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13 패권경쟁의 약한고리와 지나친 한반도 전쟁위협의 위험성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여기저기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전쟁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전쟁의 가능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와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 낙관과 비관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한반도에서 북한의 침략으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평가하자면,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의 전쟁억제능력과 군사적 승리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국제정세를 평가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및 중국과의 상호 세력경쟁으로 지정학적으로 약한고리가 결국은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약한고리라고 해서 모두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아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으로 현재 크게 두군데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에서의 전쟁이 그것이다. 중동의 전쟁이란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과 함께 홍해에서 예멘과 미국의 전쟁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이외에도 상황에 따라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 러시아의 발트해와 칼리닌그라드와 벨로루시를 연결하는 수발키 회랑, 그리고 남카프카즈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은 여전히 계속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러시아 주변지역에 대한 미국의 공세적 행동의 원인은 여러가지로 해석가능하다. 그 문제는 추후 다시 정리해보기로 하겠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군사적 충돌을 직접적인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에 대해서는 매우 불분명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사이에 존재하는 약한고리는 남중국해와, 대만 그리고 한반도 정도다. 남중국해와 대만 그리고 한반도는 러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약한고리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 일단 미국과 서방이 전쟁을 불사할 정도의 천연자원 같은 이권이 별로 없다. 게다가 남중국해와 대만 그리고 한반도에서는 미국이 그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충돌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군사적 열세다. 중국을 상대로 동원할 수 있는 일본과 한국의 군사력으로는 중국에게 의미있는 영향력을 행사할수 없다.

이렇게 보면 대만문제를 들어 한국과 일본을 묶어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체제를 만들려고 하는 미국의 시도는, 그 의도가 중국에 대한 봉쇄라기 보다는 한국과 일본에게 행동의 자유를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미국이 이미 중국에게 열세인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최대한 그 시기를 연기시킨다는 것이다. 마치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할 것인것처럼 선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겠다.

많은 사람들은 한반도도 전쟁의 위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재명 정권이 트럼프와의 관세협상에서 가장 곤혹스러워 했던 것 중의 하나, 주한미군의 철수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전히 한국의 상당수 대중과 소위 안보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을 한국 안보의 거의 유일한 조건으로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은 전지구적으로 가장 낮다고 하겠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낮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정도다.

첫째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인해, 남북간 자잘한 군사충돌은 가능할 수 있어도 전면전과 같은 경우는 일어나기 어렵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인해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로 두들겨 맞는 상황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윤석열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한 것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하겠다. 북한이 수차례 계속된 윤석열 정권의 이런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은 이유도, 윤석열의 꼬임에 빠져들어 자신들이 이용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북한은 남한의 정치적 동향, 윤석열 정권의 모험주의적 경향의 배경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은 한국전쟁과 같은 전면적 남침을 감행할만한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공군력은 압도적으로 부족하고, 전차와 야포도 노후화되어 있다. 현재 북한의 군사력을 평가해보면, 방어는 가능하지만 공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많은 군사전문가들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요인중의 하나는 DMZ의 존재이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전면적인 전쟁을 하려면 DMZ를 극복해야 한다. 철조망을 제거하고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 현대전의 양상을 고려해보면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DMZ를 통과하려는 시도만해도 남한이나 북한 모두 군사력의 상당부분을 상실하고 돈좌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DMZ를 전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도는 거의 불가능하다. 모두 드론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세번째로 남한이나 북한 모두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한국전쟁이 3년간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남한의 경우 미국이 일본을 통해 거의 무제한적인 병참지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북한의 경우 중국이 100만대군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남한이나 북한 모두 전쟁지속능력을 유지할 수 없다. 북한이 전쟁을 하려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중국이 과거처럼 100만대군을 파견하거나 러시아가 북한에 무제한적 병참지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남한도 한국전쟁처럼 미국과 일본을 통한 무제한적 병참지원을 받을 수 없다. 미국은 남해와 동해 그리고 서해에서 제공권과 제해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천문학적 공공채무로 한국에 대한 군수지원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지만 설사 지원한다고 해도 남해와 동해는 완전하게 봉쇄되어 군수물품이 부산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남한이나 북한 거의 자력으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남한이나 북한이 자력으로 전쟁을 하면, 약 3개월 정도 서로 치고받다가 모두 지쳐나 나가 떨어질 것이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약한고리라고 하는 것은 세력경쟁의 틈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 실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윤석열 처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인간이 대통령이라면 상황은 다를 수가 있다. 그러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경우는, 남한에 윤석열 같은 인물이 집권을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반도 안보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과 지나치게 비관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우리의 협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행동의 자유를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절대로 옳지 않다.

필자의 평가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아무리 상황이 낙관적으로 보여도 안보는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안보가 무너지면 그로 인한 댓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고려요소를 전쟁의 가능성에만 촛점을 두고 있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결국 적절한 균형감각이 중요한데, 한국은 너무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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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1, 훌륭한 분석입니다! 지정학적 긴장과 한반도 안보라는 복잡한 주제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해 주셨네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정세 변화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연결하여 분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글에서 언급하신 북한 핵 보유, 재래식 군사력 부족, DMZ의 존재, 그리고 남북한의 전쟁 지속 능력 부족 등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설득력 있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 또한 균형 잡힌 논의를 위한 중요한 관점이라고 봅니다.

다만, 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댓글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한반도 안보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함께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