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밀수왕초다"

in #avle22 hours ago

image.png

장준하는 1966년 10월 민중당의 초청으로 삼성계열 회사의 밀수규탄대회의 연사로 나섰다. 거대 재벌이 사칼린을 밀수하여 시판한 것이 폭로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게 되고 야당이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10월 대구 수성천변에서 열린 규탄대회의 초청연사로 나선 장준하는 "박정희란 사람은 우리나라 밀수왕초다.", "존슨대통령이 방한하는 것은 박정희씨가 잘났다고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청년의 피가 더 필요해서 오는 것이다." 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10월 26일 국가원수모독 혐의로 구속되었다. 장준하의 회고.

일요일, 5월 7일 오전 11시, 신민당중앙당 대표최고위원실에 있던 나에게 드디어 수갑이 채워졌다. 선거공고 13시간 전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서대문교도소행은 밀수 규탄발언으로 인한 초행길보다 훨씬 마음이 가벼운 편이었다. 낯익은 교도관들이며, 아직도 있는 옛 철창 동지들이 반겨 줄 생각에서 나는 서울지검 6호실에서 심문에 그대로 응했다. 현저동 1번지의 미결수용소, 독방 5사 8방, 벽돌담 안에 내려앉은 하늘이 숨죽이며 어둠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장준하는 대구의 연설장에 나가기 전에 <사상계> 10월호 권두언을 써서 실무진에게 맡겼다. 아마 구속될 것을 작심하고, 박정희를 겨냥했던 것 같다. 이 권두언은 '우리는 또 다시 할 일을 밝힌다'는 제목을 달았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가는 길을 혼란시킴에 그치지 않고, <사상계>의 존립조차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달려들고 있다. 악랄한 수법은 더욱 지능화되어, 음성적인 탄압 (끈덕진 제작의 방해, 판매망에 대한 교란, 제작유관처에 대한 압력)으로 <사상계>를 고립화시키려고 획책한다. 집권층의 이러한 탄압이 과연 상부로부터의 지시에 의한 것인가, 또는 말단에서 시도하는 과잉충성의 결과인가는 모르나, 그것이 <사상계>를 궁지에 몰아넣어 스스로 그 발간이 불가능함을 절감하도록 하려는 일관된 의도의 노출임이 명백해진 것이다.

장준하는 '밀수왕초' 발언으로 구속되었다가 이 해 12월에 석방되었지만, 이듬해 2월 공판에서 징역 6월이 선고되어 다시 구속되고, 옥고를 치루는 동안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다. 고혈압에 고질적인 심부전증이 악화된 것이다. 일대 수난이었다. 장준하는 투옥되고 <사상계>는 고사 상태에 빠져들고 동지들은 떠나갔다. 가정형편은 끼니를 때우기가 어렵게 되고 빚쟁이들은 회사와 전셋집을 가리지 않고 몰려와 행패를 부렸다.

그래도 죽지 않는 <사상계>를 기어코 없애야 겠다는 듯이 이번에는 나를 형무소에 옭아넣었으니 그로써 그들이 나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죄 동원한 셈이었다.
결국 나도 <사상계>도 지칠대로 지쳐 <사상계>는 그 후 점점 숨결이 흐려가고 나도 그들과의 투쟁방법을 달리해야 될 것을 강구치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 다른 투쟁 방법으로 택한 것이 내가 정계에서 발을 들여 놓게 된 동기가 되고 그때 나의 <사상계>는 사실상 숨을 거둔 셈이다.

장준하의 고백처럼 이때부터 <사상계>는 빈사 상태에 빠져들었다. 독재권력의 전방위적인 탄압에 견뎌내기가 어려웠다. 야박한 것이 세상의 인심인가, 지식인들은 하나둘 씩 <사상계>에 발걸음을 기피하고, 회사의 경영상태가 어렵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글쓰기를 주저하였다. 그럴수록 박정희에 대한 증오심은 깊어만 갔다. 장준하의 박정희 증오 감정은, 사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일왕에게 충성을 다짐하면서 일본군인의 길을 충직하게 걸었던,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증오이고 비판이었다.

"악한 행위보다 악한 존재는 더욱 사악한 것이다. 허언자의 입에서 아무리 미화된 현실의 말이 나온데도 역시 그것은 거짓이다. 인간을 적대시 하는 악인의 형제애적인 행위도 역시 증오가 될 뿐이다. 따라서 민족애와 정의의 탈을 쓰고 국민을 현혹케 하며 허위와 잔인의 패덕을 일삼는 독재자의 존재는 없애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장준하가 가끔 언급했다는 본 회퍼의 말이다. 장준하는 <사상계>에 히틀러 처단을 시도하다가 처형당한 신학자이며 목사인 디트리히 본 회퍼의 글을 여러 차례 실었다. 장준하의 의지가 배인 기획이었다면 무리일까.

덧붙이는 글 |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실록소설 장준하]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삼웅

독재자에 대한 미화는 우리사회에 하나도 이득될 것이 없습니다.

그로인해 그에대한 추종자가 생겨나고,
그처럼 되기위해 여러 불법적인 수단을 정당화하면서
우리사회를 퇴보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를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박정희에 대한 미화는 더이상 있어서는 안됩니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