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15 이재명의 8.15 기념사와 트럼프-푸틴의 정상회담에 대해

8월 15일날 2가지 문제에 주목했다. 하나는 이재명이 8.15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해 9.19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고, 나머지는 트럼프와 푸틴간 열린 정상회담이었다. 두가지 문제 모두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느꼈다. 두가지 문제를 관통하는 단어를 찾기는 어렵지만 헛된 망상, 혹은 실망, 아니면 실패 등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먼저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은 결과가 전혀 없었다. 필자는 정상회담 논의가 발표되었을 때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결과는 없을 것이고, 기껏해야 미국이 러시아 해역쪽으로 북해를 사용하는 정도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보적 문제는 전혀 진척이 없을 것이고, 경제 협력의 가능성에 대한 의사타진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보니 필자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기울어졌다. 전쟁에서 외교는 전황에 좌우된다. 당연히 미국과 러시아간 외교의 주도권은 러시아가 쥐고 있다. 미국이 말을 많이 한다고해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러시아 편이다. 러시아는 지금부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 외교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가 있을 수 없는 미러정상회담을 한 것 자체가 미국이 러시아에 말려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미러정상회담을 통해 외교로 러시아를 억제해보겠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헛된 망상'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푸틴 혼자서 통치하지 않는다. 푸틴의 결정뒤에는 미국처럼 자본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는 싱크탱그가 아니라 오로지 러시아의 지정학적 이익만을 고려하는 전략가들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잘생각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에서 사이다 발언 같은 것들이 잘 나오지 않은 이유다. 국가운영이나 국제정치에서 사이다는 없다. 사이다를 추구하면 국가의 이익이 무너진다. 반미나 친미, 반일과 친일 모두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 유독 사이다 발언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사회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한국 자본주의의 내구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는 심각한 파시즘적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행동과 말은 미국이 전형적으로 파시즘적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시즘이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발생한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했고, 이를 돌파 혹은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타국을 강압적으로 착취하는 것밖에 없다. 필자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히틀러의 체코점령, 폴란드 점령, 프랑스 점령과 같은 사건의 동일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다. 히틀러가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된 소련 침공도 결국은 당시 독일 자본주의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을 뿐이다. 당시 히틀러가 돈바스 지역을 지향했던 것도 독일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것도 러시아의 막대한 자원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이런 무리한 짓을 저지른 것은 아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공공채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고 있다. 현재 이미 37조 2천억 달러를 넘었다. 트럼프 임기내에 40조 달러를 훌쩍 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채무는 이미 극복가능한 선을 한참을 넘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서두르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국제정치적으로는 미국이 형식적인 주도권마저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군사화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의 투자를 보장해주는 정도의 안을 제시했을지 모른다. 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미국이 전후복구에 참가하는 조건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것이라도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유럽 국가들에게 제시해보라.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유럽에서 미국은 영향력을 완전하게 상실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이재명이 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제안했다. 이런 제안을 누가 해서 경축사에 포함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북한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북한이 어떤 체제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이미 9.19군사합의는 실패했다. 유일지도체제의 북한에서 수령이 스스로 잘못되었다고 파기한 합의에 다시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수없이 많은 북한전문가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북한이 정말로 실망하고 있는 것은 남한내에서 북한에 대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이해도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닌가 한다. 남한은 북한이 절대로 받아 들일수 없고 받아 들여서도 안되는 제안을 한 것이다. 어떻게 현재의 김정은 체제가 문재인 정권과의 실패를 다시 반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다. 2024년 1월 1일 남북 두국가체제를 선언한 북한과 김정은 체제는 그 이전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한다. 국정원이 도데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이토록 처참한 수준이라면 실망이 크다.

이재명 정권은 당장의 경제지표에 눈이갈지 모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안보상황과 남북관계이다. 대통령에게는 안보가 경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것이 지자체장과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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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icwax here! @section-2 님의 이번 포스팅, 8.15 기념사를 통해 드러난 국제 정치의 단면과 국내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입니다!

특히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과 그 배경에 숨겨진 러시아의 전략적 계산을 짚어낸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헛된 망상'이라는 표현으로 미국의 외교적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신 점, 그리고 이재명 대표의 9.19 군사합의 복원 제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깊이 공감됩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하며 국정원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신 부분은 많은 이들에게 화두를 던져줄 것 같습니다.

국가 운영과 국제 정치에서 '사이다' 발언이 갖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파시즘적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신 부분은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이 포스팅을 통해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Steemians 여러분도 @section-2님의 심도 있는 분석에 함께 참여하여 건설적인 토론을 이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