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24 이번 이란 사태 정리, 각자도생과 연대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소 싱겁게 정리가 되는 모양이다. 23일은 매우 다양한 일들이 발생했다.
첫째로 이란은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란은 공격하기전에 카타르에게 공습을 하겠다고 알려주었고 물론 이는 미국에게 전달하라는 의미었다. 미군은 이란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모두 요격했다.
둘째로 트럼프는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한후 이란과 이스라엘간 휴전을 발표했다. 이란이 12시간 동안 공세를 가하지 않고 이어서 이스라엘이 12시간동안 공세를 가하지 않으면서 휴전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푸틴과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는 이란을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강화될 것이 아닌가 정도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이란은 러시아와 직접적인 군사협력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푸틴은 이란에게 군사적 지원을 언급했으나 이란은 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전히 이란은 미국과 서방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거치면서 대외정책 방향을 완전하게 바꾼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넷째로 이란 의회는 IAEA와 협력을 중단하는 법령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IAEA가 사찰을 통해 획득한 자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제공하여 폭격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 관련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이란은 가장 강력한 옵션중의 하나였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고려하지 않았다. GCC 국가들의 관계를 고려한 결정이 아니었나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한편,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프로젝트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말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이 상당 부분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란이 IAEA의 사찰을 거부하게 되는 것은 더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란은 북한의 핵개발 과정과 유사한 경로를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누가 이익이고 손해일까?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이 목표로 한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인가부터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말처럼 상당부분 현재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란에게 핵개발과 관련하여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은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과 같은 외부의 압박과 파괴라기보다는 이란 내부의 이슬람적 원칙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으면서 핵무기 보유의 현실적 필요성을 확실하게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타격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처지가 되었다. 그동안 이란은 미국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으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와의 본격적인 전략적 협력관계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었다. 여기서 전략적 협력이란 군사관계를 의미한다. 앞으로 이란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좀 더 두고보아야 하겠지만, 미국과의 관계강화나 제재완화와 같은 방식의 접근방식은 더 이상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을 받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했지만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고 정리하는 수순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무엇을 거두었을까? 이제 독자적인 핵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고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강력하게 타격함으로써 상당한 피해를 주었다. 앞으로 이스라엘의 공습과 같은 사건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란이 미국의 중재를 뿌리치고 계속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란의 정치지도자는 매우 독특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절대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절제가 가능한 것은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정치적 지위, 즉 절대적인 정치적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겠다. 이란은 스스로 극단적인 상황을 회피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인 것 같다. 그것은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절대적인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란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여타 이슬람 국가들의 개입과 응원을 말렸다. 헤즈볼라는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겠다고 했지만, 이란은 관여하지 말하고 했다고 한다. 헤즈볼라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도 그런 연유하는 보도가 있었다.
이란과 이스라엘 중에서 누가 더 많은 피해를 받았는가 하는 단순한 비교는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별 의미가 없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당해보지 못한 피해라고 하겠다. 이란 국민과 이스라엘 국민중 누가 더 심각한 심리적인 타격을 받았는가를 비교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여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은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패권국가로서의 평판을 상실하면서 지도력만 훼손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스스로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이제 국제사회를 관통하는 원칙과 가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서구의 이상주의적 가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다자주의적 상호존중이라는 이상과 가치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미국과 서방은 각자도생의 길에 접어 들었고,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대진영은 오히려 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