...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돌리고. ㅎㅎ
셋째, 원화로 법인에 투자하여 지분만 취득하고 코인분배는 회사몫으로 할당된 코인을 회사가 알아서 처분하여 주주들에게 원화로 배당하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VC들이 쓸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경우 회사의 경영진은 코인/토큰 배분에서 이미 크립토를 받고, 그들이 회사의 주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가로 배당을 받는다면 이건 ‘Moral Hazard’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토큰 개발하라고 회사에 할당된 돈을 거기에 다 안쓰고 주주이며 경영진이 빼가는 샘이 되기 때문이다. 이걸 피하려면 주주이며 경영진을 빼고 기관투자자 주주들에게만 차등배당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 방법도 IPO에 관심 없다면 투자자의 지분은 두고 두고 부담이 된다.
넷째, 원화로 법인에 투자하여 지분을 취득하고 코인분배시 투자자만 유상감자로 현금화된 금액을 빼오는 방법이다. 말 그래도 원화로 법인에 투자한 후 ICO 전 과정을 지켜보고 ICO에 성공한 이후에 토큰 개발용 비용을 제외한 토큰을 알아서 현금화하여 투자자에게 유상감자로 금전보상과 동시에 지분을 빼버리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깔끔하나 VC들이 회사 성장에 따른 ‘Upside Potential’을 못 가져간다고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라도 회사가 IPO하게 되면 배아프거든. 이럴경우 바로 위 세번째 방법을 쓰면 된다.
법인이 크립토로 크립토에 투자하는 경우
법인이 보유한 크립토가 있다면 그것으로 바로 ICO에 참가하면 된다. 주로 액셀러레이터나 크립토 펀드는 Private 혹은 Pre-sale 단계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되는데 암호화폐 발행회사와 계약을 맺고 보유 크립토를 발행회사 지갑으로 송금하면 된다. 법인이 보유한 크립토가 없다면 오프라인 환전소에서 USB에 담긴 것을 사오면 된다.
국내 VC가 ICO에 참가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나 국내 모 VC가 본계정(펀드가 아닌 회사 유보자금)으로 3건의 ICO에 참가했다는 소문도 있고, 모 VC는 텔레그램 ICO에 참가하려 했다가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회사명 밝히지 못해 무척 아쉽다. 흑흑. 미국 VC들은 다 하는데. 흑흑.
크립토 투자후 받은 크립토는 오프라인 환전상에게 바꾸거나 아님 다음 크립토 투자를 위해 이더리움이나 다른 코인으로 바꿔두면 된다. 그리고, 계속 크립토로만 돌린다.
그런데 크립토로만 투자하는 경우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뭔가 부족할 때가 있다. 통상 ICO를 진행하기 위해 급하게 쓸 ‘Fiat Currency’를 동시에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인에 원화가 있다면 동시에 투자하면 되나 없다면 함께 투자할 원화펀드를 찾으면 된다. 국내 VC와 제휴를 맺고 공동투자하면 되고 국내 VC는 위의 배당 혹은 감자 구조로 자금을 회수하면 된다.
법인이 크립토 펀드를 구성해서 투자하는 경우
법인이 크립토 펀드를 구성할 수 있는가? 법에서 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으니 해도된다고 해석하는게 맞다. 그렇지만 국내 VC는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세제혜택을 받는 창업투자회사, LLC(유한회사형 VC), 신기술금융사 등은 중소기업부 혹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그렇기에 실질적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이다. 일반 주식회사 혹은 유한회사라면 법 규정이 없으니 저지르면 된다. 그렇지만 유사수신행위에 저촉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네이버 시사경제용어사전에 보면 유사수신행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ㆍ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인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음과 같은 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간주한다.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ㆍ적금ㆍ부금ㆍ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 장래에 발행가액 또는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할 것을 약정하고 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 또는 유가증권으로 보전해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 등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사수신행위 (시사경제용어사전, 2010. 11., 대한민국정부)
위에서 불특정 다수인은 통상 50인 이상을 말하며 이를 공모라고 한다. 사모는 49인 이하를 말한다. VC가 펀드를 구성할 때 공모로 하면 여러가지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펀드 출자자 수를 49인 이하로 유지하며 만든다. 돈많은 사람들을 PB에서 모아서 신탁 형태로 투자해서 펀드 출자자 수를 줄이는 것도 제법 많다.
이런 구조를 크립토 펀드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법인이 이더리움 지갑을 열고 이더리움 출자자를 찾아 개별 계약을 맺고 그 지갑에 이더리움을 모은다. 그 모인 이더리움으로 ICO에 참가를 하고 보상으로 코인을 받아 출자자 개별 지갑에 송금한다. 이렇게 하면 뭐가 저촉되나? 유사수신행위 자체로만 놓고보면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초과금액 지급 약정도 안했고, 유가증권으로 보전해 줄 것을 약정한 것도 아닌데 저촉되겠는가? 출자금에 암호화폐가 해당되는가? 아직 법에서 정의도 안했고 법도 없는데. 사적 계약으로 지갑에 디지털 코드 찍고 다시 디지털 코드 보내는 행위인데. 출자자들은 그 받은 암호화폐를 각자 거래소에서 팔면 되고. 그래도, 정부는 무섭다. 몸사려야 된다. 그래서 다 해외로 나가서 만들어서 크립토 펀드를 하려고 한다. 카카오도 일본에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크립토 펀드에서 이더를 투자한 후 받은 코인을 원화로 바꿔서 돌려주면 어떻게 되는가? 아~ 이건 위험할 것 같다. 원화로 바꾸는 순간 xxxxxx 나 yyyyyy 등이 많이 걸린다. 아 이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란.
크립토 펀드 Structure
- VC펀드나 개인투자조합 구조에서 차용해서 만들면 될 것 같다.
- Fund Size: 이더리움 갯수(관리보수 감안하여 110%를 펀드규모로 함)
- Management Fee(관리보수): 이더리움 갯수의 10%를 운용비용으로 사용(임직원 급여를 크립토로 지급 등)
- Hurdle Rate(기준수익률): 정하기 나름(이더리움이라 복잡하긴 함. 그러면 이더리움 원금 수준 0%로 설정해도 됨)
- Carried Interests(성과보수): 최초 모집 이더리움 갯수 이상의 20% ~ 30%
- Fund Period: 정하기 나름(난 2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고려중)
- Re-investment: 재투자 여부도 정하기 나름
- Fund Distribution: 펀드는 이더리움 출자 비율에 맞춰 배분
크립토 펀드가 잘 구성되겠는가? 그것도 하기 나름 같다. 최근 ICO 성공한 기업들은 이더리움이 넘쳐난다. 그걸 거래소에서 팔기도 애매한 경우가 많다. 계좌개설 문제, 해외 재단(법인)에서 국내 송금문제, 거래소 물량부담 문제 등. 그런 이더리움을 거둬들이면 된다. 내가 몇군데 얘기하니 관심 갖는 곳도 있더군. ㅎㅎ
그리고 채굴 하시는 분들도 넘치는 이더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그걸 거둬들이면 된다. 개인들도 암호화폐 부자들이 많다. 암호화폐는 널려 있다. 아직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제대로 하는 크립토 펀드가 없을 뿐이지.
여기에선 개인들 신디케이션 투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분도 블록체인 및 스마트 콘트랙트 기반 신디케이션 플랫폼도 등장하는 등 매우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추후 시간이 되면 한번 이부분을 파 보도록 하겠다.
이상으로 간단히 크립토 펀드에 대해 적어보았다. 이게 다 맞다는 것은 아니다. 오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먼저 이런 정보를 공개하고 알려야 여기에 정보가 더 축적될 수 있다. 그래야 더 좋은 개선책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집단지성 발휘가 무척 중요하다. 기존 크립토 펀드를 운용해온 분들의 의견도 매우 소중하다. 넘치는 피드백 부탁드린다.
채굴업체와 계약을 맺고 채굴기 임대료를 법인명 fiat으로 지급한 후 코인을 받아오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오호 그런 방법도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이 경우, 채굴을 해야하니까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하나요? 아님. 구매시점에 그 채굴기가 채굴한 코인을 함께 사오는 방식을 의미하는지요?
역시! 블록체인 세상의 핵심은 선언과 빠른 실행(알게 된 것들을 공개, 나눔!)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함께, 더 멀리 나아가는 것. 멋집니다. 가즈아~
빠른 선언과 실행이 더 더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공유할 때 왜 썸메일이 안나오는 건지. ㅎㅎ
100퍼센트 공감을 담아 풀보팅 드립니다. 가즈아~
애매했던 부분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팔로우/보팅/리스팀 완료했습니다 : )
고맙습니다. 여전히 애매한 영역이라 여러사람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법인이 자체 자금으로 크립토펀드 만든다면 국내법인이라도 괜찮고 외부자금을 받는다면 해외법인이 안전하다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죠. 근데 공모로 크립토 펀드를 만들면 미국인들 받기 위해선 SEC에 신고해야하고 싱가폴/스위스 등도 자산형 토큰으로 구분되어 많이 까다롭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적은 금액이라도 모라도 해보는게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하지 않으면 예측도 안되는 시장이고 상황입니다.
그쵸. 빠른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흥미로운 사례들이 더 많이 늘어나겠군요. 이것만으로만 해도 암호화폐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게 느껴집니다. @홍보해
그쵸. 재밌는 시도들이 더 많아져야 블록체인업계도 건강해 지죠.
궁금했던 부분인데 개념정리를 잘 해주시고 계시니 감사드립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무처리가 관건이네요. 코인을 매입/매출로 잡지 못하는 한, 변칙적으로 장외거래 한다 한들 장외거래시 필요한 현금의 법인 지출을 잡을 수 없고 나머지 CASE로 투자를 한다 한들 양도소득세 부과시 매입기준가에 대한 부분이 애매하겠군요.
한국 상법상 보통주, 우선주 이외에 '의결권이 없고 상장 의무가 없는 주식'이 발행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발행 가능하다면 투자금으로 해당 주식을 발행하고 추가로 ICO 하기 전 코인을 투자자한테 전달하면 양쪽 다 부담없는 거래가 될 수 는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세무, 법무 측면에서 여러 문제가 있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다들 먼저 저지르듯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구체적 답변을 못 드림을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