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4 또 다른 작전단계에 진입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략상황 평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가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의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것은 22년 전쟁발발 때부터 이야기 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하면, 미국의 패권은 결정적으로 붕괴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을 그 이전과 좀 다른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5월 19일 트럼프와 뿌찐이 전화통화를 했다. 며칠이 지나면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이 발을 조금씩 빼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거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뿌찐의 강력한 전쟁계속 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휴전을 거부하자 유럽과 미국은 제재를 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분명한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한편, 미국의 서방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히 약화시키거나 붕괴시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토의 해체일 것이며, 미국과 유럽의 안보협조체제를 붕괴시키것이 중간 정도의 목표가 될 것이다.
러시아의 이런 구상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의지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돈이 없다. 무기와 탄약을 보낼 돈이 없다. 미국과 유럽이 최선의 지원을 해도 지금과 같은 전황을 겨우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의 전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압박을 강력하게 시행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을 파괴하고 있다. 일전에 러시아군이 외교적인 이유로 우크라이나 군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낮추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군 전선이 갑자기 무너지면, 미국이나 유럽이 전쟁에 뛰어들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말은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 전선을 신속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군은 전투를 소강상태로 유지하면서 상당한 수량의 탄약을 비축했을 것이다.
군사작전에서 시간은 러시아 편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러시아 군에게 유리하다. 미국과 유럽이 말하는 경제재제는 러시아군의 군사작전을 약화시키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필자가 새로운 작전단계로 진입한 것 같다고 하는 것은 뿌찐과 트럼프간의 19일 전화통화이후 러시아군의 진출이 조금씩 활발해지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뿌찐은 돈바스지역에 완충지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말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필자는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의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넘어서면 전쟁의 성격이 바뀐다. '특수군사작전'에서 본격적인 전쟁이 되는 것이다. 이미 러시아 내부에서는 드네쁘르 강 이동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돌고 있다.
요며칠사이에 러시아군의 군사작전 강도가 그 이전보다 조금 더 강력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군은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하고 밀리고 있다. 러시아군이 공세를 약화시킨 소강기에는 우크라이나 군이 역습도 시도했지만 모두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군 피해규모에 대한 보도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140만정도의 피해를 넘어가고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징집자원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 전쟁을 더 이상 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러시아가 무기를 제공해도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번 트럼프와 뿌찐의 전화통화 이후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그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조치를 하고 있다. 그것은 독일이 5월 22일 독일군 제10기갑 사단 에하의 제45여단을 '리투아니아 여단'이라고 명명하고 이 부대를 리투아니아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약 400명 정도만 배치되었지만 내년에는 2000명, 27년에는 5000명 정도의 전투부대를 주둔시킨다는 계획이다.
독일이 리투아니아에 군대를 배치한 것은 러시아 본토와 칼리닌그라드를 잇은 수왈키회랑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이 되면 러시아는 수왈키 회랑의 통행문제로 리투아니아를 설득하든지 강압을 하든지 할 것이고, 이럴 경우 독일의 기갑1개여단은 군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기는 어렵다.
독일과 리투아니아 사이에는 폴란드가 있다. 최근 폴란드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려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과 달리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독일의 군사적 분쟁에 끌려들어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독일군의 '리투아니아 여단'은 사실상 고립된다. 독일의 제45여단 배치는 군사적 의미보다는 정치적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나, 러시아는 발트해의 안전한 진출을 위해 발트3국을 그냥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발트3국의 입장에서 볼 때 러시아와 적대관계를 계속하는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국의 지정학적 의미를 10분 이용하여 서방과 러시아로부터 이익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발트3국은 한국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발트3국이나 한국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는 향후 군사작전을 계속할 수 있는 전략적 장애물들을 거의 다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러시아군의 공세가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더 이상 군사작전을 수행할 여력이 없다. 여기에서 항복을 하는 것이 최상이다. 전쟁도 살려고 하는 것이지 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