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22 스스로 지정학적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망하는 처지가 된 트럼프의 미국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는 경제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란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미국의 문제에 대해 비슷한 글을 계속 쓰는 것은 한국의 주요 지식인과 언론이 여전히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극적인 대전환이 아니고서는 새로운 상승의 국면을 만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신자유주의는 미국의 자본과 중국의 생산이 서로 조화로운 협력을 만들어낼때 가능했다. 미국이 중국과 공조체제를 만들어낸 것은 중국의 자본시장에 진출해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창출해낸 부를 도로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상승하자 미국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관련한 시도를 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중국은 미국의 속내를 이미 충분하게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제1차 집권시기이후 부터 미국과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협상은 계속되었으나 결과는 별로 없었다. 이에 관란 뉴스는 한국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자들이나 언론들은 미국과 중국간의 문제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관찰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필자는 운좋게 이런 문제를 미리 인식하고 관련 사실을 추적하고 있던 선배 한분의 도움을 받았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키신저와 스티브 배넌이 중국과 벌인 협상과 관련한 뉴스를 추적해보기 바란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문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최근 트럼프의 행동이 종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트럼프는 적어도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하게 러시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협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고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주장하는 발언을 했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에 다시 무기를 보내던 미국이 방향을 완전하게 바꾼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발언은 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게 한다.
트럼트의 입장변경은 푸틴과의 전화이후에 나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둘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푸틴은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미국 자본의 이익을 보장해주는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수용하고 미국과 러시아간의 교역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정도의 논의를 하지 않았는가하는 정도다. 그들이 무슨 문제를 논의했고 어떤 합의를 했는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지나면 그 전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자신의 입장을 조변석개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미국의 국채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결국 이 문제로 인해 미국이 패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근 들어 미국의 장기국채 이자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장기국채 금리의 상승이 단기국채발행량의 축소 때문이라고 하는 국제금융학자들도 있지만 결국 장기국채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외국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매수를 꺼리게 만든다.
중국은 1/4분기에 미국 국채규모를 줄였고, 그 반대로 영국은 미국채매입을 늘였다. 그 결과 영국은 중국을 제치고 제2의 미국채 보유국가가 되었다. 영국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있다는 평가를 심상치 않게 받고 있는 나라다. 이런 영국이 미국 국채를 매입할 정도의 여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돈이 있으면 국내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영국은 독립국가라고 하기 어려운 것 같다. 자신의 살과 피를 미국을 위해 바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채 10년물이 4.5에 도달하고 있더니 4.6을 넘기까지 했다. 이렇게 미국국채 금리가격이 상승하면 미국은 사실상 파산하게 된다. 더 이상 재정을 사용할 자금이 없다. 낙관론자들은 여전히 미국의 가능성에 베팅을 하지만 그런 낙관론이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느냐는 의심스럽다.
트럼프의 입장전환은,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자본시장을 미국에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교역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트럼프가 지금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자신들이 통제하기 쉬운 국가의 생산력을 대폭 강화하고 그런 국가들의 자본시장을 장악하는 일이다.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현상황은 지금과 전혀 다른 지정학적 변화가 필요하다. 즉 중국을 고립시키고 북한, 러시아, 이란과 전면적인 협력을 하고 이들 국가의 자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이 거둔 무역흑자중 일부를 미국국채를 매입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즉 트럼프가 미국의 경제를 유지하고 패권을 유지하는 방법은 지금과 전혀 다른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필자는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런 변화의 징후가 아닌가 한다. 그렇게 보면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도 그 추이가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 미국이 러시아 및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변화의 초입에 서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과의 관계도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하겠다. 물론 북한이 미국의 이런 입장 변화를 얼마나 신뢰하고 대화에 나설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직 분명하지는 않고 흐릿한 정도에 불과하지만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과의 관계를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가져가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는 충분한 근거는 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미국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작동할 것인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하겠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과 북한은 절대로 각개격파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정학적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만일 미국의 의도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과거와 상당히 다른 국제정치적 지위를 지니게 될 것이다. 과거와 같은 패권적 지위는 더 이상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럴 경우 어떤 국제정치적 질서가 형성될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