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인간의 행복을 경제적으로 나타내는 학문

in #coinkorea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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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선택학파는 개인을 통제하는 국가도 결국에는 개인으로 구성된 하나의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등장한 후생경제학이라는 이론은 소득창출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미국에서 경제를 개인의 자유에 맡겼더니 기업의 독점이라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떠올랐던 시기였으며, 영국은 패권을 미국한테 넘겨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후생경제학의 탄생

후생경제학에서 후생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후생이라 함은 사전적 의미로 사람들의 생활을 넉넉하고 윤택하게 하는 일을 뜻합니다. 언뜻 추상적인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단어는 경제학으로 넘어가면 가장 효율적인 소득과 분배의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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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경제에서 최적의 소득과 분배를 연구하는 후생경제학의 창시자는 바로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였습니다. 그가 한창 활동하던 시대는 20세기 초중반으로써, 조국인 영국이 몰락하고 세계가 양차대전으로 격변을 일으키던 때였습니다. 케인즈가 활동했던 시기도 이 무렵과 겹치는데, 이것만 보아도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었던 때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케인즈편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전쟁이 수반된 격변기에는 항상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피구도 최적의 소득과 분배를 통제하는 대상으로 국가를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후생경제학을 설명할 때 ‘후생경제학은 경제적 후생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책분석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기에 영국에서 출현했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로 유명한 공리주의를 결합했습니다. 행복을 무엇으로 여기는지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돈이라는 요소가 행복의 한 요소인 것은 절대적이므로 돈을 기준으로 경제적 후생을 따져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는 마셜의 수제자 중 한 명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ceteris paribus(세테리스 파리부스)를 도입했습니다. 돈이라는 척도를 제외하면 모든 변수가 동일하다는 가정을 세운 것입니다.

그 결과 피구가 내린 결론은 국가가 분배를 공평하게 하면 경제적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경제의 흐름에 변동성이 적고 한계효용이 높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득이 많이 돌아가야 경제적 후생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훗날 피구는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이른 바 ‘피구세’라는 조세정책을 창시합니다. 환경재와 같은 것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남용을 해도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데, 여기에 국가가 개입해서 세금을 물려야한다는 것이 피구세의 취지였습니다. 오늘날 탄소배출권과 같은 정책도 이 피구세의 영향을 받은 제도라 볼 수 있습니다.

후기 후생경제학의 등장

그러나 피구의 후생경제학 이론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조금만 돈을 더 분배해줘도 느끼는 한계효용의 가치가 현격히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무리 돈이라는 척도로 후생을 따져도 개인의 효용감을 계급에 따를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현실에 부자인데도 한 끼 식사 값에 민감한 사람과, 평범한 서민인데도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분명 있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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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후기 후생경제학은 개인의 효용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경제적 후생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파레토라는 이탈리아 학자였습니다. 파레토는 20:80의 법칙으로 유명한 ‘파레토 법칙’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부자 20%가 전체 부의 80%를 장악한다.
-유명작가 20%가 출판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20%가 생산량의 80%를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명제가 모두 파레토 법칙에 해당하는 것들이죠. 자칫하면 우수한 유전자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우생학으로 발전될 수 있는 이 법칙으로 인해 파레토는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은 바로 후기 후생경제학의 핵심에 해당하는 ‘파레토 최적’이라는 이론이었습니다. 파레토 최적은 자원배분의 상태가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가지 않고서는 더 이상 다른 한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자원배분을 해도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가지 않으면 파레토 최적이 아니며, 이 경우에는 흔히 파레토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즉, 파레토 최적은 경제적 후생을 개인의 한계효용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원배분의 상태에서 찾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파레토는 국가의 역할을 골자로 하는 후생경제학과 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레토 최적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파레토 최적의 자원분배 비율이 30:70인 상황과 90:10인 상황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같은 파레토 최적 중에서 더 나은 비율의 결과를 국가가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자원분배 상태가 90:10인데 30:70이 더 효율적이면 이 과정에서 국가가 그렇게 설정을 다시 해주어야 된다는 것이죠.

후생경제학을 통한 블록체인 바라보기

오늘날의 후생경제학은 자유시장경제의 대척점에서 각종 분배정책과 조세정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연구하는 이론은 대부분 학계에서 비주류에 해당하지만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이 세상에 종종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노벨경제학 수상자로 알려진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도 분배를 통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러한 후생경제학의 견해는 언뜻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가치와는 위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다를 뿐, 사람들의 생활을 넉넉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후생의 의미에서만 보면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같습니다. 더군다나 방식이 서로 반대된다 하더라도 반대편의 모든 것을 배척할 이유는 없습니다. 블록체인이 최초에 나왔을 때 기존의 중앙화를 비집고 나왔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삶의 모든 것을 탈중앙화하자는 의미는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그저 처리속도 등의 문제로 중앙화가 더 맞다면 중앙화를 쓰면 되는 것이고, 비용이나 보안, 절차 등의 문제가 있다면 향후에 블록체인이 쓰이면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후생경제학이 국가론적 관점을 견지했다고 해서 분배 그 자체의 진정한 의미를 무시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분배는 그 과정이 강압적이여서는 안 되겠지만, 실제로 자본을 포함한 자원이 불균형하게 배치되어 있다면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져야 할 근본적 조치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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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후생경제학에서 파생된 탄소배출권 제도를 블록체인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탄소배출권은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제한한 뒤, 그 권리를 거래할 수 있게 하여 전체적인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기존의 탄소배출권은 그 취지가 좋기는 했지만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시비용과 보상유인의 미비와 같은 문제로 인해 한계가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제도에 대한 블록체인의 도입은 거래과정의 투명성 확보에 따른 비용절감과 토큰 이코노미를 통한 보상유인의 증대를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후생의 증대’라는 본질적 가치에 대해 후생경제학과 블록체인이 서로 윈윈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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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토 법칙... 심리학 공부하면서 많이 봤었는데.

대단한 글입니다!!!!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