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1 계속되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언급과 냉정한 현실인식의 결여의 답답함
부지불식간에 이미 다극화의 시대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미 국제정치질서는 불과 2-3년전에 우리가 알고있던 것과 질적으로 달라졌다. 문제는 미국이 이런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국가나 사회든지 성장하면 쇠퇴한다. 문제는 쇠퇴하거나 약해질때 그런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지난하게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문제는 지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의 결여가 아닌가 한다.
오늘 아침 보도에서 미국의 빅터 차가 올해 10월 APEC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회동을 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미국 지도층의 지적 인식능력의 퇴보가 미국의 결정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미국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추진하면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질 것이라는 오만에 빠져 있는 것같다. 그런 오만을 오만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빅터 차가 그런 전망을 내놓은 것을 보면서 그가 현재 조선의 상황과 태도에 대해 아무런 공부나 업데이트도 제대로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빅터차가 현재의 조선 상황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있다면 10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담시 판문점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빅터 차가 조선의 현재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을 하고 싶어하는 입장을 반영한 발언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빅터 차 정도되는 사람이라면 희망을 말하기 전에 최소한의 현실을 반영하고,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상황과 조건을 고민하지 않고 그저 정상회담을 해야한다는 트럼프의 당위성만을 언급하는 것은 지극히 일방적인 태도라고 할 것이다. 신중한 정책가라면 당연히 자신의 입장과 함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무리를 하고 장거리를 이동했던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에서 실패했다. 김정은은 다시는 그런 실패를 반복할수 없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댓가는 예상보다 매우 클 것이다. 트럼프가 그냥 김정은을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주도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정책적이고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절차적 접근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이 문재인과 같은 어정쩡하고 어설픈 역할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은 문재인 때와 같이 미국과 조선을 중재시킨다는 접근 방식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이미 실패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다시 실패한다. 걱정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이재명 정권의 안보팀이 다시 실패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현재 이재명 정권은 각종 외교안보적 사안에 각각 대응하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고 중국과는 아직 어떻게 할지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것 같다.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아서는 대중국 강경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해석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재명 안보팀은 목하진행중인 국제정치적 변화에 대한 초보적인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각각의 사안별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안보팀이 진행중인 국제정치적 질서의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원래 안보정책은 국가통수권자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권한이자 책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안보문제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희박하다. 아마도 오랫동안 안보란 한미동맹으로 지키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한국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의 변화는 그런 잘못된 생각에 더 이상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 이시점에 한국의 지도적 정치인 지식인과 대중이 그동안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사람들이 기우라고 할지모르겠으나 한국이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적어도 한세대 안에 조선에게 역전이 될지도 모른다. 행동하는 것은 개차반이면서 결과가 달라질것을 기대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아쉬운 것은 미국의 지식인이 현재의 국제정치적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의 지식인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치적 질서의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워낙 큰나라기 때문에 그래도 타격이 덜하다. 그러나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국가다. 잘못했을때 당하게 되는 부작용이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견디기 어려워진다.