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76)in #steemzzang • 19 hours ago물빛---마 종 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hansangyou (76)in #steemzzang • yesterday회신---오 규 원--- 거제도에서 소포로 보낸 그대의 바다를 잘 받았습니다. 무수리와 노래미의 함성, 함성이 끝난 뒤의 바다의 목소리가 무척 잘 낚인다는 그대의 바다는 우리집 마당을 남해의 바다와 바다의…hansangyou (76)in #steemzzang • 2 days ago흰 웃음소리---이 상 국--- 내가 한 철 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 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 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 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 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hansangyou (76)in #steemzzang • 3 days ago세상아, 걱정하지 마라---강 민 경--- 지는 해, 차마 마주할 수 없어서 등 돌리면 발밑 그림자 길 앞에서 점점 길어지다가 희미해지고 그러다가 사라지겠지만 세상아, 걱정하지 마라 낮 동안 뜨거움에 달뜬 햇볕…hansangyou (76)in #steemzzang • 4 days ago조개잡이---한 상 유--- 헤무른 갯길 질러야 풀등의 시간만큼 쭈그려, 시린 손 재촉하니 무심히 되뇌는 유행가 가사보다 징한 세월..., 꿰맨 고무 함지에 더께져, 아린 속내hansangyou (76)in #steemzzang • 5 days ago장미와 가시---김 승 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hansangyou (76)in #steemzzang • 6 days ago모든 요일의 여행---김 민 철---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7 days ago카스텔라의 거짓말---홍 미 자--- 아프다고 생각하면 아파질 거야 심장이 뛴다는 건 마음을 읽었다는 신호지 꽃망울이 부풀 듯 이마가 뜨거워지는 순간 비명이 낭자한 꽃밭이었어 목이 꺾인 샐비어와 붉은 고백의…hansangyou (76)in #steemzzang • 8 days ago뻘 같은 그리움---문 태 준---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놓았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밀어올리고 있다는…hansangyou (76)in #steemzzang • 9 days ago달에 간 손---장 철 문--- 달이 베란다 가까이 와서 창 안쪽을 기웃거렸다 할매가 하늘에 떠 있느라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매일 지구를 도느라고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한테 달까지 뻗을 손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0 days ago선잠---박 준---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톡톡 건드리던…hansangyou (76)in #steemzzang • 11 days ago소녀---한 상 유--- 종지만한 어린 속내라도 야지러져 봄바람 차며 제풀에 토라지든 나무람 타든 둔덕에 해 떨어질 텐데 여태, 빈 바구니엔 설움이 철- 철-hansangyou (76)in #steemzzang • 12 days ago허락된 과식---나 희 덕---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hansangyou (76)in #steemzzang • 13 days ago살아 있다는 것---이 정 하--- 바람 불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들꽃은 저 혼자 흔들린다 누구 하나 눈여겨보는 사람 없지만 제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떨리는 게다 그래도... 들꽃은 행복했다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hansangyou (76)in #steemzzang • 14 days ago산길---문 현 미--- 청빛 바람 그득한 흙길을 걸으면 생각의 잎사귀들이 파파파 넓어진다 그림자가 가벼워지는 시간 영혼에 풀물이 스미는 시간 내 속의 어지러운 나, 우수수 흩어지고 파릇한 정맥에 새…hansangyou (76)in #steemzzang • 15 days ago라일락---한 상 유--- 문리대 담쟁이 처마 아래 그림자 숨겨 풋잠 든, 내 콧등을 간질이던 연한 웃음소리, 잎새에 부딪다가 팔베개한 옷섶을 헤집고 들어 오글거리는 햇살과 하릴없이 흩어지는 수업…hansangyou (76)in #steemzzang • 16 days ago봄비---홍 수 희--- 사랑 때문에 울고 싶은 날이다 사랑 때문에 젖은 유리창이 되고 싶은 날이다 추억상자를 조심스레 열기만 하면 튀어 오를 것 같은 너의 웃음소리 오간 데 없이 꽃은…hansangyou (76)in #steemzzang • 17 days ago민들레의 영토---이 해 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hansangyou (76)in #steemzzang • 18 days ago5월의 그늘---김 현 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hansangyou (76)in #steemzzang • 19 days ago5월 어느 날---목 필 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