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주요셉 시인의 시 한편 234

in Bible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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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인의 아내․2

그녀는 시를 모른다
시가 얼마나 배고픈지, 그리고
시가 얼마나 어렵고 막막한지……
하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뭔가 통달한 듯
낯선 울음 컹컹 짖는다

당신처럼 살려면 결혼은 왜 했어?
시만 쓰면 밥이 절로 나와?
당신처럼 성질 못 된 인간이 시인이라구?
아무도 읽지 않는 신 왜 쓰는가 몰라!
당신 꼴 보니 시가 사람 병들게 만드는 게 틀림없어……

시인은 비수에 찔린 듯 아무소리 못한다
시 모르는 아내 입에서
시보다도 처절하고 고통스런 진실 들었기 때문이다
밥도 되지 않는 주제에 밥이라 우기고,
밥처럼 맛도 없으면서도 무조건 많이 퍼들라 강요하고,
밥상 차려놓으면 제때 퍼먹지도 않는 주제에
큰소리나 지르고, 비겁한 웃음 짓는 시인이란 족속,

그녀는 아직 시를 모른다
시가 얼마나 배고프고 버거운지……
하지만 그녀는 시인과 사는 고통이
그보다 몇 갑절 슬프고 고통스러운지
본능적 후각으로 잘 안다
쌀독과 냉장고억장 무너지도록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