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기술 관점에서 바라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그것의 가치모순

in #blockchain7 years ago (edited)

이 글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런 관점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봐 주시고,
관련해서 서로 많은 의견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1. 블록체인은 인프라 기술

사업자 입장에서는,

  • 인프라 기술의 가치는 그 기술이 궁극적으로 '얼마나 비용을 줄여주느냐'가 핵심
  • 사업자들이 블록체인을 채택하려면 그 방식이 기존 대비 비용 효율적이어야 함
  • 이 측면에서 기존의 중앙화된 시스템에 비해 블록체인 시스템이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에 동의

일반 개인 또는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 사업자의 인프라 기술이 무엇이던 아무런 상관이 없음
    (사람들은 구글이나 아마존이 어떤 기술로 운영되는지 관심 없음)
  •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에 불가능했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 아님
  • 서비스 이용하는데 불편이나 보안이슈 등의 문제만 없으면 됨

따라서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일반 개인이 아닌 사업자들을 위한 기술

2. 암호화폐는 이 인프라 기술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경제적 동인

  • 사업자가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려면 인프라 구축/운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
  • 마찬가지로 어떤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참여자 노드에 비용을 지불해야 마땅함
  • 그런데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 서비스에 적용될 수준이 아니고,
  • 다시 말해서, 이 기술을 써서 돈을 벌면서 계속 인프라 비용을 지불해 줄 사업자 고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 기술이 계속 주목받고 발전하기 위해 참여자들에 대한 경제적인 동인은 제공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
  • 그러한 경제적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암호화폐에 투입되고 있는 자본(=실물 화폐)는,
해당 블록체인이 상용화되기 전에 먼저 지급되고 있는 '선지급금'에 해당된다고 생각

3. 현재의 암호화폐 경제가 갖는 심각한 모순

[1] 블록체인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고민 전에 너무 빨리 선투자되고 있는 자본

  • 암호화폐에 투입된 막대한 자본이 결국 합리적인 투자로 인정되려면,
    투자금액이 해당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로 절감할 수 있는 인프라 비용보다 작아야 함
  •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비용절감 효과에 대한 연구 이전에, 투기 열풍으로 인해 투입되는 자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
    (비유하자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엔진에 엄청난 연료를 투입하고 공회전시키는 상황)

[2] 본질이 아닌 '화폐' 컨셉으로 기술의 직접적 수혜자가 아닌 개인을 투기 열풍으로 유인

  • 앞에 언급한 것처럼, 암호화폐에 투자되는 자본은 결국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의 사용료에 해당
  • 비유하자면, 당신이 먼저 투자한 금액만큼 추후 블록체인 기반 상용 서비스의 가치를 얻게 해주겠다는 '증서'를 써 준 것임 (그 상용 서비스의 가치가 얼마나 될 지는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음)
  • 그런데 이 '선지급금'과 같은 자산을 '화폐'라고 포장하고 미래가치가 있는 투자상품으로 인식시키고 있음
  • 인프라 구축/운영을 위해 사업자가 투입해야 마땅한 비용을 개인들에게 전가시킴
  • '선지급금'이 화폐처럼 유통될 것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환상이라고 생각

[3] 암호화폐 보유량이 그에 비례하는 블록체인 인프라 활용 권한을 담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

  • 암호화폐 투자금이 인프라 기술의 사용료라는 관점에서 보면,
    암호화폐 보유량만큼 해당 블록체인이 상용화될 때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얻을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
  • 그런데, 많은 암호화폐가 이 두 가지 가치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어 있음
    (EOS는 이 관계를 고려하고 있는 듯?)

[4] 암호화폐에 많은 자본이 투입될 수록, 추후 기술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

  • 암호화폐에 투입되는 자본은 해당 암호화폐의 가격을 상승시킴
  • 사업자가 화폐를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해야 한다고 볼 때
  •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은 블록체인 기술 사용료의 증가를 의미
  • 따라서 투기 자본의 유입은 블록체인 기술의 경제적 효율성을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음

4. 결론(개인적 의견) 및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점

  • 블록체인은 인프라 기술이고, 관련 비용은 그 기술을 사용할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몫임
  • 현재 암호화폐에 투자한다는 것은, 이러한 사업자의 인프라 연구 및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이해가 필요
  • 암호화폐 보유량은 그에 비례하는 블록체인 인프라 이용권한과 연계되어야 합리적
  • 암호화폐에 투입된 자본은 결국 해당 기반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고, 그로 인해 투입된 자본 이상의 실질적인 부가가치(=비용절감 효과)를 창출해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
  • 블록체인 기술의 경제적 효익을 뛰어넘어 선지출된 자본, 또는 기반 블록체인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지 못한 암호화폐에 투입된 자본은 결국 가치가 소멸될 것으로 예상
  • '암호화폐'라고 부른다고 해서 '선지급금'과 같은 자산이 진짜 '화폐'가 될 수는 없음

+1.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경제적 효용에 대해서..
'금과 같이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또는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라고 믿고,
블록체인의 상용화를 떠나서 그 가치를 지키는 것만을 위해 지속적인 블록체인 인프라 비용을 투입하는 것.
그것이 좋은 결정이냐 아니냐라는 판단을 떠나서,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음.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것을 정말로 필요로 한다면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에도 동의.
다만, 그렇게 '자산 가치의 유지'라는 가치를 위해 계속해서 블록체인 인프라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고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통해 사업자들이 추가적인 상용 서비스를 구축/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 비트코인과 그 블록체인 자체가 가져다 주는 경제적 효용이 크지 않다고 생각.

+1.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한 돈이 블록체인 이용료에 대한 증서에 불과하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은 것 같음
이 증서가 실물 경제에서 통용되어야 한다고 바라고,
그런 주장에 끌려서 나중에 실물 화폐를 들고 오는 사람에게 폭탄 돌리기처럼 계속 증서를 돌리고 있는 상황 (이것의 가치는 없어지지 않고 상승할 거라고 말하며..)
그런 믿음은, 그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
그것이 투기로 발전된 것에 대해서는 큰 유감.

+1.
미래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진짜 화폐가 나올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고 생각.
하지만 그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화폐를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
'화폐를 만드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