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15 전승80주년과 미중러 세력경쟁 상황, 공세와 수세가 바뀌고 있다.
본론에 들어가기전에 국내정치상황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하고자 한다. 국내정치상황은 점점 더 전제정치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필자가 전제정이라고 하는 것은 독재체제가 제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화정은 사실상 종말을 고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이재명이 집권하게 되면 국가원수 모독죄 같은 것이 생겨날수도 있을 것이다. 법집행은 매우 폭력적인 경향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의 폭력이 일상화된다는 의미다. 필자가 전작권환수가 이뤄지면 상당한 수준의 문제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찌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국제정세를 평가함에 있어서 굳이 러시아에서 개최된 80주년을 국제정세 평가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80주년 전승기념행사에 참가한 국가의 면모를 보면 전세계적인 반미연합을 상징하는 것같다.
국제정치는 결국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같은 초강대국의 대결과 갈등 그리고 협상에 의해 좌우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나머지는 비교적 중요성과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최근에 드러나는 주요한 특징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공동행동 노선을 분명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중러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서에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보상황을 자신의 안보위협으로 적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매우 높은 수준에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5월 13일 전쟁준비가 사활적 임무라고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중국 러시아 조선이 모두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을 상당히 높다고 파악하고 있으며, 서로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일 대 조선 중국 러시아의 구도를 그대로 고착시키는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의 외교안보특보인 김현종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재명이 집권하더라도 그의 대외정책이 윤석열의 경우와 별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지금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의 안보상황은 점점 더 위험해질 것이다.
한국이 한미일 안보구도에 머물면 점점 안보위협이 고조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최근들어 중국과 러시아가 공세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미국은 수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전략적 협력을 공고히하면서 미국의 갈라치기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했던 중남미 및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에게 적극적인 구애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5월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중국·라틴아메리카(중남미)및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포럼 장관급 회의 개막식에서 '미국에 맞서 단결하자'며 정식으로 미국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은 약 13조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면서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은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런 중국의 도전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막고 뒷마당을 지키려면 결국은 돈이 필요한데, 미국은 그런 돈이 없다. 올해 들어 미국 국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36조 8500억 달러를 넘었다. 미국 국채금리도 점점 더 올라서 오늘자 10년물 금리는 4.5%를 넘었고, 30년물 금리는 5%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단기금리는 조정할 수 있지만 장기금리는 관리하기 어렵다. 장기금리는 시장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은 금리를 낮추지 못하면 재정과 예산을 동원하여 중국의 공세를 막아낼 수 없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많이 줄였지만 국채이외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 6-7조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은 미국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약점인 국가채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에 군사력을 증강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런 대응으로는 중국의 도전을 막아낼 수 없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군사외적 공세를 가하고 있고, 미국은 그런 중국의 공세를 막아낼 능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과 태도도 시각을 달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선에서의 진출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미국 트럼프의 휴전제의를 검토하는 것 같았지만, 그 뒤에 러시아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러시아는 절대로 트럼프의 의향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군사작전의 강도를 줄이자, 트럼프는 다시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재개했다. 광물협정에 따라 미국은 무기지원으로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펀드의 몫을 대신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광물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광물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숙히 끌려들어가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군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못하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도록 하여 미국을 전쟁에 묶어 놓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을 소모시키는 정도를 넘어 서유럽 전체 및 미국의 잠재력을 모두 소모시켜 버리려고 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는 것으로 보니다.
미국이 후티예멘에 대해 휴전을 선언한 것도 더 이상 재정적 여력과 탄약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미국 언론의 평가는 현재 미국이 처한 한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미국은 서아시아지역에서 힘을 절약하여 동북아지역으로 집중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서는 군사력보다는 부르키노파소의 트레오레 암살과 같은 정보작전을 통해 주도권이 한꺼번에 넘어가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부르키노파소의 트레오레 암살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조선은 상당수의 군병력을 부르키노파소로 파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의 PMC라고 할 것이며 이에 대한 비용은 러시아가 감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제국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제국의 붕괴는 전쟁을 동반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가능성에 대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하겠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여야의 정치지도자를 보좌하는 인물들이 여전히 미국의 단극질서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