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14 김여정의 담화를 보는 시각, 주어진 틀을 넘어서

김여정이 8월 14일 담화를 발표했다. 이재명 정권이 그동안 취한 대북유화 제스츄어의 의미를 폄훼하고 한국과 그 어떤 관계와 대화도 거부했다. 미국과는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는 경우에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유보적 의미도 담겨 있었다.

오늘 필자는 북한을 지정학적으로 약한고리라고 평가한 의미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김여정이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지정학적으로 약한 고리는 대만과 한반도라고 언급을 했었다. 그러나 말은 같은 약한고리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대만은 중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약한 고리다. 지금은 미국이 대만을 보호해 주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대만은 중국의 영향력안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2027년에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침공한다고 하지만, 그때쯤되면 설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즉 대만이 지정학적 약한고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압도적인 중국의 영향력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이 없는 동북아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대만을 상실한 미국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북한이 약한고리라고하는 것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 그 어떤 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전세계 국가중 전략적으로 가장 유연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국가다. 북한은 과거 러시아와 중국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 국익을 확보했다. 그럴 때 북한은 전세계 20위의 상위 경제발전 국가로 성장하기도 했다.

지금의 북한은 중국, 러시아, 미국 사이에서 완전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필자는 김여정이 오늘과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자신들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북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하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와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의 주도권을 북한이 잡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빌미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확고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외교강국이다. 러시아는 8월 15일 예정된 미러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긴밀한 대화를 가졌다. 러시아가 이렇게 북한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북한이 난데없이 미국과 대화를 하고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중차대한 상황에서 후방의 문이 열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북한을 단도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당근이 제시되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게 강력한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미국에게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카드를 제시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북한이 제시하는 조건이 남북간 적대적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결국 전작권 전한이나 한미연합훈련의 완전한 중단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일 것이다.

김여정이 이재명 정권과의 대화의 가능성을 아예 열어두지 않는 이유는 남북간 적대적 관계의 해소는 남한 정권의 의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간 적대적 관계해소를 위한 기본적인 합의와 조치를 도출하지 못하면, 이재명 정권내에 북한과 그 어떤 의미있는 관계개선도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불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을 러시아로부터 얼마간 떼어내지 못하면,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점점 더 상실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남한을 북한과의 적대관계로 그대로 묶어두고 북한과 미북간 관계개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콜비 미국방차관이나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보면 남북간의 관계개선과 적대관계 해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소위 '충실한 하수인'으로 남겨놓은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김여정의 담화는 단순하게 미국과 남한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것으로 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8월 15일 알래스카의 미러정상회담과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한국의 현 안보팀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판단을 해 낼 수 있는지가 의심이다. 현재의 위성락 안보실장 팀으로는 미국이 생각하는 판을 뛰어넘는 구상을 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