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開封迫頭) - [한국영상자료원] 낙원의 상흔, 그 너머의 빛: 스리랑카 영화 특별전 (2025.03.27 ~ 2025.04.16)

[한국영상자료원] 낙원의 상흔, 그 너머의 빛: 스리랑카 영화 특별전
탐험가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스리랑카를 "비옥하고 아름다운 섬"으로 묘사하였다.
‘인도양의 진주’라 불리는 스리랑카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채로운 불교 유적을 간직한 곳이며, 동시에 세계적인 서핑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스리랑카는 상처 입은 낙원이다.
스리랑카 영화계를 논하기에 앞서,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사를 짧게 살펴본다.
1948년, 스리랑카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식민 통치 시기 영국이 타밀족을 우대하면서 싱할라족과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1956년 싱할라어 국어 지정 법령을 계기로 대립이 격화되었고, 결국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군과 타밀일람 해방 호랑이(LTTE) 간의 내전이 이어졌다.
LTTE의 패배로 내전은 종결되었지만, 이후 국가 재건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과제를 마주해야 했다.
특히 2022년에는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러한 역사적 격변 속에서 스리랑카 영화 역시 변화의 흐름을 타고 발전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스리랑카 영화가 일부 영화제를 통해 제한적으로 소개되었다.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가 대규모로 스리랑카 뉴웨이브 감독들의 작품 12편을 소개하고 여러 부대행사를 가졌지만, 전후(戰後) 스리랑카 영화를 체계적으로 조망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번 기획전은 스리랑카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대표작을 선보이며, 특히 전후 시대의 사회 변화, 경제적 위기, 산업적 변화를 다루는 작품들을 포함해 그 흐름을 일별하고자 한다.
- 상영기간 : 2025년 03월 27일(목) ~ 04월 06일 (일)
- 장소 : 시네마테크KOFA 2관
상영작
운명의 선
* 드라마
* 스리랑카
* 89분
* 12세이상 관람가
한 시골 마을. 떠돌이 점술가가 어린 소년 세나의 손금을 보고 그가 신비로운 치유 능력을 지녔다고 예언한다.
세나는 예상치 못한 명성을 얻고 사람들에게 존경받지만 점차 마을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미신과 연관지어 두려워한다.
결국 세나는 마을에서 쫓겨난다.
스리랑카 영화를 세계에 알린 첫 작품인 <운명의 선> 은 스리랑카 최초로 로케이션 촬영이 이루어진 영화이자,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첫 스리랑카 영화이다.
이 작품은 스리랑카 영화사에서 최초의 리얼리즘 영화로 평가되며, 이후 스리랑카 영화계에 사실주의 영화의 전통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멜로드라마의 유행 풍토 내에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운명의 선>은 스리랑카 영화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정받으며, 레스터 제임스 페리에스 감독이 스리랑카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 잡는 발판이 된 작품이다.
보물
* 드라마
* 스리랑카
* 110분
* 12세이상 관람가
한때 부유했던 가문의 마지막 후손, 윌리 아베이나이케. 아버지는 빚더미와 황폐한 저택만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가문의 옛 영광을 되살리고 싶었던 윌리는 우연히 고대 야자수 잎 문서를 발견한다.
문서에 따르면, 거대한 장미빛 바위 아래 수백만의 가치를 지닌 보물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 보물을 얻으려면 턱과 목에 네 개의 점이 있는 처녀를 찾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는 기적처럼 조건에 완벽히 맞는 여성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이 그의 계획을 흔들어 놓으며, 윌리는 점점 갈등에 빠진다.
그러나 가문의 저택이 사라질 위기가 닥치면서, 윌리는 운명을 가를 마지막 선택을 해야만 한다.
스리랑카의 소설가 G.B. 세난아야케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보물>은 식민지 시대 몰락해 가는 귀족 남성의 심리적 혼돈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레스터 제임스 페리에스 감독은 이 작품으로 1972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스리랑카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복원된 4K 버전으로 상영한다.
그들이 왔다
* 드라마
* 스리랑카
* 140분
* 12세이상 관람가
스리랑카 서부 해안의 어촌 마을, 칼피티야(Kalpitiya).
도시 출신 사업가 빅터와 그의 일행은 자본주의적 운영 방식을 시도하며 마을을 변화시키려 하지만, 이는 마을의 전통적 지도자인 안톤(Anton)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빅터가 마을 출신의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결국 공동체는 피할 수 없는 충돌을 맞이한다.
<그들이 왔다>는 스리랑카 영화의 두 번째 혁명을 이끈 달마세나 파티라자 감독의 대표작이다.
외부인이 폐쇄적인 공동체에 들어오면서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전형성을 보이지만, 자본주의적 가치와 전통적 공동체 구조의 충돌이 결국 사회주의적 시각을 반영하는 결말로 이어지는 점이 흥미롭다.
이번 상영은 아시안 필름 아카이브(Asian Film Archive)가 심화 복원한 4K 버전으로, 2020년 칸 영화제 클래식 섹션에 공식 초청된 판본이다.
버려진 땅
* 드라마
* 프랑스, 스리랑카
* 107분
* 12세이상 관람가
정부군과 게릴라군의 휴전협정으로 오랜 내전 끝에 평화를 되찾은 스리랑카의 시골마을.
언제 전쟁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마을 사람들의 삶은 나태하기만 하다.
내전의 피해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실종되지만, 영화는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삶은 과연 그들이 진짜 내전 중인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느슨하고 무의미하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이 간극은 보는 이에게 더 큰 섬뜩함을 준다.
황량한 오두막 배경과 긴 호흡의 편집은 전쟁도 없지만 평화도 없는 자국의 기묘한 긴장상태를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를 잘 살렸다.
두 개의 세상
* 드라마
* 스리랑카
* 85분
* 전체관람가
전설을 따라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
한 청년이 하늘에서 바다로 떨어진다.
청년은 도시의 혼란과 폭력을 피해 산골로 오지만 변한 것은 없다.
사랑과 우정을 찾아 헤매지만 배신과 의심, 폭력이 소용돌이친다. 환상과 현실, 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영원처럼 지속되는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당신과 함께, 당신 없이
* 드라마/로맨스/멜로
* 스리랑카
* 90분
* 12세이상 관람가
전직 군인 사라트시리는 외딴 마을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며 조용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그의 가게를 자주 찾아와 작은 장신구를 맡기는 젊은 여성 셀비를 보고 마음을 품게 된다.
그녀의 어려운 처지에 연민을 느낀 그는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자 결혼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녀와 가까워질수록 사라트시리는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하여 말수가 줄어들고, 그녀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인다.
남편의 불안한 과거를 궁금해하던 셀비는 어느 날 그를 찾아온 옛 동료를 통해, 그가 한때 타밀족을 탄압했던 정부군 군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과거 정부군에 의해 가족을 잃고 이곳으로 피신해 온 셀비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맞이한다.
영화는 내전이 남긴 상처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쉽게 봉합될 수 없는 죄책감과 피해자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과연 화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1876년 단편 소설 『온순한 여인』을 각색한 작품이다. 스리랑카 영화의 ‘제3세대’ 선구자로 평가받는 프라산나 비타나게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이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파라다이스
* 드라마
* 스리랑카, 인도
* 93분
* 12세이상 관람가
인도의 영화프로듀서 케사브와 블로거 사미타 부부는 고대 인도의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유적들을 여행하기 위해 스리랑카에 도착한다.
첫날 여행 중 넷플릭스의 투자 소식을 들은 케사브는 하루빨리 인도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그날 밤, 호텔에 괴한들이 습격하여 모바일폰, 노트북, 카메라 등을 모두 훔쳐 간다.
이튿날 경찰서로 간 부부는 마을의 실업 상태 젊은이들 중 누가 괴한이었는지를 지목하도록 요청받는다.
2022년 4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의 현재를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인도인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 자신의 국가에서도 이등 시민 취급을 받으며 절박한 생존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 시민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 권력에 대해 분노를 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탄탄한 서사로 그려낸다.
플라잉 피쉬
* 드라마
* 스리랑카
* 125분
* 12세이상 관람가
시골 처녀 와사나는 마을에 들어온 군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군인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뒤 목숨을 끊는다.
중년의 한 미망인은 정부군과 타밀 반군이 대치하는 마을에서 8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산다.
어느 날 어머니가 애인과 관계를 갖는 모습을 본 큰아들은 그날 저녁 무서운 일을 저지른다.
타밀 반군이 13세 소녀의 집에 침입하여 엄청난 몸값을 요구한다.
돈을 주기로 한 날 밤, 소녀가 빠져나가자 반군은 부모에게 총을 겨눈다.
강렬한 영상에 담긴 세 이야기를 통해 20년 넘게 진행된 스리랑카 내전의 비극을 전하는 영화.
불타는 새
* 드라마
* 프랑스, 스리랑카
* 84분
* 12세이상 관람가
스리랑카영화의 미래로 주목받는 산지와 푸시파쿠마라의 사회드라마.
1989년 동부 스리랑카의 작은 마을. 남편이 불법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되어 고문 및 살해를 당한 후, 쿠섬은 여덟 명의 자녀와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희생을 거듭한다.
피콕 라멘트
* 드라마
* 스리랑카, 이탈리아
* 98분
* 12세이상 관람가
스리랑카 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부모를 잃은 19세 소년 아밀라는 어린 네 명의 동생을 돌보며 생계를 이어간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수도 콜롬보로 이주한 그는 중국 소유의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 이노카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는 두 달 내로 수술을 받아야 하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절박한 상황에서 아밀라는 불법 입양 조직의 유혹을 받게 된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입양 조직의 일에 뛰어들지만, 점점 착취당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목격하며 깊은 갈등에 빠진다.
산지와 푸쉬파쿠마르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인 피콕 라멘트는 스리랑카의 사회적 불평등, 가족애, 도덕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도덕성과 생존이 충돌할 때 벌어지는 윤리적 딜레마를 강렬하게 보여주며, 경제적 빈곤과 불법 입양 산업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만든다.
영화는 제3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예술공헌상(Award for Best Artistic Contribution)을 수상하였다.
28
* 드라마
* 스리랑카
* 98분
* 12세이상 관람가
오래전, 아바시리의 아내 수디는 마을 남성들의 조롱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수도 콜롬보로 향한 아바시리는, 그녀가 자신의 아내 수디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정식 장례 절차를 밟을 형편이 되지 않았던 그들은 즉흥적으로 아이스크림 트럭을 이용해 그녀의 시신을 운반하기로 결정한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마을을 향해, 어딘가 불길하고도 기묘한 여정이 시작된다.
프라사나 자야코디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28>은 언뜻 보기에 경쾌한 로드무비처럼 보이지만, 스리랑카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과 학대의 현실을 조명하며 성을 금기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적 위선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영화 속에서 네 번째 벽을 깨고 직접 관객에게 말을 거는 수디 역의 세미니 이담말고다는 억압 속에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또한, 싱할라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마헨드라 페레라는 복잡한 아바시리의 감정을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섬세하게 전달한다.
2014년 노테르담 국제영화제 넷팩상을 수상하였다.
플라잉 피쉬
* 드라마
* 스리랑카
* 100분
* 12세이상 관람가
상이군인인 루드란은 전 타밀타이거 반군 출신으로 재판을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나 점술가인 어머니와 함께 스리랑카 북부 고향 마을로 돌아간다.
어머니는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은 마을을 위해 실종된 사람들의 행방을 찾으려 하고, 루드란은 내전 중 실종된 자신의 어린 시절 연인 바니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비사케사 찬드라세카람 감독의 <모래>는 타밀어를 사용하는 지역 출신 배우와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으로 전후(戰後) 스리랑카 내의 소수 민족인 타밀족의 삶과 정체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영화는 절제된 카메라 워크,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루드란 역을 맡은 시바쿠마르 링가스와란은 과거 회상 장면 없이도, 그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내전의 상처와 고통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2023년 노테르담 영화제 특별언급상을 수상하였다.
텐티고
* 코미디
* 스리랑카
* 105분
* 12세이상 관람가
스리랑카에서는 장례를 앞두고 주변 지인들과 고인이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관을 열어 둔다.
어느 날, 발기된 채 TV를 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발견한 가족들은 혼란에 빠진다.
장례 준비를 위해 아들들, 어머니, 며느리까지 합세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한다.
부두술사를 찾아 영적인 해결책을 구하고, 의사를 찾아가 그것을 제거하는 보다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민하게 된다.
무사히 장례를 치르기 위한 가족들의 분투를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졸업생인 일랑고 라마나단 감독의 장편 데뷔작 <텐티고>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둘러싼 가족들의 소동극을 유쾌하면서도 감각적인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텐티고는 스리랑카 최초로 인도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된 작품으로, 상업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새로운 스리랑카 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기획전을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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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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