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ing on zero; 돈으로 흥한자 돈으로 망해라
where does my money go?
내 돈은 어디로 흘러가나?
물건 고르기는 정말 힘들다. 가성비, 효율성, 디자인, 일일이 따지는 것도 일이니까. 쇼핑을 대신 해주는 비서가 있음 좋겠지만 비서한테 줄 돈이 없다. 돈을 쓰려거든 검색을 하루이틀은 해야 쓸까 말까다. 상품이면 상품, 식당 예약이면 예약, 배달이면 배달....돈을 많이 벌면 그냥 제일 좋은거 주세요! 이렇게 말할 배짱이 생길려나 모르겠다만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불분명한 판매자’에게 돈을 주는 걸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늘 현명한 소비를 하려 애- 쓴다. 세상이 더 정의롭길 바란다면 돈의 사용만큼이나 중요한 게 없다. 거의 매번 투표하는 거에 버금간다고 본다.
돈이 가지는 권력을 이용하면 세상이 더 좋아지는데 일조할 수 있다. 그러지 않을까? 불매운동이야 말로 정말 좋은 시민운동인 것 같다. 우리가 싫어하는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망할 도리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수상하고 비윤리적인 기업들은 망하게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윤리를 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법적규제 없이 그들에게 윤리적인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누가 윤리적인 선택을 할까? 그토록 기업인들의 양심이 믿을만한 것인가? 애초에 윤리적 갈등을 유발하는 유혹적인 상황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욕한다고 기업이 망하나? 물건을 안사야 망한다.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야 망한다.
하는 일 없이 수수료나 챙기며 돈 버는 플랫폼들이 다 망하길 기대한다.
[제로 베팅 게임: betting on zero] 이라는 다큐를 보았다. 넷플릭스 제공.
허벌라이프는 흔히 말하는 다단계회사이다. 우리는 조희팔 덕분에 다단계가 얼마나 잘못된 수익구조를 가지고 판매자들을 착취하는지 워낙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건 허벌라이프가 1980년에 시작해 아직까지도 건재하고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도 살아남은 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를 향해 마수의 손을 내밀고 있다. 양심없는 것들...내가 사실 궁금했던 것은 실제로 허벌라이프가 판매하는 단백질 쉐이크가 얼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느냐를 알고 싶었지만 그딴건 주제에 벗어나서인지 다루지 않았다. 다만 슈퍼에서 파는 비슷한 종류의 쉐이커보다 3-4배 비싸다는 것 정도만 다뤄졌다. 그나마도 먹을 수 있는 상품이니 그나마 버티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암웨이도 상품이 그나마 괜찮으니 계속해서 가는 것일테고.
어쨌든 허벌라이프도 애초에 물건을 판 이윤으로 먹고 사는 기업은 아닌 거다. 신생 판매자들이 물건을 사재기한 돈으로 돌려막기를 한다고 봐야 할까? 이미 내가 알 정도 관심을 가질 즈음엔 내가 피라미드의 맨 마지막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참 사람들이 답답하다. 하지만 돈이 급하고 앞날이 막막한 사람들에게는 작은 사업체가 썩은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테니까. 허벌라이프는 가난한 불법이민자들 라티노계를 공략한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사기가 이 다단계 사기인데 피해자들 대부분은 이게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이 판매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숨어서 자학하며 수치스러워한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피해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이고. 상대를 끌어 들여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자신이 망하게 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 애인 가족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돈 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삶 전반을 갉아먹게 만든다. 한마디로 살아갈 의지를 꺾어버리는 최악의 사기범죄라 생각한다. 친구랑 친척마저 망하면 돈을 어디서 빌려서 회생하나. 좆같은 것들이다. 조희팔 때문에 대구 지역의 성주였던가? 그곳도 마을 전체가 초토화되었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땅을 다 팔아버려야 했었다고 하더라.
여기까지는 그냥 허벌라이프의 다단계이야기인데, 이때 월가의 투자자 빌 애크만이 허벌라이프를 공매도한다. 그 말은 허벌라이프의 주식이 떨어지는 것에 돈을 건다는 거다. 그리고는 허벌라이프의 비윤리적 수익구조를 까기 시작한다. ㅋㅋㅋㅋ 속이 시원한 부분이다. 이런 방식이 있는 줄은 또 몰랐다. 빌 애크만이야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짓이라며 의도적인 회사까기라는 식으로 욕도 먹고, 처음에는 대중들에게도 투자자들에게도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러자 빌 애크만은 여기서 난 수익은 자신이 갖지 않고 자선단체였나/여튼 기부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주식은 내려가지 않는다. 쳐맞으면서 질질 짜는 유태인 소년같다는 표현을 쓰며 빌 애크만을 겁나게 싫어하는 칼 아이칸이라는 엄청난 부자 투자자가 허벌라이프 주식을 사들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회사의 가치가 0이라고 주장하는 빌 애크만의 뜻대로 드디어 허벌라이프의 주식은 떨어졌다....
빌 애크만은 이전에도 한번 aaa 등급의 회사 mbia를 공매도한 경력이 있다. 증명하는데 7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것에 관심을 가졌던 크리스틴 리처드(블룸버그 뉴스) 기자가 <신용사기>라는 책을 쓰면서 공매도를 실행할 회사를 찾았고 그게 허벌라이프였다.
크리스틴은 “도덕적 문제를 월가에 가져와서 심판을 받게 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건 도덕적 문제에요” 라고 했다. 무슨 말일까? 월가 자체의 도덕문제를 말하는것인지? 잘 모르겠다.
빌 애크만의 행동의 진위나 진심이나 의도는 어차피 중요하지 않다. 그건 결과나 행동으로 보여질테니까 그 때 판단하기로 하자. [검은 돈 : dirty money] 시즌1의 3화 [환자를 팝니다]에 보면 빌 애크만이 잘못 판단해서 악덕제약회사 밸리언트를 투자하는 꼴을 볼 수 있다. [검은 돈] 시리즈로 계속 나올건가? 시즌 1이라고 하는 걸 보니. 역시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구독을 끊었다가 다시 재구독하게 되었다. 왜냐면 너무 많이 봐서 인생 망할 것 같아서 끊었다가 [파나마 페이퍼]라는 다큐를 보고 싶어졌는데 넷플릭스 제공 예정이더라고. 그래서 찜해놓고 업로드 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 다큐와 코미디 카테고리를 젤 좋아한다. 이유는 따로 없다. 독보적이니까. 대중적인 영화들은 넷플릭스에서 제공하지도 않아서 처음에는 볼게 없다고 생각될지라도 점점 넷플릭스만이 제공하는 오리지널들을 보기 위해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된다. 넷플릭스를 지지하고 재구독의 의지가 있는 것은 또한 늘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애쓰고 번 수익으로 다시 콘텐츠를 재생산하는데 투자한다고 들었기 때문. 올바르고 올바르다.
*오랜만이다! 데헷, 이십여일만에 컴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