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일지]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얼마일까?

in #adbada7 years ago

우리카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는 바로,
아메리카노-AMERICANO입니다.

아메리카노라는 커피는 2차세계대전 전까진 존재 하지 않았다고 해요.

2차 세계대전전까지 유럽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발명 되기 전까지 터키식으로 끓이거나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고 합니다. 터키식은 매우 진한 커피고요, 드립은 연한 커피로서 19세기 전에는 그다지 인기가 적었다고 해요.

에스프레소 머신은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가정에서 가장 쉽게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는 드립포트는 7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다는데, 뭐가 되었건 2차 세계대전 전에는 유럽은 진한 커피를 마셨고, 미국은 가볍게 끓이거나 드립(천)으로 내리는 상대적으로 연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렇게 미국와 유럽은 서로 좀 다르게 커피의 길을 가게 됩니다. 특히 에스프레소 머신과 모카포트가 개발이 된 이후로 유럽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가 지배하게 됩니다.

즉, 미국은 드립커피 (물을 타지 않아도 연한 커피), 유럽은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 (에스프레소에 우유나, 생크림, 설탕 등을 첨가하는 진한 커피)가 주를 이루는 거죠.

이런 와중에 2차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미국인 들이 유럽으로 파병이 됩니다. 당연히 이들은 미국식의 커피를 찾았지만, 유럽에서는 딱히 마시던 느낌의 커피를 내리기가 힘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서 농도를 미국식으로 맞춘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죠.

그런 모습을 보던 유럽인들은, 약간의 비웃음을 담아서 그 커피를 미국인들이 마시는 커피라고, 아메리카노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저도 줏어 들은 이야기인데, 유럽인들은 물탄 커피를 커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여튼, 그렇게 아메리카노가 탄생 했고, 한국은 아메리카노가 커피계의 황제가 되어 군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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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아메리카노.

현재 별다방은 톨사이즈(약12oz) 기준 4,100입니다. 저렴한 프랜차이즈의 대명사인 이디아의 경우 레귤러 사이즈(아마 12oz) 2,800원입니다. 물론 백다방이나, 메가커피 처럼 더욱 저렴한 업체의 경우네는 16oz 기본 사이즈를 1,8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격이 천차 만별이죠.
물론 업체마다 사용하는 원두의 퀄리티와 사용량이 다 제각각이라서 직접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저렴하게 서비스 되는 업체들은 원두의 상태도 별로고, 들어가는 양도 적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메리카노의 가격에 미치는 원가 비중이 원두가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좋은 원두와 충분한 양의 원두를 사용해 만든 아메리카노는 원가 비중이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 뭐 그렇다고 스타벅스 원두가 질이 좋다고는 보기 힘들지만요.

제가 보는 가장 이상적인 아메리카노는 HOT의 경우 13oz 컵에 10oz의 뜨거운 물에 1.5oz의 에스프레소를 첨가하는 것입니다.

이때 에스프레소 역시 약 20g의 원두를 사용해서 1.5.oz를 추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럴 경우 쓰지 않고 진한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게 돼죠.

그럼 그 가격은 얼마쯤 할까요?

다른 카페(프랜차이즈 포함)들은 빼고, 제가 운영하는 카페의 기준으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좋은 원두는 기본적으로 원두의 가격이 1kg에 2만원 이상 되어야 합니다. 저는 13년 정도 로스팅을 해 오고 있어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데요, 아메리카노용 원두는 약 3만원 정도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1샷(1.5oz가 저의 1샷 기준입니다. 약 45ml입니다.)을 20g으로 추출을 하면, 1Kg에 50샷 정도를 추출 할 수 있습니다.

1Kg에 3만원이면 45~47샷을 뽑을 수 있는데(그라인딩 시 로스률이 좀 있어요.), 그럼 1샷에 650원 정도의 원두를 사용하게 됩니다.

물론 이건 저의 기준입니다. 다른 카페들은 원두의 가격과 사용량에 따라 1샷의 원두 가격이 달라지게 됩니다.

여기에 테이크아웃 용품과 미미하지만 전깃세와 물값을 포함하면 약 120원 정도 들어갑니다. 그럼 770원 정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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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 그대로 순순하게 커피의 원가입니다. 당연히 장사하는 입장에서 커피의 원가에 들어가야 할 임대료, 인건비, 인테리어 비용과 기계 등의 감가상각비 등을 추가해야 하는데 이걸 비고정형 원가하고 하고 이건 딱 계산하기 힘들죠.

일단 저는 테이크 아웃 기준으로 1,500원에 아메리카노를 판매합니다. ㅎ 남는게 있냐고요? 네. 물론 남는게 있습니다. 위의 고정형 원가인 770원을 빼면 730원정도가 남는데, 하루 100잔 정도 아메리카노를 팔면, 월세 및 카페 운전자금과 딱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메리카노만 파는 것은 아니고, 드시고 가시는 분들은 2,500원에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음료들은 가격대가 좀 더 나가죠. 그럼 그냥 저냥 기혼남 혼자 간신히 먹고 살만한 매출이 나오게 됩니다.

제가 봤을 때 아메리카노만 팔아서 가족 건사하며 살려면 1,500원에 최소한 하루 300잔을 팔아야합니다.

하루 300잔. 생각보다 어마하게 많은 양입니다. 아직까지 저는 하루 100잔이상 팔아본 적이 없습니다. 혼자서 운영 하는 카페에서 100잔을 팔면 꽤나 고된 하루가 되기 때문에 300잔을 팔려면 알바를 고용해야 합니다. 당연히 저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줄게 되죠. 좀, 도돌이표 같은 느낌입니다.

방법은 하납니다. 좋은 아메리카노는 1,500이 적정 가격이 아니었던 겁니다.

최소한 2,500원 정도는 되어야 하루 100잔 언저리를 판매하여야 카페를 운영하는데 적정한 가격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좋은 아메리카노에 대한 커피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의 양심을 걸고(나에게 그런게 있던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지만요....) 추정한 가격입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원두와, 원두를 적게 사용하면 고정형인 원가는 650원이 아니라, 80원까지 떨어집니다. 오히려 테이크 아웃 용품 가격이 더 비싸지게 됩니다.

이렇다보니, 14~16oz 아메리카노를 (2,500-700) 1,800원에 판매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대충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좋은 아메리카노는 아무리 싸도 2,500원 밑으로는 만나기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2500원 이상의 아메리카노가 모두 맛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봤을 때 좋은 아메리카노를 가장 저렴하게 만나는 방법은 동네의 작은 개인 카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다는 아니지만 열에 한 두 곳은, 변칙적 시그니쳐 음료로 좋은 아메리카노를 저렴한 가격에 내 놓기도 합니다.

대략 2,800원~3,800원 사이로 형성이 되는데 복불복입니다. 찾을 수도 있고, 찾지 못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요즘은 작은 개인카페들이 너무 많아서 인프라가 조금 갖춰진 동네에선 찾으실 확률이 높을 겁니다.

개인 카페. 일반 프랜차이즈보다는 조금 불편 할 수도 있습니다. 공간도 적고, 오래 있으면 눈치도 보이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카페일수록 단골이 되면 부담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 됩니다. 가격도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하고 말이죠.

자, 이렇게 저는 영업질로 이 뻘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ㅎ


PS. 팔로우 해주시면 찾아가서 맞팔하고 리플달고 보팅까지 해 드려요~
PS2. 물론 아직 플랑크톤이라서 보팅력은 딸리지만, 열심히 보팅 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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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에스프레소 크래마의 신맛이 확~ 땡기네요~
정성스런 포스팅 감사히 보았습니다^^
tip!

에스프레소는 진짜 잘 뽑았을 때의 그 상큼한 고소함이 입맛을 확 돋우죠~
내일은 주말이니깐, 늦은 아침에 동네 카페에서 크레마 가득 올린 아메리카노 한잔 즐겨보세요~ ^^

껄껄껄 아메리카노에대한 역사와 함께 카페 홍보 굳.!

유후~ ^^ 이벤트 감사합니다!!!!

저흰 아직도 터키식으로 집에서 끓여 마셔요...^^
근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 좋은 커피 만나기 쉽지 않아요...

커피카페 사장님 힘내시고요! 뉴비 화이팅입니다.

우와~ 저는 터키식은 좀 힘들던데....
진한 커피 좋아하시나봐요! ^^
같은 뉴비끼라 화이팅 해요!

넵~ 진한 커피 좋아하는 편입니다.^^
터키식은 그냥 개별 입맛에 맞게 ,
저는 우유를 넣어 마시고 제 남편은
설탕, 시너먼 파우더 넣어 마시더군요~

훌륭한 글입니다 공감합니다

ㅎㅎㅎ 그정도는 아니고요. ^^ 놀러 갈게요~

1잔에 730원 정도 남는데 많이 파셔야 되겠어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네네. 맞아요. 많이 팔아야 하는데, 1월은 비수기고, 동네에 지금 개발 붐이 일어서 양쪽 길이 끊겼네요. ㅠ
조만간 다른 자리로 옮기면서 가격도 정상화 하고, 홍보도 많이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 이렇게 직접! 계산하신 것까지 들으니 제가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비싼게 아니였네요 :)

물론, 좋은 커피일 기준 일 때의 이야기에요~ ^^
일단 저도 카페를 하는데 3,000원넘는 아메리카노는 좀 비싸 보인 것도 사실이고요~ 팔로우 하러 놀러갈게요~

와 가격조사까지 정말 알찬글이네요! 미천하지만 보팅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알찬글 많이 많이 기대해봅니다

커피 관련해서는 조금 재미있는 내용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열심히 해볼게요~

노량진 천원짜리 아메리카노는 별로인가요? ㅎㅎ

노량진 천원커피를 안 마셔봐서 잘 모르겠지만, 마진을 남기려면 그렇게 좋은 커피는 아닐 것 같다고 추정해 봅니다~ ㅎㅎ

평소 아메리카노 마시면서 한번쯤은 궁금해했던 원가. 정리 감사합니다~

고정형(딱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원가) 원가 뿐만 아니라, 비 고정형(제품을 만들 기 위해 투자한 모든 제반 사항)원가까지 계산을 해야 하는 거라서, 업체마다 원가가 천차만별로 달라지죠. 위의 내용은 제 카페를 기준으로 한 원가랍니다~ ^^

첫 사진의 아메리카노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너무 상세한걸 알려주신듯 하셔서 ^^ 흠찟 놀랐습니다.~
너무 정직하십니다~~~
좋은 밤 되세요~~

제가 자랑하는 황금빛 크레마 아이스아메리카노에요~
쓴 맛 거의 없이 진하고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