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19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이재명정권의 대조선 정책, 다시 원점으로

in news 지정학과 세상읽기4 days ago (edited)

어떤 나라든 대외정책은 자폐적 성격을 조금씩 띠게된다. 대외정책과 국내정책간의 미묘한 차이 때문이다. 통상 대외정책은 국내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수립된다. 그런데 국내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대외정책의 수립에는 부정적인 경향을 띠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지금의 대외정책을 건전하고 합리적으로 수립하려면, 미국과 관계를 조금 띠면서 중국 러시아 및 브릭스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 미국의 압력은 차제에 두더라도, 한국 국내의 한미동맹 최대주의자들이 조금의 정책변경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을 마음놓고 착취할 수 있는 관세를 부과해도 아무말 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은 한국내 한미동맹주의자들의 여론 때문이다.

이재명 정권의 등장이후 남북관계의 발전, 그리고 대외정책에서 실용적 방향으로의 정책수립과 추진과 같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으나, 최근의 상황을 보면서 그것이 무망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최소한 이재명 정권이 존재하는 동안 조선은 한국과 제대로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최근 이재명 정권의 정책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이재명 정권이 남북관계를 진지하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고, 단지 남북관계를 자신의 국내정치에 이용하겠다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하에서 남북관계를 주도할 2명의 중요 인물이 인선이 되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이다. 정권 출범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이들이 무엇을 추진하는지 혹은 추구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권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너덜너덜해진 남북관계의 협상결과들을 얽기설기 메어서 다시 내놓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김정은의 체제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과거에 실패했던 문재인 시대의 산물을 수용할 수 없다. 게다가 문재인 시대와 지금은 국제정치적 환경과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미국 패권시대가 붕괴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수립되고 있다. 게다가 조선은 남북관계를 민족문제가 아닌 국가간 문제로 성격을 완전하게 바꾸었다.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이재명 정권의 대북정책 책임자들은 기존 한국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새롭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역할이 정동영과 이종석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시대적 변화는 무시하고 문재인 정권의 유산만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것은 이재명 정권이 조선과 진지한 관계개선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이재명 정권은 조선이 자신들의 제안이나 제시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못한다며,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조선에게 떠 넘기려고 할지도 모른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의 이재명 정권은 자신의 국내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조선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재명 정권의 지지도는 점점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희생양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권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조미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발표도 현재 조선이 어떤 생각인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은 미국의 말을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험을 했다. 조미간 약속위반은 절대적으로 미국이 그 원인이었다. 조선은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의 제거가 아닌 말의 성찬에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은 을지연습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없다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했다. 을지연습과 한미연합훈련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을지연습은 한국정부의 정부차원의 연습이고 한미연합연습과 훈련은 명백하게 조선에 대한 반격작전과 북한전역의 석권을 목표로 한다. 대통령이 을지연습과 한미연합연습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강경화를 주미대사로 임명한 것을 위시한 주요 대외정책의 주요인사를 친미주의자로 도배한 것도, 이재명 정권이 앞으로 어떤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이재명 정권은 문재인 보다 더 대결적인 대조선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동안 혹시하는 기대를 했으나 그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너무나 아쉽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려면 정말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