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2 5월 8일 전승기념일을 즈음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략상황평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이미 예상했던 상황의 범위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과 러시아간 대화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예상했던 경로에서 벗어나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생각하던 그 중간지점에서 협상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보인다.
한국의 기업들은 러시아에 많은 투자를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래 끌면 한국기업들의 손실이 매우 커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업들이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와 전망을 하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는 것 같은 모양이다. 소위 얼치기 전문가들이 판을 치다보니 가장 철저하게 판단해야할 기업도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첫째는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간 벌어지는 great game의 관점이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본의 역학이라는 관점이다. 여기에는 흑해와 중앙아시아 지역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군사작전과 전쟁은 차원이 다르다. 군사작전은 전쟁의 일부분일 뿐이다. 전쟁은 국제정치적 이해관계를 군사적 결투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군사작전과 전투에 함몰되면 전쟁의 본질과 방향을 파악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뱡향으로 접어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간 상황에 따라 서로 협상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유럽과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은 러시아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러시아는 새로운 방안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22년 3월말의 평화협상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푸틴은 5월 11일 우크라이나에 5월 15일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발표했다. 푸틴은 2022년 중단된 협상을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 협상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비나치화다. 우크라이나의 군대를 경비임무 수준으로 줄이고 우크라이나 나치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휴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무조건 항복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러시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경찰수준으로 무장을 상실하고 정치활동도 제대로 하지못한다. 우크라이나 나치의 정치활동을 금지된다. 당연히 그 자리에는 범 러시아 정치세력이 들어오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러시아의 속국이나 자치국가 정도의 수준이 되고 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푸틴의 이런 협상방안이 트럼프와 이미 협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푸틴과 트럼프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내용을 유추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자본을 보장한다. 우크라이나 흑토의 1/3-1/2는 이미 미국 사모펀드의 소유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광물의 절반을 확보했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다른 것은 다 양보할 테니 미국 자본이 투자한 것만 보호해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통제를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고 더 이상 군사작전을 지원하지 않으며, 러시아에 부과된 각종 제재를 해제한다.
푸틴과 트럼프간 그동안 계속된 협의는 아마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정리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유럽이 말한 것같은 평화유지군 같은 것은 아예 미국과 러시아간 논의도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위와 같은 조건이 아니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협상을 할 필요도 없다. 군사적으로 이미 러시아는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러시아는 가장 최상의 협상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를 보장받아야 한다. 게다가 중국과 미국을 양쪽에서 모두 견제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관찰지점은 러시아가 이번에 미국과 협상을 함으로써 미국이 자신의 노력을 중국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러시아는 어줍잖은 중국의 견제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할 가능성이 없다. 한국의 언론에서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5월 8일 80주년 전승기념일에 즈음하여 개최된 중러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은 이미 세계정치의 중심이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과 서구의 위협을 제거하겠다는 확고한 전략적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와 푸틴의 협상은 전술적 변용일 가능성이 더 크다. 푸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더 많이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협상을 하는척 하면서 질질 시간을 끄는 것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같은 나라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가 별로 없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세계지배 체제를 약화 그리고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5월 8일 러시아와 중국의 정상회담은 새로운 역사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세계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5월 15일 이스탄불에서의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수없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오뎃사 항구를 내놓으라는 제안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협상을 파기시켜 버릴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필자의 예상과 전망이 틀릴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에 우크라이나와 협상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는 중국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적 노력의 방향을 동북아지역으로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을 하는 것을 보고 다시 러시아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가 다시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다시 진출하느냐 아니냐를 미국과 러시아간의 협상의 결과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하늘만 보고 농사짓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에 대한 재진출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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