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13 최근 진행되는 미일, 중러, 북일, 북중간 외교교섭의 의미
미일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일본의 역할확대가 사실상 결정되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이후 패전국가가 아닌 정상국가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같은 패전국가이지만 독일과 일본은 매우 다르다. 독일은 전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적인 국가의 지위를 확보했지만, 일본은 전수방어체제를 강요당했다.
미국이 같은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에 각각 다른 정책을 추구한 것은 그 나름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는 프랑스와 같이 독일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들이 있었지만, 극동지역에서는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가 없었다는 점도 미국이 일본에게 전수방어를 강요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일본의 정상국가와에 가장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은 아베 전수상이었다. 아베는 일본이 정상국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메달렸다. 당시의 미국입장과 최근 미국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아베 당시 미국은 일본의 정상국가 추진 노력을 이용하여 미국 중심의 동북아질서 유지 및 강화에 이용한다는 정도였다면, 이번에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일본에게 정상국가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태도와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으로 일본은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총결산을 완성한 것이라 마찬가지라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미국은 일본에게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주일미군사령관의 계급을 대장으로 격상시키고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연합작전 수행을 타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일본은 절대로 한국처럼 전작권을 미국에 위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미국이 일본을 정상국가화시키는데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미국이 자신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결국 미국은 국력의 약화와 영향력의 감소로 인해 일본의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미국이 생각하는 새로운 격자형 동맹의 에서 담당하게 되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은 북일정상회담의 추진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일본에게 부여한 것이다. 결국 한국은 남북관계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북한과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남한의 군사력을 중국에 대응하는데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남한의 경우는 이런 미국의 의도에 그대로 끌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하겠다.
물론 미국의 구상이 그대로 현실세계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이 아무리 구상을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힘이 뒷받침할때나 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면 그 어떤 구상도 현실화되기 어렵다. 미국이 동맹의 체제를 부채와 부채살의 모습에서 격자망 네트워크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은 결국 미국의 힘이 약해진 상태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문제는 격자망으로 형성된 동맹체제가 미국이 생각하는 것 처럼 작동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시도를 하기가 무섭게 중국은 북한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서열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을 북한으로 보내 북한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은 그동안 중단했던 북한과의 경제교류와 협력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북일간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북한에 대한 일본의 제재도 일정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남한만 북한문제에 대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북한과 관계를 스스로 소외시켰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는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정치무대에서는 작용과 반작용이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강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수준도 과거와 차원이 다르게 강화되고 있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러시아와의 각종 협력을 조심하는 듯한 자세라도 보였지만 이제는 완전하게 달라졌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강화를 미국의 압박을 물리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미일관계가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중러관계의 강화를 상쇄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대외노선 변화는 상당기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5월에 예정된 시진핑과 푸틴의 정상회담은 향후 중러관계가 미일보다 더 강력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미북, 중러, 북일, 중일간의 외교교섭은 국제정치질서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서 완전하게 소외되어 있다. 한국은 지금과 같은 대외정책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한 아무런 존재감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국제정치무대에서 자신의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입지가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