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10 8월 15일 미러정상회담 전망, 국제정치의 전략적 주도권이 러시아로 전환
국제정치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미국과 러시아가 8.15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했다. 한미정상회담이 8월 25일 예정이니 약 10일전에 미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벌써부터 미러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단이나 휴전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서 시선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러정상회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완전하게 승리했다는 점이다. 현재 파크로프스크가 러시아군에게 점령직전이다. 돈바스 전선에서 방어선이 구축되어 있는 지역은 크로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 정도다. 2014년이후 미국이 지원해서 구축했던 방어선의 전체 80%이상이 러시아군에게 점령되었다. 파크로프스크가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는 제대로 준비된 방어선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파크로프스크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조기에 종결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러시아군의 행동경향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종심깊게 진출할 것이다. 자연장애물인 드네프르 강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후 크로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을 포위해서 섬멸할 수도 있다.
앞으로 미러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이나가 미국의 중재에 따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런 협정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유럽과 연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과 영국의 석유자본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해서 중국과 인도를 겨냥한 관세부과 위협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까지 러시아와 중국 쪽으로 밀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버렸다.
이렇게 보면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어떻게 논의될 것인가 하는 것은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조건으로 영토교환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고, 러시아는 결국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반나치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젤렌스키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고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친러정권의 수립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가장 선호하는 전쟁종결방식이다. 최근 영국에서 잘루즈니를 젤렌스키 후임으로 논의하는 보도가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미 영국은 젤렌스키 이후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 것인가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필자는 잘루즈니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러시아가 지목한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어차피 우크라이나 전쟁은 되돌릴 수가 없다. 유럽도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체코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할 수 없으며 지원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의 입장도 분열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유라시아지역에서 남카프카즈에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를 거점으로 해서 중앙아시아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연하는 흑해전선에서 물러나서 카스피해 지역으로 노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와 푸틴은 남카프카즈에서의 세력조정에 관한 논의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푸틴이 트럼프가 원하는 남카프카즈 지역에서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오는 천연가스 시설을 폭격했다.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다음 목표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크게 두가지 지정학적 문제와 싸움을 해야 한다. 첫번째는 남카프카즈이고 두번째는 발틱해 문제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이 두가지 문제 모두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남카프카즈로 진출하여 러시아를 압박하고 발틱해에서 러시아를 위협하면, 러시아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미국의 divide and rule 전략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인도의 관계를 이완시키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그런 전략이 통용되는 시기는 지났다. 푸틴은 시진핑과 모디에게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할 것인가를 모두 알려주었다. 미국은 점점 틈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유일하게 남은 틈은 조선과의 관계개선밖에 없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이어갈 의지가 있다고 밝힌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번 미러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타협과 협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푸틴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주도권이 확실하게 러시아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미국과 전세계에 확인시키는 무대로 활용할지도 모른다. 한가지 북극해의 이용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러시아에게 손을 벌릴 가능성은 있다. 미국의 태평양 지역에서 북극해를 이용하려면 결국 러시아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자력으로 북극해를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성과가 있다면 북극해의 이용에 대한 러시아의 관용정도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러시아도 과거의 러시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