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30 현재의 미국과 중국을 보는 시각, 제2차대전이전과 비교하여
지난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황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내용을 올렸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러시아에 점령된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고,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점령이후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발키 회랑과 발트해의 안전확보는 러시아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 문제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과 중국의 현재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태평양전쟁 직전의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공습을 감행했다.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한 이유는 1937년 일본이 만주점령후 중일전쟁에 대한 미국의 대일압박 때문이었다. 미국은 일본에 제재를 가했다. 가장 심각한 제재는 일본에 석유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일본은 동남아와 미국으로부터 석유전량을 수입하고 있었는데, 이를 금지한 것이다. 이에 일본은 신속결전으로 미국을 공격하여 굴복시키고 행동의 자유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태평양 전쟁의 원인과 관련해서 이견은 존재하지 않았다. 승자의 원칙이 적용되어 일본의 책임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이 1929년 이후 계속된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쟁을 하려고 했고 이를 위해 일본의 전쟁개시를 유도했다는 평가가 태평양전쟁 원인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이전까지 뉴딜정책을 실시했지만 1930년대의 경제공황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일본은 미국의 석유수출제재를 감당할 수 없었고 그래서 전쟁의 길로 들어섰다. 일본의 미국공격을 언급하는 것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태평양전쟁 당시의 미국과 일본의 관계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일본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전쟁을 통한 승리였다. 현재 미국이 중국에 가하고 있는 각종 제재는 제2차대전직전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더 심각했으면 더 심각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우리가 비교해보아야 할 것은 당시의 일본과 현재 중국의 차이다. 일본은 전쟁이외의 대응방법이 전무했고, 중국은 전쟁이외에 대응할수 있는 수단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일단 중국은 과거 일본과 같이 에너지의 일방적 의존과 같은 결정적인 단점이 없다. 중국도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미국에게 종속되어 있지 않다. 중국은 적어도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통제권에서 완전하게 벗어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과거 미국과 일본의 관계와도 매우 다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다. 미국은 자본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중국은 생산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마 미국과 중국이 상호호혜적인 협업관계를 유지했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관계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갈등관계로 진입한 것은 2008년의 미국 금융위기였다고 하겠다. 미국은 천문학적 금액의 돈을 풀었고, 미국의 국채를 사던 중국은 자신들이 그동안 벌어 들였던 부가 앉아서 삭제당하는 것을 보아야 했다. 중국이 미국주도의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반기를 든 계기를 2008년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원인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평가가 있을 것인데 그때 아마도 2008년 금융위기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상품생산을 중국에 맡기고 중국의 자본시장에 진출해서 금융수익을 확보하는 것을 추구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이후 중국은 이런 미국자본의 진출을 막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1기부터 중국에 대한 견제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전부터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자본시장확대를 위한 시도는 있었다. 트럼프 1기 취임이전에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했고 그때 주로 논의된 문제가 중국자본시장의 개방에 관한 것이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트럼프 1기 취임이후 2017년 9월 21일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이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인 왕치산을 만나 경제 및 무역관계에 대한 비밀회담을 했고, 그 때 주요 관심사가 미국자본의 중국진출에 대한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에도 중국과 미국은 자본시장문제와 관련하여 여러번의 비밀회동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23년 6월 100세를 넘은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하여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고 한 것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무역을 통해 획득한 수익을 금융시장 개방으로 자신들도 획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요구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악화의 배경은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더 이상 미국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고 반면 중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상황이라면 키신저가 말한 것처럼 미국과 중국간에는 이미 전쟁이 났을지도 모른다. 전쟁을 막은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중국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이고, 역내의 군사력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누차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전쟁도 승리의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패배할 것이 뻔하면 전쟁을 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군사외적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장악하고 있으며, 대외관계에 있어도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중남미국가를 포함시키고 있으며, 5월 27에는 처음으로 중국-아세안-걸프회원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미국보다 우위의 외교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급한 것은 미국이다. 중국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에게 유리해진다. 미국이 현재 중국에 가할 수 있는 압박은 크게 3가지 정도라고 하겠다. 첫째는 관세, 둘째는 첨단기술통제, 셋째는 전쟁이다. 관세는 이미 힘을 잃어 버렸다. 관세는 오히려 미국내의 문제만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첨단기술통제 정책도 역작용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독자적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전쟁도 만만치가 않다. 사실상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부족하고 승리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중요한 정책수단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시간 때문이다. 일반의 생각이나 고정관념과 달리 시간이 가면 갈수록 미국의 군사적 입지는 더 불리해질 것이고 중국의 군사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강박관념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하에 들어가 버렸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 대리전쟁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대리전쟁에 일본과 한국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 짐작할 수 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이미 여러번 한반도와 동남중국해 전쟁을 통합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의 원 시어터 구상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실행방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일본은 미국의 구상대로 대리전쟁을 하려는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하겠다. 일본은 자신들의 역량을 확대하여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미국의 입장을 역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즉, 원 시어터 개념을 가지고 일본이 전역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되,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하지 않고, 자신의 국제정치적 입지 확보를 달성하다는 것이다. 중언하자면 일본이 달성하고자 하는 국제정치적 입지확보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한국의 위정자와 국제정치학자들이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치적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은 5월 29일 유세에서 주한미군이 대중국봉쇄정책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언함으로써 한국의 대중국 전쟁참가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재명의 발언은 김문수보다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는 이낙연과의 연대때문이라도 이재명과 같이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보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인데 집권도 하기전에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내에서 팽배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혐오는 결코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혐오대신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찾아가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아쉽다. 최근들어 보수언론에서 우리의 국익에 대해 감정보다 이성적인 접근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