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당신 / 복효근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생신 / 오봉옥 엄닌 밤새도록 물을 긷더니 뒤안 모퉁이에 앉아 찬물만 듬승듬승 온몸에 퍼부었어요. 엄닌 찬물 한 사발도 조선장에 버무린 산나물도 오래 오래 묵혀둔 곶감도 두 손으로만 고이고이 올려 생신상을 차리다가…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엄마 걱정 / 기형도 안 오시네, 해가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쓰러진 나무 / 나희덕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당신 / 복효근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생신 / 오봉옥 엄닌 밤새도록 물을 긷더니 뒤안 모퉁이에 앉아 찬물만 듬승듬승 온몸에 퍼부었어요. 엄닌 찬물 한 사발도 조선장에 버무린 산나물도 오래 오래 묵혀둔 곶감도 두 손으로만 고이고이 올려 생신상을 차리다가…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엄마 걱정 / 기형도 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가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당신 / 복효근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생신 / 오봉옥 엄닌 밤새도록 물을 긷더니 뒤안 모퉁이에 앉아 찬물만 듬승듬승 온몸에 퍼부었어요. 엄닌 찬물 한 사발도 조선장에 버무린 산나물도 오래 오래 묵혀둔 곶감도 두 손으로만 고이고이 올려 생신상을 차리다가…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받아쓰다 / 김용택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두었다가 점심때 와서 다시…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엄마 걱정 / 기형도 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가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yeginius (25)in #kr • 3 years ago • None쓰러진 나무 / 나희덕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 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