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효율적 운영과 한국경제의 생산성 (1)
안녕하세요, JOHN입니다.
지난 월요일(18.03.19)에 한국은행의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이 '거시경제정책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 이일형 위원의 간담회에서는 거시경제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낮은 생산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의 주요 주장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일형 위원의 주장에 대한 논거들을 살펴보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한국의 생산성을 둘러싸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거시경제정책의 효율적 운영 : 한국경제는 어디에 있는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대변되는 거시경제정책의 목표는 경제변동의 진폭을 줄여 사회후생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통화정책은 금리를 조절함으로써 소비 및 투자, 그리고 금융시장의 인센티브를 조정하여 최종적으로 물가안정을 도모하려 한다. 재정정책은 세율과 정부지출 등을 조절함으로써 성장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이런 정책들로 경제변동의 진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내균형(내수)와 대외균형(국제수지, BOP)을 모두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이때에도 거시경제정책들은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영향을 줄뿐, 장기적이고 구조적 요인(잠재성장률, 자연실업률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주의해야 한다.
두 개의 정책들로 어떻게 내수균형과 국제수지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가? 먼저 통화정책을 살펴보자.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내수가 진작된다. 그리고 금리인하는 환율절하로 이어져 수출도 촉진된다. 반면 정부지출을 확대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국내수요를 증가시키므로 내수가 진작되지만, 재정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환율이 절상되어 수출이 감소한다. 이처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전달경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경제변수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그렇다면 적절한 정책조합과 조화로 두 가지 균형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어디에 있는가? 현재 한국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기에 내수가 침체되어 있고, 국제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즉, 아래 그림에서 A점 근방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의 정책조합이 요구된다. 이 두 정책조합을 통해 내수를 확충할 수 있다면, 실업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해 대내균형과 대외균형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즉, A점에서 좌상방의 균형점으로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와 같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한국의 정책조합은 올바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2. 과연 현재 거시경제정책은 효율적인가?
거시경제정책에는 혜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용도 수반한다. 일상적인 경기변동 시에는 그 비용부담이 크지 않지만, 금융위기나 경제구조변화 등이 나타난 후의 거시경제정책은 자원배분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큰 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A점에서 B점으로 가려면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금리인하가 수반되며, 그 과정에서 민간의 부채가 팽창될 수밖에 없다. 반면 A점에서 C로 가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부채의 증가를 수반한다. 결국 민간부채든 정부부채든 어느 쪽으로든 경제의 부담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2008년의 대침체를 극복하고자 대부분의 국가들은 확장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조합을 사용해왔다. 그 과정에서 신흥국은 좌측 그림처럼 민간부채가 GDP 대비 70% 증가했고, 선진국은 우측 그림처럼 정부부채가 GDP 대비 30% 증가했다.
물론 부채가 팽창하더라도 레버리징에 의해 성장률을 높이고, 향후 증가한 소득으로 빚을 상환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시경제정책을 쓰더라도 그 효과가 일시적이라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면서 오히려 장기적인 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1) 통화정책의 비효율성
먼저 통화정책 측면에서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오랜 기간 저금리가 지속되면 경제의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Reis(2013)에 따르면, 풍부한 유동성과 부합하는 저금리는 저생산 기업의 수를 늘리거나 연명하게 만듦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또 Challe, Lopez and Mengus(2016)에 따르면 저금리는 정부의 예산제약을 완화시킴으로써 준칙과 제도가 쇠퇴하고, 그 과정에서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도 저금리 지속으로 생산성이 저하됐을까? 첫째, 가계부채는 2012년말 963조 원 수준에서 2017년 말 1,450조 원 수준으로 급증했지만, 민간소비는 2012년 GDP 대비 51.2% 수준에서 2016년말 48.8%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둘째, 풍부해진 유동성은 아래 좌측 그림처럼 건설부문으로 흘러가 과잉공급되었다. 셋째, 금리가 낮아지기 시작한 2013년 무렵부터 신규 사업자가 크게 늘었지만, 2015년부터는 창업 1년만에 폐업하는 사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우리나라도 유동성이 생산적이지 못한 곳으로 유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통화정책의 대가가 너무 과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2) 재정정책의 비효율성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어떤 비용이 있는가? 정부는 민간의 인센티브를 조정함으로써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과도한 투자장려 정책이다. 아래 그림은 가로축에 경제성장률을, 세로축에 소득 대비 총투자율을 놓고 한국과 외국의 지표를 비교한 것이다. 현재 한국은 G7 선진국들과 경제성장률이 거의 비슷하지만, 총투자율은 그보다도 훨씬 높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투자효율성이 떨어진다. 즉, 선진국과 동일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둘째, 투자총량의 증대가 소득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셋째, 생산적이지 않은 부문으로 자본이 계속 집적되고 있다. 문제가 이러하다면 정부는 투자총량보다도 투자의 효율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많은 자본이 축적되고,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자본이 적게 모인다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산업정책을 계획할 때 집계변수 자체만을 중시하지 말고, 경제의 구조적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경제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세부적인 방안은 다음 포스팅 때 논의하도록 하자).
3. 해결책은 무엇인가: 내수촉진과 임금, 그리고 생산성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한국경제는 실업과 국제수지 흑자라는 대내균형과 대외균형을 모두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실업과 저물가가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당연히 내수의 개선이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 확장적인 통화/재정정책이 수반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완화적 정책이 경제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통화정책은 효과와 파급경로가 광범위한 반면, 재정정책은 특정 부문에 타겟팅하거나 미조정(fine-tuning)할 수 있기 때문에 내수촉진은 재정정책으로 수행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 통화정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정부 재정을 보완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과도해진 부채상황을 염두에 두고 거시건전성 수단을 개발함으로써 금융안정 역할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은 최근 감소한 총요소생산성(TFP)을 다시 높이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복원하는 데 주안점을 두면서 내수를 촉진해야 한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과 그에 따른 정부의 재정지원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먼저 아래 좌측의 그림을 보자. 이는 PPP 환율로 평가한 GDP와 시장환율로 평가한 GDP를 비교한 것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시장환율이 아닌 PPP 환율로 측정했을 때 GDP가 더 높게 나오고, 신흥국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장환율은 국가 간 거래가 가능한 자본 및 교역재(tradable goods)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반면, PPP(Purchasing Power Parity)는 각 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한 통화의 '구매력'으로 환율을 결정한다. 이때 한 경제의 물가수준은 교역재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 거래되지 않는 비교역재(non-tradables)도 반영된다. 쉽게 예를 들고자 일본과 한국의 소득이 각각 10엔과 100원이고, 시장환율이 10원/엔이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일본에서 이발서비스의 가격은 5엔, 한국에서 이발서비스의 가격은 25원이라고 하자. 이때 시장환율로 계산하면 양국의 소득은 동일하지만, 구매력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은 이발서비스를 2회, 한국은 이발서비스를 4회 받을 수 있다. 실질적인 구매력을 감안하면 한국의 소득은 일본의 소득의 2배가 된다.
위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PPP 환율로 계산한 소득이 시장환율로 계산한 소득보다 더 크다는 것은 교역재에 비해 비교역재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교역재 부문의 임금은 높지만, 국내 서비스업과 같은 비교역재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음을 시사한다. 이런 부문 간 임금격차는 수출경쟁력이 높은 한국의 특성탓도 있지만, 그렇다해도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상대임금은 비정상적으로 낮다. 선진국은 양 부문의 임금수준이 거의 비슷하고, 신흥국은 비교역재 부문의 임금이 더 빠르게 올라갔다. 따라서 지금까지 성장의 혜택이 다소 교역재 부문에 돌아갔다는 점에서, 비교역재 부문에 비교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최저임금의 인상과 재정지원 정책 등은 바람직할 수 있다.
한편 위 우측 그림은 OECD 국가의 제조업 시간당 보수와 단위노동비용을 나타낸 것이다. 검은색 도형은 OECD 국가의 평균을 나타내고, 유색의 큰 도형은 한국 데이터를 나타낸다. 그림에 따르면 2000년대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생산성이 높고, 또 제조업 임금의 성장률도 매우 높은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OECD 평균보다 단위노동비용이 더 높아 생산성이 낮음에도, 제조업 임금성장률은 이들 국가들을 평균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 증대가 미약한 상황에도 오히려 임금이 오르는 것은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만든다. 또 비교역재 부문의 임금은 정체된 상황에서 교역재 부문의 임금이 더 빠르게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고, 종국적으로 비교역재 부문의 실질구매력이 축소되어 내수가 약화될 수 있다.
한국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교역재 부문의 소득을 높임으로써 내수를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다른 것이 일정할 때 임금수준만 높이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해답은 생산성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다. 교역재 부문에서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것은 문제고, 비교역재 부문에서도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만 낼 뿐이다. 정책을 집행할 때 한국의 생산성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한국 경제의 생산성 구조와 격차 등에 대해 살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 Figures : 이일형 금융통화위원 기자간담회 참고자료
국가부채 또한 결국 국민의 조세로 상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세계는 경제발전의 명목하에 우리에게 현재와 미래의 부채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요즘은 그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재정적자를 늘리는 현재의 확장적 정책은 분명 미래의 조세증가로 메꿔져야 하므로, 민간의 미래부채가 느는 것이 맞죠.
(개인적으로 정부가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경제의 성과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무엇보다 현재 재정을 쓰는 사람과 미래에 세금을 내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정치인들이 장기적인 틀을 세우지 않고 단기적인 시야(myopia)에 갇혀 있다는 게 문제를 악화시키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크로 글도 너무 재밌게 읽히는 군요:) 혹시 앞으로 euijin님이 쓰시는 글들을 출처와 함께 SNEK의 독자분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을까요?^^ @홍보해
공유해주시면 물론 저는 환영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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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보팅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편안한 밤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