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단점 너무 고치려다 비효율적 중앙 시스템될라
코인데스크가 최근 미국에서 개최한 컨센서스라는 행사 명칭은 컨센서스(Consensus), 다시 말해 합의에 기반한 탈중앙화가 블록체인의 핵심임을 상징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탈중앙화보다는 상대적으로 암호화폐에 초점이 맞춰진 블록체인 담론이 많은 것 같다. 콘텐츠 올리면 암호화폐 준다, 개인 정보 주면 암호화폐 준다 등 보상에 초점을 맞춘 블록체인 메시지들도 쏟아진다. 토큰 이코노미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기술 측면에서도 탈중앙화 보다는 속도와 효율성이 중량감 있는 이슈로 부상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직면한 확장성 이슈를 풀겠다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오스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 등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지만, 탈중앙화는 블록체인 담론에서 좀 밀리는 듯한 분위기가 많이 풍긴다.
구경꾼 입장에선 그렇게 보인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스타트업 전문 투자 회사인 블록체인 캐피털의 파트너인 스펜서 보가르트가 미디엄에 탈중앙화의 가치를 대단히 강조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글을 보니 그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정도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으로 인정하는 것 같다. 중앙집중식의 장점을 버무린 이오스와 같은 3세대 플랫폼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비효율성을 제거 한다는 명분으로 탈중앙화라는 특징을 너무 양보했다는 이유에서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검열에 저항할 수 있는 블록체인만의 가치를 살리기에는 이오스는 상대적으로 중앙화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탈중앙화의 핵심은 변경이 불가능하고, 차별 없는 참여가 가능한 개방형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들맨의 역할을 제거하는 것이다.
속도가 느리다는 비효율성을 감내하는 것도 이같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만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장점을 약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가르트 파트너는 주장한다. 탈중앙화 없는 암호화폐 네트워크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가 중앙화의 장점을 접목하는 것이 주는 가치를 아예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중앙화 요소가 증가하면 블록체인의 존재감이 사라질 수도 있다. 효율적인 탈중앙화 시스템이 이나라 비효율적인 중앙 시스템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 어떻게해야 블록체인의 단점인 비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을까? 그저 탈중앙화의 가치를 위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건 참아야 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보가르트 파트너는 대단히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위에 중앙화의 효율성을 구현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시스템인지, 사례는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사이드체인이나 샤딩을 말하는 건가?
소버린 그레이드와 플랫폼 그레이드 검열 저항이라는 용어도 자주 쓰는데, 글만 봐서는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어려웠다. 이오스 등은 소버린 그레이드 보다는 플랫폼 그레이드의 검열 저항에 해당되지만,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살리려면 소버린 그레이드가 필요하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무튼 그는 탈중앙화라는 가치는 가급적 많이 건들지 말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대단히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 중앙화의 효율성을 올리는 건 시간이 걸릴 뿐더러 행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게 중장기적으로 유일하게 블록체인의 가치를 갖도록 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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