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데 도 모른다고 발뺌하는 삼부토건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1차 주포로 지목된 이아무개씨는 지인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21년 6월 이후 모임 자리에서다. 이씨는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의 일이다. 그는 "윤석열이 날아가잖아요? 그러면 저 때문에 날아가는 거예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와이프가 나 때문에 떼돈을 벌었어요. 김건희가. (중략) 김건희의 증권 계좌가 신한이에요, 신한. 내가 직접 그 10년 지났으니까, 그거는 (공소시효가 지나) 문제 없으니까. 제가 그걸로 15억하고 7억, 22억원어치 사줘가지고 제가 주문 다 해준 거예요."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처음 같이 들여왔어요, 얘(김 여사)가. 그거 나한테 티켓을 200장 줬어요. '오빠, 이거 누구 줄 사람 있으면 가 가지고 주라'고. 그래서 하는데 (김 여사) 걔네 22억으로 한 130억 벌었어요. 왜냐하면 1800원짜리 해 가지고 한 3000원까지 샀는데…."
이씨는 김 여사에게 권 전 회장을 자신이 소개했다고 설명한다. 권 전 회장 등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띄운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권 전 회장 등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주가조작이 벌어진 시기를 다섯 단계로 나눠 '1차 시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免訴) 판결을 했다. 나머지 2010년 10월 이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가 2010~2011년 주가조작에 쓰였다고 인정했다. 김 여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주가조작에 활용된 자금을 댄 '전주(錢主)' 손아무개씨의 방조 혐의 역시 대법원에서 인정됐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김 여사가 수익을 보지 못했다거나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공범들의 진술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이씨의 육성파일에는 김 여사도 시세조종을 인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 담겼다. 이씨는 당시 "(김 여사가) 전화로 '오빠 주식 이거 어떻게 사야 돼'라고 해서 '줘봐, 너 얼마 있어(라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2010년 이전부터 주포 세력에게 계좌를 맡긴 후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이씨는 또 "어제도 금융 노조 했던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그 형이 내게 '너 그때 녹취록 다 있었지'라고 물어 '응, 600개 가지고 있지'라고 했더니 '그거 그냥 민정(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넘겨줘'라고 하더라"고 했다.
조남욱-김건희 모녀 주말 식사 등 교류
이뿐이 아니다. 이씨는 삼부토건도 거론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과거 인연, 김 여사가 거주한 아파트 마련 과정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골자는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가 '삼부토건'과 혈연으로 얽혔다는 취지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조남욱 전 회장과 조성옥 전 회장 등 여러 인물 중 누구인지 특정하지는 않았다. 조성옥 전 회장은 2017년 조남욱 전 회장의 삼부토건을 인수한 인물이다. 다만 삼부토건 노동조합(노조) 측이 과거에 공개한 조남욱 전 회장 비서실 일정표와 문서 등에 따르면, 김 여사 모녀는 조남욱 전 회장과 주말에 중식당 등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정 등을 토대로 하면 이씨가 언급한 '삼부토건'은 조남욱 전 회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언의 당사자인 이씨는 현재 수도권 소재 교정시설에 복역 중이다. 시사저널은 사실관계 등을 묻기 위해 지난 7월1일 이씨에게 관련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 대신 전화로 주식을 주문한 건 맞지만 당시 과장되게 이야기했거나 들은 얘기를 전한 것으로 실제로 수익이 났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씨의 육성파일에 등장한 조 전 회장과 김 여사 모친 등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조 전 회장과 김 여사 모친과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 여사 측은 앞서 "수사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는 설명드리기 어렵다"고 전한 바 있다.
특검팀은 현재 서울고검이 재수사 중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외에도 △김 여사 일가가 특혜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여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의 청탁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관련한 공천 개입 여부 △김 여사의 기업 경영 관여 의혹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 윤석열 부부 우크라이나 방문 뒤 1000원→5500원 급등
삼부토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의 중심에 선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이어줬다거나 김 여사가 조 전 회장과 친밀한 사이였다는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전 회장은 1983년 선친을 이어 삼부토건 사장직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삼부토건과 함께 서울르네상스호텔을 운영하기도 했다.
조 전 회장이 이끌던 시기 삼부토건은 검찰과 언론 관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통' 출신 윤 전 대통령도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이 십수 년 전 특수부 검사 시절부터 삼부토건에서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황도 전해졌다. 2021년 조 전 회장 비서실 일정표가 그 근거로 지목됐다. 또 삼부토건 관련 사건 수사를 무마하는 데 도움을 준 의혹도 제기됐다.
'윤석열 사단'의 삼부토건 고문 활동도 드러난 바 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 등이 2010년대 초반 삼부토건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이는 삼부토건 내부 문제를 파헤친 김영석 삼부토건 노조위원장의 폭로를 계기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재판 변론을 맡고, 박 전 특검은 국정농단 특검팀에 윤 전 대통령을 합류시키는 등 윤 전 대통령과 연결된다.
이런 역사의 삼부토건은 이번 특검 정국에서 재등장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삼부토건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관련주로 뜨면서 주가도 덩달아 급등했다. 윤석열 정부가 삼부토건을 측면 지원하고, 주가조작 세력이 삼부토건 주가에 개입했느냐가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민중기 특검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주요 무대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포럼은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민간 행사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삼부토건 관련자들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은 포럼에서 '우크라 재건주'로 인식됐다.
특히 포럼이 열리기 전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삼부토건 인사와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포럼이 열린 지 2개월 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재건 사업을 논의했고, 이후 삼부토건을 비롯한 일부 관련주가 뛰었다. 삼부토건 주가는 1000원대에서 55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을 소환하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성옥 전 회장과 이일준 현 회장은 7월10일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주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지목된 2023년 수백억원대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김 여사는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조 전 회장도 "나와 다 관계없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앞서 7월6일 당시 삼부토건 해외사업팀 상무이자 포럼 참석자인 황아무개씨를, 다음 날에 유라시아경제인협회 이사를 지낸 한아무개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신규철 전 삼부토건 대표와 정창래 삼부토건 전 대표이사, 오일록 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조사도 이어갔다.
일부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인도적 취지의 포럼"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삼부토건이 개입하면서 포럼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당초 우크라이나 구호 협력 및 인도적 지원 활동이 중심이었다가 재건사업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자리에 참석한 시기는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부토건 측은 "언론대응팀이 없어져 현재 별도로 입장을 안 내고 있다"며 "관련자들도 현재 회사 내부에 없는 만큼 특검 수사에 대한 답변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지 기자 [email protected]
온갖 직, 간접적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아직도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온갖 범법을 덮기위해 검찰라인을 관리해온 업체의 실체가
이제서야 수사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검찰개혁과 더불어 이런 스폰서역할을 했던 업체 모두 발본색원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