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20 김여정이, 이재명에게 역사를 바꿀 위인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한 이유

김여정이 이재명의 을지훈련시 국무회의에서 한 말에 대해 '이재명은 역사를 바꿀 위인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필자는 이재명과 이재명의 대북정책팀이 조선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9.19 군사합의에서 이행가능한 방안을 찾아서 추진하겠다는 말을 보고, 한국의 소위 대북전문가들이 조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었다. 그런데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필자가 무슨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필자의 평가를 설명하기 위한 글을 작성하고자 한다.

조선은 24년 1월 1일 남북을 민족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설정했다. 이것은 조선이 한국전쟁이후 지금까지의 한반도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했으며, 이는 조선이 다시는 과거와 같은 대남정책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정책을 수립하려면 기본적으로 잘된 것과 잘못된 것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잘못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소위 대북전문가들과 학자들 그리고 관료들마저 이런 기초적인 작업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먼저 김정은이 문재인 당시 대화에 나선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아마도 당시 북한은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하고 나서 다시는 극단적인 반북 극우세력들이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권과 관계를 잘 설정하면 남북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미국이 부과한 제재로 해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이 당시 남한과 미국과 대화를 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당시 북한은 문재인 정권이후 남한에서 극단적인 반북세력들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의 실정으로 남한내 정치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극단적 반동세력인 윤석열이 집권했고, 그로 인해 그동안 남북관계의 합의는 모두 폐기 되었다. 사실은 문재인 당시부터 남북간 9.19군사합의는 위반되기 시작했다. 문재인이 위반하기 시작한 것을 윤석열이 끝장을 낸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매우 황당했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평가를 했을 것이고, 남한 정권과의 약속과 협의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필자는 북한이 두국가론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잘못했다고 평가한 과거의 합의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이 9.19 군사합의를 꺼내는 것은 결국 김정은의 과오를 지적하는 것이고 그것은 조선의 유일영도체제의 개념으로 볼 때, 한국이 김정은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북한은 생각할 것이다. 조선은 한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점진적인 신뢰구축과 같은 점진적 조치들은 언제든지 한국과 미국에 의해서 취소되고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한 것이다.

김여정이 이재명을 두고 '역사를 바꿀 위인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이재명은 한반도의 근본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조선은 앞으로 한국과의 대화는 거들떠 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이 북한핵을 인정하고 대화를 요청하면 그때는 수용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이재명이 남북관계의 해소에 진지한 의지가 없고 단지 국내정치용에 불과하다고 평가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조선은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역사를 바꿀 정도의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 김여정이 말한 '역사를 바꿀 정도의 의지와 능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미국에 의해 한반도 안보가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조선은 한국이 적어도 안보문제에서 지금보다 훨씬 주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이재명 정권이 조선과 대화를 하려면 9.19합의 운운하면서 김정은의 실책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재명은 문재인의 실패한 정책이 아니라 자신만의 분명한 대조선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재명 정권에서 대북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동영이나 이동석 그리고 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위성락에 이르기까지 차별성있고 현실적인 대조선 정책방향을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권이 조선과 의미있는 관계의 진전을 바란다면, 이제까지의 대조선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추진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책은 정권이 바뀐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결과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재명 정권은 필자가 주장한 말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