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9 미국과 중국간 딜렘마의 유일한 출구는 조선이다.

한국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이 무역흑자를 거두던 미국은 트럼프 등장후 관세와 투자압박으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중국과는 이미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훨씬 크지만, 미국으로부터 무역흑자를 거두어 근근이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 상황도 얼마남지 않았다.

한국은 딜렘마에 처해 있다. 앞으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무역흑자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무역으로 번돈을 모두 미국에 강탈당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과는 제반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한국은 중국을 뛰어 넘을수 있는 혁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이후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미국과 같은 수준에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 이른바 '연미연중'과 같은 주장도 있을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갔으며, 이는 한국이 중국에게서 엄청난 흑자를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중국의 호감이 나빠진 것은 1996년 탄핵에 몰린 박근혜가 미국의 사드를 배치하면서 부터였다. 중국은 혐한론을 내세우며 중국시장에서 한국상품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무역적자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호감이 늘었다 줄었다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무역흑자의 규모와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한국내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한국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적대감으로 변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관세협상의 내용이 계속되면 한국의 대미무역흑자는 극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설사 무역흑자를 거두더라도 그 과실은 모두 미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배고파진 이유가 미국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반미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중국과의 문제는 복잡하다. 한국이 중국과 무역적자를 거두는 것은 한국의 산업생산성이 중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 내부의 노력만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상실하게 되는 무역흑자를 중국으로부터 상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할 것이다.

한국이 처한 미국과 중국의 위협과 위기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미국은 한국에게서 경제적 이익을 강압적으로 약탈하는 것인 반면, 중국과는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경쟁력 약화이다. 미국의 강압적 착취는 우리가 어쩔 수 없다. 미국이 힘의 우위로 압박을 한다면, 제 아무리 이재명이라도 이를 막아낼 수 없다.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과의 문제는 한국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한국의 유일한 출구는 조선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만일 한국이 조선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견줄 수 있는 산업생산력을 확보한다면, 중국은 다시한번 한국에게 그리고 조선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은 트럼프에게 한국-조선 관계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고 그에 관한 확고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 필자는 미국이 말하는 동맹현대화라는 것도, 한국과 조선의 관계발전을 트럼프가 확고하게 지원하고 지지하겠다는 확약을 한다면, 일정부분 우리가 얼마정도까지 가능할지에 대한 고려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와 소위 전문가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미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동맹현대화에 깊숙하게 발을 들여 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먼저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트럼프 정권은 계속해서 조선과 대화를 위한 제스츄어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서 다시 협상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국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이어서 조선과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우선 한국과 조선의 관계발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재명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이점을 분명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이 제시하는 동맹현대화의 수용 가능한 범위는, 미국의 직접적인 전투행위에 대한 지원활동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한국군은 동맹현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이외의 영역으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고 능력도 부족하다. 한국이 동맹현대화에 기여하는 가장 의미있고 확실한 범위는 한반도 안보를 한국이 책임지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아니면 안된다고 하던 소위 동맹주의자들의 입장이 최근들어 갑자기 바뀌는 것 같다. 한국군이 한반도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이들의 입장 변화과 과연 객관적인 상황과 남북간 군사적 능력 평가에 입각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그렇게 하니까 알아서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후자가 더 가까운 것 같다.

한국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향후 상황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이다.

결국 한국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조선과의 차원이 다른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다. 이재명 정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물론 동맹현대화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중국과 직접 충돌하는 상황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